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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진호 May 24. 2015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사는 것은 아니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장하준 교수가 자신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한 주장이다. 

 

  무슨 소린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것은 '높은 교육열' 덕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해오지 않았던가! 우리가 자원이 많나? 땅덩어리가 넓나? 가진 건 인적 자본뿐 아닌가! 원조 대상국이었던 한국이 다른 나라를 원조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오직 교육받은 '인적 자본'의 힘 때문이라는 것은 상식 아닌가. 

 

  그러나 장 교수는 '높은 교육 수준이 국가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놀라울 정도로 빈약하다.'고 말하면서 교육이 동아시아 경제 기적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신화를 의심했다. 

 

  "1960년 타이완의 문맹률은 46퍼센트나 되었고, 필리핀의 문맹률은 28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타이완은 인류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인 반면에 필리핀은 그다지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1960년에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달러로 타이완의 122달러에 비해 거의 두 배였다. 그러나 현재 타이완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필리핀의 거의 열 배에 달한다. 같은 시기에 한국의 문맹률은 29퍼센트여서 필리핀과 비슷했지만, 아르헨티나의 9퍼센트에는 훨씬 웃돌았다. 문맹률이 더 높았음에도 한국은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해서 1960년에 아르헨티나의 5분의 1이던 국민소득이 이제는 세 배가 되었다"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교육과 경제발전의 상관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1980년에서 2004년 사이에 이 지역 문맹률은 60퍼센트에서 39퍼센트가 되어 눈에 띄는 감소 추세를 보였음에도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매년 0.3퍼센트가 떨어졌다."라고 지적하면서 생산성 향상에 있어서 교육은 우리가 믿는 것보다는 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2007년 국제 수학 과학 성취도 평가'를 분석하면서 학생들의 성적과 경제 실적과도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평가에서 미국  4학년 학생의 수학 성적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카자흐스탄, 라트비아, 러시아, 리투아니아 어린이들보다 성적이 나빴는데 영국과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 어린이들은 미국보다도 더 성적이 낮았다.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인 노르웨이 8학년 학생들의 성적 또한 다른 선진국보다 낮았을 뿐만 아니라, 체코 공화국,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등 훨씬 가난한 나라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육열이 높고 첨단 분야에 뛰어나다고 소문난 이스라엘은 노르웨이보다도 못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결과에도, 이제는 지식 경제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교육이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자는 '지식 경제'라는 말이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반박했다. 역사적으로 한 나라가 보유한 '지식'은 경제 발전에 늘 중요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가 발전할수록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의 양은 줄어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기계화된 생산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그 일에 대한 높은 숙련도가 필요 없다. 바코드 기계만 다룰 수 있으면 덧셈 뺄셈을 못해도 점원을 할 수 있다. 더구나 비숙련 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고급 직종에서는 교육이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이 물음에 저자는 스위스를 예로 들면서 고등교육과 경제 번영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간단명료하지 않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산업화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놀랍게도 선진국 중 가장 낮아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다른 부자 나라 대학 진학률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1996년까지도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은 16퍼센트로 OECD 평균 34퍼센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스위스보다 훨씬 가난한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96퍼센트, 그리스 91퍼센트, 리투아니아 76퍼센트, 아르헨티나 68퍼센트인 점을 볼 때 대학 진학률과 경제 발전은 큰 관계가 없음이 분명하다. 스위스의 대학 교육의 질이 월등해서일까? 그렇다면 스위스가 핀란드보다 부자라는 점이 설명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교육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핀란드의 대학 진학률이 94퍼센트이다.

 

  저자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필요 이상의 대학 진학률은 '낭비'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대학 교육에 목을 매는 것은 '분류' 기능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사가 직원을 채용하는 데 있어서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는 것은  명문대 출신자의 문 지식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의지력, 조직적 사고력, 인적 네트워크 같은 부분에서 우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보듯, 경제 성장을 위해 높은 교육열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허구에 가깝다. 그러니 근거 없이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예찬해서는 안 되겠다. 이제 병적인 교육열을 식히고  교육이 단순한 '분류'만을 위해서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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