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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남편, 따라오는 남편, 살리는 남편

부인암센터에서의 고찰

by 간절의

남편이 위중한 병에 걸렸을 때 아내는 끝까지 간병하고 보살피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들이 위중한 병에 걸리면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는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암환자의 경우 86%가 배우자가 간병을 했지만, 여성의 경우 36%에 그쳤다고 한다.





암환자 간병은 배우자가 '최고'…"의존도는 남성이 더 커"삼성서울병원, 암환자 439명 설문조사…딸 '정서'·아들 '경제' 의지 입원 (CG)[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나이가 들어 암이 생기면 남성이 여성보다 배우자에게 더 많이 의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박기호 교수, 충북대의대 예방의학...출처 : 연합뉴스



평생을 부인암을 치료하시는 데 정진하셨던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몇 년이 지나도록 진하게 남아,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살리는 남편,


따라오는 남편,


버리는 남편이 있다.





기대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세 명 중 한 명은 암을 경험하게 된다.




살리는 남편


몇 년이 지나도,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분들이다.


피부까지 암 전이가 되어 피와 진물이 비적비적 배어 나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드레싱을 갈아야 했던 아내.

그리고 그 옆에서 새벽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당사자 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주셨던 남편분


매 항암 치료 때마다 아내가 탄 휠체어를 밀며,

유쾌하게 인사하시며 새파랗게 어린 전공의에게 양갱을 뇌물이라며 찔러주시던 남편분


아내 이름을 적은 'ㅇㅇ이의 투병 일지'를 매일같이 꼬박꼬박 기록하시던 남편분.



이런 분들을 보면, 아 이분들이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아내를 살리는 남편' 이구나, 싶었다.


이분들의 가장 대단한 점은 간병이란 힘든 일을 몇 년 동안,

심지어 기약이 없음에도

꿋꿋하게, 꾸준히 해내신다는 점이었다.



따라오는 남편, 버리는 남편


따라오는 남편은,

큰 병이 생긴 아내를 따라 병원에 오기까지만 하는 경우,


버리는 남편은,

실상 병원에서는 뵐 수도 없는 분들이다.


긴 병에 장사 없다는 말,

사실이 그렇다.


암으로 치료를 받다 보면,


앞으로 1년이 될지,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간 치료와 검사를 받게 된다.


또는 상황이 안 좋아져 입원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

불편한 간병인 침대에서 몇 주간 쪽잠을 자며

밤낮없이 환자를 밀착 케어해야 하기도 한다.


게다가 병마로 예민해지고 우울해진 배우자의 정서적 케어까지 해야하니,

정말 누가해도 피로하고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돌보고, 흔들리는 마음을 지탱해 주고,

심지어는 밝은 기운까지 불어넣어 주는 분들의 존재가 사람으로서 참 존경스럽다.



결혼을 하고 보니,

과거의 그 영웅들을 생각하며,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서로 배려하고, 위해주며

후에 우리가 가장 연약할 때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관계를 키우는데 노력하는 것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리는 남편을 얻는 것도 복이지만,

나중에 나도 ‘살리는 아내’가 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은 없다.


그러니 지금은 미리 잘해두자.

정 붙여두고, 웃음도 쌓아두고.

그래야 나중에 혹시라도 간병 각 나오면…

서로 안 도망가고, 양갱이라도 하나 건네며 버틸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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