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 2025
오늘은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에 푸드 콘텐츠 스튜디오 "SUNNYROUND"의 스태프로 다녀왔다.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마감시간이 다 되도록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아트북이나 굿즈, 콘텐츠를 찾아 이 테이블에서 저 테이블로 걸어 다니고 있었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까지는 아니었지만, 평소에도 좋아했던 작가를 만나고, 그 작업물들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좋다/괜찮다”의 반응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들은 작업물이 나오기까지의 작가의 노력, 고민, 치열함을 읽어내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그대로 세상에 꺼내놓아 준 작가에게 감사하고, 그것이 가능함에 감동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소유'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내 취향을 세상과 '공유'해서 행복한 것 같았다. 그래서 작업물들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작가와 셀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일견 마음에 드는 작업물들을 가방에 넣고, 자신의 소셜 계정에 기록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자신이 담은 아이템들을 요리조리 들여다보며 감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 작업물들의 작가들 또는 레이블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거나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 속에는 작가가 만든 세계와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세계가 아주 작은 면적으로 겹치는 강렬함이 있다.
SUNNYROUND는 나의 푸드 스타일리스트 절친이 운영하는 푸드 콘텐츠 스튜디오이다. 상업적인 콘텐츠 작업도 하지만, 그녀만의 작업도 한다. 레시피를 개발하고, 그 레시피로 만든 요리와 주재료로 사진을 찍고, 거기에 자신만의 감성으로 글을 쓰고 일러스트 작업을 해 출판하고 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퍼블리셔스 테이블과 같이 국내 유명 북페어에도 매년 셀러로 나가고 있고, 도쿄와 타이베이, 뉴욕의 국제 북페어 진출도 고민 중이다.
SUNNY COOKBOOK SERIES(https://smartstore.naver.com/sunnyround/)
써니라운드의 쿡북들이 일반 요리책과 다른 점은 트렌드에 따르거나 다수의 취향을 고려해 작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최애 소스'라서 '스리라차 쿡북'을 만들고, 일요일 아침마다 작업실에서 듣는 음악을 소재로 계절에 맞는 재료를 선별해 '선데이 모닝 쿡북'을 만들었다. 써니라운드의 첫 책은 '행복한 계란 요리'를 표방한다. 온 세상이 해가 나면(SUNNY+ROUND),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렇듯 "내가 좋아하니까" 하는 일들은 "더 잘하려고 또는 더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저 즐거우니까 할 뿐이고, 그러니까 즐겁다. 첫 책을 내고, 또 다음 책을 내고, 북페어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친구가 해준 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몇 년 전에 들어 그녀가 똑같이 말하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내가 이해한 의미는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핫핑크 형광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거기에 형광 오렌지를 더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내 취향을 발견해 줄 사람들이 나타난다, 아주 신나게. 내가 그들을 만난 것이 반가운 만큼, 그들도 내 작업물을 만나 행복할 테니까. 그리고 오늘, 그 만남의 현장을 나는 목격했다.
물론 꿈을 이루고, 돈을 벌고, 세상에 알려지고 하는 식의, 다수가 말하는 세상의 방식과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돈을 벌지 말자는 것도, 성공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좋아할지도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성공의 지름길일 수는 없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은...', 'MZ세대라면...', '요즘 대세는...'하면서 다수의 법칙을 뽑아내려고 하지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맞히려고'하기보다 내가 잘 알고, 미(美)쳐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만들어가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시간이 제법 걸릴지도 모르지만 오늘 북페어에서 그 현장을 목격하고 나니, 한 사람이 만든 세계가 다른 세계와 스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