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석원 Jan 24. 2023

리더의 불안감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조직의 크기와 성격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지만 리더는 선택을 내리는 사람이다. 선택(select)은 라틴어 selectus에서 유래했는데, '무언가를 분리(se)해서 취한다(lectus)'는 뜻이다. 무언가를 얻는 일인 동시에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누가 봐도 명확한 사안을 결정하는 건 꼭 리더가 아니어도 괜찮다. 리더의 선택은 답이 명확하지 않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다. 리더는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리더의 행동 하나하나는 조직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그중에서도 리더의 불안감은 조직에 특히나 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리더의 불안감은 조직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증폭된다. 조직은 모든 구성원들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으로 구성되지만 그 영향력은 동등하지 않다. 리더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구성원으로 리더의 모든 행동은 증폭되어 조직에 영향을 끼친다. 그중 불안감은 가장 취약한 감정이다. 일을 하다 보면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잘하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이럴 때 조직에 불안감이 커지지 않도록 모두의 불안감을 끌어안아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일희일비하는 리더 밑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없고 불안감이 지배한 조직에서 탈출은 지능순이다.


불안한 리더는 조직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도록 만든다.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조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불안한 리더의 팀원은 리더의 기분을 살피는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쓰게 되고, 본질보다 리더의 불안감을 낮추는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또 리더는 이런 팀원이 유능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심한 경우 본인의 책임을 다른 구성원에게 떠넘기는 일도 발생한다. 이는 정말 유능한 인재의 이탈로 이어지고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떨어뜨린다. 


불안감은 감춘다고 감춰지지 않는다. 물론 불안감을 제멋대로 표출하는 리더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하루 8시간씩 함께하는 구성원들에게 불안감을 숨기는 건 쉽지 않다. 나는 너무 불안하지만 팀원들에게는 티를 안 낸다고 말하는 리더라면, 팀원들이 이미 알고 맞춰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안감을 감추는 것보다 그냥 불안해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소화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크기가 리더의 그릇이다.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인 리더가 안정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종종 긍정적인 측면만 얘기하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리더도 있다. 그러나 모든 선택에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있기 마련이다. 의도적으로 기회만 얘기한다고 위험이 없어지는 게 아니고 구성원들도 그걸 모를 정도로 순진하지 않다. 실무 레벨에서 내가 하고 있는 걱정과 위험을 리더가 정확히 인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얘기해 주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한폭탄을 혼자 손에 쥔 듯한 두려움과 폭탄이 터졌을 때 책임이 나에게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리더가 개인의 영역에서 위험을 분산하는 건 좋지 않다. 중간 리더보다 대표에게 종종 보이는 모습이다. 사업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회사 2개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구주 매각을 빠르게 진행해 얼리엑싯을 하는 등의 행동이다.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든든한 리더가 자칫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는 기회주의자로 느껴질 수 있다. 리더의 불안감은 낮추더라도 조직의 불안감은 커질 수 있다. 물론 이런 행위가 잘 못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조직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리더는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없다. 이건 최고경영자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고 미숙한 것도 당연하지만 리더에게는 관대하기 어렵다. 마치 의사의 실수가 생명에 직결되는 것과 같이 리더의 실패는 조직의 큰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권한이 클수록 더 가혹하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등을 맞대는 사람과 등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리더는 많은 걸 짊어진 힘든 자리이다. 리더도 사람이기에 불안하고, 걱정스럽고, 고민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게 등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와 등을 맞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등을 맞댄다는 건 직급 체계를 넘어 나와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멍에를 나눠 들 수 있는 동료를 의미한다. 등을 맞댈 동료가 많다는 건 리더에게 큰 축복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렇기에 리더는 누구보다 고통스러운 자리이다. 가장 불안한 위치에서 회사의 불안한 사정을 속속히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해할 자격도, 시행착오를 겪을 여력도 없는 게 리더라는 자리이다. 세상의 모든 리더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