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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Mar 30. 2024

손과 발이 만나는 자세, 캐칭





  몸을 뒤로 젖혀 손으로 다리를 잡고 균형을 유지하는 자세.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캐칭이라고 하고 하타 요가에서는 트리앙무코타사나라고 부른다.


  요가원에서 자주 만나는 친한 회원님이 있다. 하루는 회원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멋진 스케치가 올라왔길래 직접 그리신 거냐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너무 멋지다고 칭찬했더니 회원님이 보내온 메세지.

  '혹시 선생님도 올해의 목표 아사나 같은 것 있으면 말해 주세요. 그려 드릴게요!'

  냉큼 감사하다고 하며 위의 자세를 말했다.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수련 후반부에 우르드바다누라사나(위를 향한 활 자세)가 나온다. 이후에 드롭백 컴업이라고 하는 서서 몸을 뒤로 젖혀 손으로 땅을 짚었다가 선 자세로 올라오는 동작을 3번 정도 반복한다. 그러고 난 이후에 캐칭이라고 하는 자세를 연습하게 된다.


  지금 다니는 요가원에서 수련을 한 지도 이제 꼬박 2년이 넘었다. 처음 갔을 때는 드롭백 컴업은 커녕 우르드바다누라사나에서 손과 발의 간격도 저 멀리 있었는데 이제는 드롭백 컴업 정도는 특별히 부상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동작이 되었다. 그렇게 자세가 깊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즘의 목표는 캐칭이 되었다.


  캐칭을 연습할 순서가 되면 양손을 크로스해 어깨 위에 올리고 선생님의 도움을 기다린다. 선생님이 등허리 아래쪽을 받쳐 주시면 그 손을 믿고 매달리듯 몸을 젖혀 팔을 뻗는다. 바닥에 있는 내 손을 한쪽씩 떼어 발목으로 옮겨 주실 때면 선생님도 나도 초집중 상태가 된다. 선생님은 다시 내 골반을 잡고 살짝 움직여 균형점을 찾아 주신다. 그때부터는 내 몫이다. 놓치지 않게 발목을 꽉 잡고 단단한 하체 힘을 유지하며 보이지 않는 균형점을 감각으로 계속 찾는다.


  그림을 선물 받은 다음날 이 자세를 연습하는데 회원님 생각이 났다. 멋진 그림을 선물 받아서였을까, 그날은 처음으로 혼자서 3-4초 정도 균형을 유지했다. 모든 자세가 그렇듯 균형이 맞으면 불필요한 힘이 덜어진다. 생각보다 덜 힘들고 좋은 느낌이었다. 안정적으로 캐칭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날이 왔을 때 그림을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리기로 했다.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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