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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Mar 02. 2024

'이게 뭐라고'의 마법

아쉬탕가 이게 뭐라고





  매주 화요일 저녁, 요가원으로 출근하면 아쉬탕가 수업이 한창이다. 순서가 정해져 있는 아쉬탕가 요가는 수업 후 몇 분쯤 지나면 어떤 동작을 하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한 다리로 균형을 잡는 까다로운 자세를 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며 요가원에 들어선다. 수련실 밖에 앉아 몸을 풀거나 수업 준비한 것을 다시 훑으며 내 수업 순서를 기다린다. 미닫이 문틈 사이로 익숙한 소라 원장님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원장님의 수업은 늘 부드럽고 정다운 분위기다. 다정하면서도 장난기 있는 원장님의 원래 모습이 수업에도 그대로 배어 나와 크고 작은 웃음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제 회원님들은 아쉬탕가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많이 적응을 하신 것 같다. 익숙한 동작에서는 여유롭게 집중하시는 모습이다. 그러다 이제 빨래 짜듯 몸을 격하게 비트는 마리치아사나c를 할 때나, 누워 있다가 냅다 뒤로 구르는 차크라사나 같은 어려운 아사나(동작, 자세)가 나오면 몇몇 분들이 힘겨워 하기 시작한다. 원장님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자세를 시도하는 분들을 찾아 잽싸게 달려가 도와주신다. 비튼 몸을 견고히 고정할 수 있도록 받쳐주고, 무릎 밖으로 걸쳐놓은 팔뚝이 빠지지 않게 꾹 눌러 잡고, 뒤구르기를 할 수 있도록 골반을 잡아 일으켜 주신다.


  어떤 자세는 도움을 받아도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힘겹게 엮어 놓은 팔이 땀에 미끄러져 툭 풀린다거나 해도 해도 어려운 자세들에 헛웃음만 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원장님은 꼭 한마디를 붙여 주신다.

  "아유 이게 뭐라고~~ 그쵸~"

  끙끙거리며 애쓰다가도 이 말을 들으면 여기저기서 안도의 웃음이 퍼진다. 수련장에서 오고 가는 미묘한 분위기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포인트가 잘 맞아 들어가면 회원님들과 원장님이 같이 깔깔 웃어버리는 순간도 있다. 한번 같이 웃고 나면 몸의 움직임도 산뜻하게 가벼워진다. 어쩐지 다음 빈야사를 하는 회원님들 모습이 신나 보인다.


  원장님을 처음 만난 2년 전부터 꾸준히 들어온 '이게 뭐라고'. 이 말에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우리는 요가조차도 엄청나게 열심히 한다. 물론 집중, 몰입, 변화, 성장 등은 요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다. 하지만 한 끗 차이로 열심이 집착이 되기도 한다. 요가를 하면서조차 누구도 주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 이게 뭐라고 내가 이렇게 애쓰고 있나 생각하면 무척 안심이 되고 가끔은 이토록 열심인 스스로가 조금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한 회원님도 '이게 뭐라고'의 원리를 파악하신 듯했다.

  "소라 원장님 수업은 아쉬탕가도 그냥 쉽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게 뭐라고~ 하면서 그러니까."

  사실 아쉬탕가 요가는 동작과 순서가 정해져 있으니 누가 리드를 하건 상관없이 거의 비슷하게 힘들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힘든 요가다. 이 쉽지 않은 아쉬탕가 요가를 수월하게 하는 느낌이라니! 제일 좋은 말이 아닐까. 회원님들도 내가 원장님 수업을 들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느끼고 계시구나 싶었다. 이게 뭐라고에는 분명 힘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게 뭐라고'를 들으면 왜 안심이 되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지는지 말이다.

  그 말 안에는 믿어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더 해야지, 더 잘 해내야지 하고 몰아붙이지 않아도 이미 각자가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라는 존중. 사람은 스스로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믿음. 

  원장님의 유행어 '이게 뭐라고'를 종종 내 삶의 다른 영역에도 적용해 본다. 애쓰고 종종거리는 마음을 경쾌하게 위로하고 나면 다음으로 넘어갈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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