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슐랭을 읽는 여자 Jan 08. 2024

내추럴 와인? 자연스러운 와인?

내추럴 와인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 


내추럴와인? 


내추럴와인이 어떤 와인일까요? 자연스러운 와인? ‘Natural’이라는 형용사가 너무나도 광범위한 존재이기에,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내추럴 와인’을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교과서에 나와있듯, 내추럴 와인이란 ‘산화방지제와 같은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재배 방식에서 유기농법이나 바이오 다이나믹을 실현하는 와인’이라고 말하면 저도 편하고 물어보는 이도 편합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내추럴 와인을 마시고 수많은 네추럴 와인 메이커를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추럴 와인이란 메이커가 누군지에 따라 양조과정에서 필터링과 랙킹(과즙이나 와인 정치시켜 찌꺼기를 가라앉힌 다음 맑은 상등액만 따라내는 작업)을 할 수도 혹은 하지 않으면서 산화방지제는 최소한의 범위 정도로 넣는 곳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추럴 와인이란 와인 메이커에 따라 양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한 양조방법만을 가지고 흑백 논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넣었냐, 넣지 않았냐보다 ‘자연’을 통해 얻은 산물을 있는 그대로 지키며 노력하는 와인 메이커들이 좋은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장인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Domaine Mosse의 와인들이 그렇습니다. Agnes 와 Rene Mosse 부부가 르와르의 Anjou 지역에서 만드는 와인인데, 저는 그들의 모과향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밸런스를 이루는 Chenin Blanc 을 사랑합니다. Mosse 부부는 유기농법만 인증 마크를 받았지만 유기농법과 바이오 다이나믹 용법을 둘 다 사용하며, 랙킹(racking)을 하는 집이라 필터나 랙킹을 안 하는 다른 내추럴와인보다 훨씬 정제되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어떤 부류들은 필터나 랙킹 또한 인간의 컨트롤이 들어간 행위인데, 언-내추럴(unnatural) 하지 않냐고 회의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내추럴 와인의 탄생은 마치 그 이름이 그러하듯, 자연의 힘을 믿는 문화 운동에 가깝지, 자연을 숭배하고 인간의 간섭을 거세게 반대하는 오컬트가 아닙니다. 


내추럴 와인을 마셔보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이미 내추럴 와인을 아시는 분들. 닫힌 마음을 열고, 열린 마음으로 와인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자연이 주는 비, 바람, 햇살을 따스히 품은 와인의 생명력을 느끼면서 자유를 즐기며 호록호록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간. 몸의 긴장이 빠진 나른한 토요일 오후 5시입니다. 이 시간에 저는 내추럴 와인을 마시고 있고, 지금 이 시간이야말로 내추럴 와인이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보이는 시간에 온몸에 긴장을 푸르고 내추럴 와인 한잔해보시는 거 어떨까요? 



작가의 이전글 NYU에서 미식 강연을 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