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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행원 A Nov 18. 2016

기본소득과 IT혁명

그리고 은행원의 미래

이번에 부모님 계시는 동네에 갔더니 녹색당이라는 당이 생겼는지 현수막을 달아놓았습니다.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솔깃하더라구요. 관심있는 분은 아시겠지만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요즘 핫합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준다는 이야기인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개념 파괴적인 말처럼 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나 핀란드 등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안에 따르면, 적게 주는 것도 아니고 꽤 줍니다. 스위스는 우리 돈으로 300만원 가량이래요. 헉?

상식을 뒤집는 이런 논의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도 찬성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이유가 있겠지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저는 이를 지금 진행되는 IT 혁명과 결부지어 이해하려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활동하던 로마 시대의 1인당 GDP는 약 5백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이 수치는 그 이후 약간의 부침이 있긴 했지만 대항해시대 이전까지 큰 증가의 조짐 없이 약 15세기 동안 그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500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8천 달러 정도로 무려 16배 폭증했습니다(지역과 국가에 따른 편차가 있습니다만 여기서 논의하는 주제에 있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넘어가겠습니다). 여기에는 제 직장과 같은 은행이 제공하는 신용 시스템의 정착과 함께 산업혁명에 의해 도입된 기계의 발달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산업혁명 이전에 사람이 맡아온 단순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면서, 이 단순작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은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몸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높은 부가가치 창출과 이를 구입하기 위한 신용의 팽창, 그리고 팽창된 신용에 의한 소득 증가와 이 소득을 향한 인간의 향상심에 따른 더욱 높은 부가가치의 창출이 맞물려 인류의 유례없는 경제성장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경제성장 모형은 사람이 무한히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간다는 것을 전제로 영원한 경제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에 의해서요. 어디까지나 사람의 잠재력이 그 사람을 대체하는 기계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대체 이후 인간의 더 큰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 이 경제성장 모형의 특징인데, 인공지능은 빠른 속도로 인간의 잠재력을 쫓아올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기본소득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때문입니다. 직관적으로 봤을 때 돈을 그냥 준다는 것은 뭔가 납득이 되지 않지만, 인류는 기계의 도움으로 과거에 비해 분명히 훨씬 적은 노동을 통해서도 기본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 사회적 자본으로 돌리면 기본소득이 됩니다. 한편, 인공지능의 인간 능력 추격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인간은 더욱 '창의적'이 되어야 합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는 않은 것 같지만, 실험적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해본 결과 생각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노동의욕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기가 매몰된 일에서 자유로워지는 만큼 창의성이 발휘될 여지는 커진다는 거죠.

하지만 아마 우리 정치 현실이나 대다수 구성원의 상식은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저는 아마 우리가 창의력을 발휘할 만큼 여유로워지기 전에 기계가 우리를 추월해가는 미래가 더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모형에 따르면 인간의 노동은 더이상 필요없어집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2의 기계 시대>, <인간은 필요 없다> 등의 책에서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장삼이사 은행원도 이제 긴장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많은 은행원들이 IT의 발달에 의해 실직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해 갈 것입니다. 창구를 기계가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저는 대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인화점포를 설치하고 중앙집중 관리화한다면 지금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영업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리는 것도 가능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침 해고요건도 완화되었으니 은행은 앞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죠. 은행원이 모가지가 잘리면 당장 뭘 해먹고 살아야 할까요? 은행원은 쫓겨나면 치킨집이라고 하더군요. 능력있는 은행원은? 큰 치킨집...

'황의 법칙'을 아시는 분은 이해하시겠지만 기술의 발달은 기하급수적입니다. 반면 인간은 산술급수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IT혁명에 의한 변화는 지금 갖고 계신 차의 사이드미러에 쓰여 있는 말마따나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에 대해 마땅히 준비할 방법이 안보인다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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