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다 세 번이나 넘어졌다.
비에 젖은 길은 미끄럽고,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는 내 발에 잘 맞지 않았다. 사실 나는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한다. 넘어질까 두려워 핸들을 꼭 잡지만, 그럴수록 자전거는 방향을 잃고, 내 몸은 더 굳는다.
세 번째 쓰러졌을 때 직감했다. 오늘은 날이 아니군. 그대로 자전거를 세우고 호텔로 들어왔다. 어제는 탔는데, 오늘은 왜 안되지? 이곳에 있는 동안 자전거로 다니겠어? 아침이라 몸이 덜 깬 탓이겠지? 내일 다시 해보자! 계속 탄다고 내가 차도에서도 자전거를 탈 만큼 타겠어? 크게 다치고 후회 말고 그냥 타지 말자.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생각이 해결해 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다음 날,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동네를 빙빙 돌며 30분쯤 달렸다. 차가 오거나 강아지가 다가오면 여전히 겁이 났고, 찻길로 나갈 용기는 없었지만, 작은 길을 몇 번이고 오갔다. 가까운 카페에 도착해 자전거를 세우고 잠금장치를 채우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차가운 음료를 들이키며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궁금했다.
며칠 동안 자전거를 계속 탔다. 몇 번 더 넘어졌고, 두 번이나 차와 부딪칠 뻔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여전히 몸은 굳어버렸다. 브레이크를 잡는 걸 잊어버리거나, 핸들을 한쪽으로 계속 밀거나, 자전거가 서는데도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은데, 그땐 그랬다. 시간이 흘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금 나아지나 싶으면,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자전거 타기가 무서웠다.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계속 타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아니었다. 시간이 쌓여도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실이 나를 괴롭혔다. 무언가 시작하고, 열심히 하기 시작하면 곧 문제도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조금씩 나아져도,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어도, 불안은 여전히 내 옆에서 나를 괴롭혔다.
애써 떨쳐내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그 감정을 마주하며 알았다. 불안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
극복하려 할수록 내 옆에 붙어서 더 커진다는 것을. 불안은 없애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안고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사실은 그 수밖에 없다
나는 오늘도 불안과 달린다.
넘어질까 두려워도, 손이 떨려도, 결국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잘하는지는 생각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내 불안과 두려움을 키우는 못된 생각임을 알기에.
추신: 누군가에게는 그저 자전거 타기 일 뿐인데 뭐가 이렇게 거창하고, 복잡하고, 힘든 건지 이 글을 쓰면서도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 불안도 함께 안고 가는 게 삶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