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솔 Feb 07. 2019

기타연주, 도전해 본 적 있나요?

모두의 로망인 기타 연주에 대하여


나도 그 누군가처럼 기타를 든 적이 있다. 대학에 가면 기타를 배우겠다는 로망이 꽤나 지나버린 유행같이 보여도, 스테디셀러와 같이 꾸준히 인기 있는 판타지였다. 기타를 좀 튕겨본 동생에게 접근했다. 동생은 나를 마음껏 혼낼 수 있다는 사실에 흔쾌히 레슨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날 밤, 기타를 배웠다는 기쁨에 머리맡에 기타를 세워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누군가가 얼굴을 정통으로 갈겼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범인은 다름 아닌 기타였다. 기타가 미끄러져 자고 있던 내 얼굴 덮친 것이었다. 주요 타격 부위인 귀는 살이 찢어져 연골이 보일 지경이었다. 근처 성형외과에서 몇 바늘을 꿰맸다. 곧장 집으로 돌아와선 기타를 케이스 가방에 처넣었다. 이것이 내가 기타를 배우려고 한 1차 시도다. 



기타를 배우고픈 마음은 일상이 지루해질 때마다 튀어나오곤 했다. 한참 좋아 죽을 지경인 백 일된 사귄 남자친구가 빡빡머리를 하고 입대를 했다. 우울함에 빠지기 싫어 저렴한 기타 강의를 찾아 신청했다. 작은 키와 맞먹는 기타를 어깨에 메고 1시간 반이 걸리는 서대문을 오갔다. 기타를 맨 나를 쳐다보는 시선에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여전히 줄을 잡는 일은 어려웠다. 소리는 말할 것도 없이 엉망이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애석하게도 내 관심사는 기타 가 아닌, 강의 후 빈대떡집에서 먹는 막걸리 한잔이 됐다. 이것이 내가 기타를 배우려고 한 2차 시도다. 



모든 코드를 잊어버린 지금. 아직도 멋들어지게 기타를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와 함께 희망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삶이 아주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같이 느껴질 때마다 기타를 연주하는 나를 상상한다. 왜 하필 기타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타연주란 꽤 괜찮아 보이니까. 그럼에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악기 중에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니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타를 슬쩍 잡아보는 건 나와 같은 생각에서가 아닐까. 



결론적으로 기타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덴 실패했다. 하지만 기타를 잡은 순간들은 꽤나 빛이 났다. 1차 시도 땐 귀를 다쳤지만, 코드를 배운 그 하루는 예술가가 된 기분에 심취해 즐거웠다. 2차 시도 땐 사람들과 나누는 술 한 잔과 수다 한 모금에 공허함을 달랠 수 있어 좋았다. 기타를 향해 손이 뻗어진 순간들. 그 때 나에게 필요했던 건 완벽한 기타 연주가 아닌 새로운 환기였던 것이다. 


내게 기타 선생님처럼 완벽하게 기타 연주를 할 이유도 의무도 없었다. 그저 삶이 무료했을 때, 지루함을 달래 줄 무언가가 필요했고,그것이 기타였다. 그 역할만으로도 내게 기타는 충분히 의미가 흘러넘쳤다. ‘무언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한다’는 생각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머뭇거리게 만들곤 한다. 기타는 내게 알려줬다. 경지에 도달할 만큼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으며 잘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다소 서투르고 매듭짓지 못하더라도 나를 위해 조금이라도 무언갈 시도한다는 것.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다시금 산다는 것이 퍽퍽하게 느껴지는 요즘, 기타를 들어보려 한다. 이번에도 기타 연주를 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