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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의미학 Oct 16. 2019

외로운 마음들이 모이는 곳

영화 패터슨, 플로리다 프로젝트, 인디아일에 대하여

버스를 운전하면서 시를 품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절대 보지 못하는 걸 본다. 마트 직원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보다 그 사람의 내면에 더 귀 기울일 줄 안다.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


패터슨, 플로리다 프로젝트, 인디아일 이 세 영화에 대해 설명하면 그렇다. 


패터슨 주에 사는 버스 드라이버 패터슨은 새벽 6시 10분에 일어나 버스를 운전한다. 점심으로는 음식 같지도 않은 도시락을 먹고, 저녁엔 동네 바에 가서 맥주 한잔 하는 게 일상이지만 그는 그만의 시를 품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꿈의 시가 아닌 진정 혼자 기록하고, 사랑하는 삶. 그는 집에 있는 사소한 성냥개비 하나 놓치지 않고, 시로 창조해 낼 줄 아는 사람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디즈니 랜드 건너 매직캐슬이라는 허름한 모텔에 거주하는 6살 무니와 친구들.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주눅 들지 않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함께 나눠 먹기 위해 과감히 사람들에게 구걸한다. 돈이 없어 작아졌던 게 아니라 단지 친구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슬퍼할 줄 안다.


인디아일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 하찮아 보이는 일은 사실 엄청난 기술을 요하는 일이고, 그 안에서 그들의 사연은 우리 삶과 별다를 것 없이 고독하다. 마트 지게차가 작동하는 소리를 파도치는 소리로 들을 줄 아는 건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들을 보며 꿈을 품었고,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봤고, 세상에 하찮은 일과 사람은 없음을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특히 영화 패터슨은 언젠가는 열과 성을 다해 후기를 써보고 싶을 정도다. 


잘난 사람들의 대단한 얘기보다 이런 영화가 소중해지는 건 나도 이제 그들처럼 소소하게 내면에 더 귀 기울이며 살고 싶다는 반증이 아닐까? 살아갈수록 이런 영화들이 격하게 아름답다고 느낀다. 


우리 생각보다 마이너한 세상에서 할 일도 배울 일도 위대한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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