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야 안녕 혜림이모야
답장이 늦어져서 미안해. 향유가 써 준 답장 보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향유의 예쁜 마음이 담겨 있어서 여기저기에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 고마워 향유야.
이번 편지는 직접 편지지에 써서 보내주고 싶어서 조금 늦어졌어. 이렇게 카드 말고 봉투에 넣는 편지지 찾으려고 했는데 없더라. 봉투를 열고 편지지를 꺼내는 것 까지가 손편지를 받는 기쁨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음번에는 그 기쁨까지 향유에게 보내줄게 ㅎㅎ
향유가 자기 이름을 좋아한다니 이모도 좋네. 언니(엄마)가 가끔 향유에게 꽃향유라고 하잖아. 이모도 궁금해서 꽃향유가 어떻게 생긴 꽃인지 찾아보고 그랬어. 이번에 제주도에 놀러 갔는데 ‘꽃향유’라는 카페도 있어서 향유 생각이 났었지. 예쁜 이름에 예쁜 별명까지 가져서 좋겠다 향유!
향유야 요즘 이모는 별 걱정 없이 즐겁게 살고 있어. 향유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모의 10대 시절에는 어떤 생각을 했나 떠올려 보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이모는 10대 때는 지금보다 기분이 훨씬 더 많이 오르락내리락했던 것 같아.
10대 때는 미래를 상상하는 게 너무도 먼 미래의 일이라 실감 나지 않았고, 20대에는 불안하면서도 막연한 희망이 있었고, 지금 30대에는 이모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면 그럭저럭 안전한 배를 탄 것처럼 삶이 흘러간다는 걸 배우고 있어.
향유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하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참, 그리고 이번 설에는 향유 집에 놀러 가지 못했지만 올해 여름에는 꼭 갈게! 우리 또 맛있는 밥 먹고 카페도 가고 가보고 싶었던 곳도 가자.
향유야 고마워. 이 교환편지는 이모가 평생 간직할 거야!
2024. 3. 7. 혜림이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