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
조직문화는 회사의 심장이라 부를 만큼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는 초기 멤버들에 의해 발아되지만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함께 변화한다. 모든 회사는 좋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싶어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회사가 커감에 따라 지키고 싶었던 문화는 없어지고 기피했던 문화들이 깊숙이 자리 잡는 경우도 많다. 조직문화는 사람의 성격과도 같아 한 번 자리 잡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조직문화는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며 회사는 '나 다움'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조직 문화의 시작
초기 창업팀은 기업의 DNA라고 불릴 만큼 조직문화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갓 만들어진 조직은 그저 개인들의 집합에 불과하고 시스템(이렇게 하는 게 원칙이야)도 관행(원래 이렇게 해왔어)도 없는 상태로 모든 결정이 구성원들 간의 대화와 토론, 합의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초기 구성원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자연스레 조직의 초기 문화로 자리 잡는다. 종종 "우리는 아직 조직문화에 신경 쓸 시기가 아니야. 조직문화는 회사가 성장한 뒤에 챙겨보자"라는 대표도 있으나, 그건 조직문화에 신경 쓰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킬 뿐 문화의 형성을 근본적으로 미룰 수는 없다.
새로운 구성원의 합류
초기 구성원들에 의해 형성된 조직문화는 아직 작고 여린 상태이다. 기존 구성원들조차 본인들의 조직문화를 설명하지 못하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고 있는 시기이다. 이때 새로운 구성원의 합류는 필연적으로 긴장을 유발한다. 너무나 당연히 해왔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당연히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는 새로운 구성원이 기존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이러한 갈등은 우리 조차 몰랐던 우리의 문화를 재확인하는 매우 소중한 기회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문화는 도전받고 도태되고 강화되고 생성되며, 바뀐 문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기존 구성원이 나가고 새로운 구성원이 그 자리를 채우는 일이 발생한다. 이 시기를 건강하게 넘기면 조직문화는 더 강화되고 단단해진다.
조직문화의 명문화
조직문화가 강화되고 단단해질수록 암묵지로 존재하는 조직문화는 새로운 멤버의 적응을 어렵게 만든다. 비슷한 도전과 비슷한 갈등을 유발하고 조직 전체의 피로도를 높인다. 암묵지로 존재하던 조직문화를 글로 남기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조직문화를 명문화하는 건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대표가 원하는 조직문화를 적는다고 그 문화가 자리 잡는 게 아니고, 좋은 이야기만 잔뜩 적어두면 활용 가치가 없는 예쁜 쓰레기가 되기 십상이다. 바람직한 조직문화 문서는 이미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회사의 문화를 잘 다듬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단어로 정리한 결과물이며, 회사 내 다양한 상호작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문화를 재점검하고 각자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고 있던 부분들이 명료화되는 효과가 있다. 조직문화 문서는 한번 정리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끊임없이 바뀌고 성숙해지는 조직의 문화를 담아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회사의 인재상 (컬처핏)
명문화된 조직문화는 회사의 인재상에 직결된다. 정리된 조직문화는 새로운 구성원에게 우리의 기존 문화를 잘 전달하는 동시에 문화의 수용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고 이렇게 일한다'는 메시지는 '여기에 동의하지 못하거나 이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너는 우리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함축한다. 스타트업에서 얘기하는 컬처핏 면접이 여기에 해당한다. 컬처핏은 단순히 그 사람의 착함/나쁨, 유능/무능을 넘어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채용 기준이다. 문화가 단단하고 명문화가 잘 되어 있을수록 컬처핏은 새로운 사람을 판단하는데 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적합한 사람을 뽑고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솎아내는 과정은 불가피하다.
조직 문화의 외부 PR
위 여정을 통해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단단해지고, 명문화되어, 그 기준에 부합한 사람을 뽑고 있다면 마지막은 우리는 이런 문화를 가진 회사입니다라는 걸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러니 이에 공감하는 사람만 지원해 주세요라는 메시지이다. 좋은 예시로 토스는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회사이다. 토스에 지원한 모든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지원을 한다. 그리고 토스는 그 기준에 맞춰서 사람을 뽑는다. 그렇게 들어간 사람이 '이 회사는 왜 워라밸이 이렇게 안 좋습니까?'라고 불만을 제기할 확률은 낮다. 실제로 토스에 다니는 다수의 지인들은 그 문화를 원해서 토스에 들어갔고 잘 다니고 있다. 오히려 문제는 기대와 실제가 다를 때 발생한다. 편한 회사라고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엄청난 야근을 시키거나, 수평적인 열린 조직이라 생각했는데 수직적인 꼰대 조직이었거나 하는 식이다. 조직 내부와 외부에 일관적이고 실제와 동떨어지지 않은 문화를 반복적으로 전파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회사의 정체성 지키기
성숙한 조직의 조직문화는 그저 개인들의 성격의 총합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회사가 쌓아온 자산이자 정체성이다. 회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단단한 문화를 가지고, 그 문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문화가 잘 명문화되어 계승되고 있으며, 그 문화에 적합한 사람을 뽑고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내보내며, 외부에서 그 문화를 알고 거기에 동의한 사람이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