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향인 요가 강사다. 친한 이들은 내가 요가 강사를 하겠다고 할 때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임 인원이 4명을 넘어가면 실시간으로 기를 빨려서 공허한 리액션밖에 못 하는 사람이 요가 강사라니.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라니!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하며 시범까지 보이며 주목받는 일을 하겠다니 놀랄 수밖에.
약간의 해명을 하자면 먼저 첫 번째, 내향인이 사람들을 마냥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분명 좋아한다. 다른 점은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채워지면 일정량은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요가 강사는 생각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런 것 같다. ‘데모’라고 하는 동작 시연을 하고서는 바로 회원님들의 자세를 잡아주러 여기저기 다니기 때문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회원님들은 나보다는 각자의 몸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다!
내향인이든 그렇지 않든 요가 강사는 대체로 자신의 체력과 마음 에너지를 쓰며 사람들이 잘 움직이고 편히 쉬게끔 돕는다. 수업을 하다 보면 오히려 기운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나누는 것이 나의 역할이기 때문에 평소에 넉넉히 채워두려 한다. 체력이든 마음이든 말이다.
요가를 하면서 예전의 감정 기복이 많이 나아졌다. 몇 개월에 한 번은 무기력과 우울을 겪었고 요가 강사를 하기 직전에는 상담까지 받으며 치료를 받았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거의 다른 사람이 된 수준이다. 요가에 모든 해답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것에서 오는 안정감과 만족감이 크다.
그럼에도 한 달에 한번 호르몬이 달라지는 기간이나 어쩌다 약속 조절을 하지 못해 혼자의 시간을 못 챙기는 날들이 지속되면 위기감을 느낀다. 이럴 때는 빠르게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분이 좋든 나쁘든 수업은 해야 하니까. 그리고 한 사람이 가진 에너지는 말과 표정, 행동과 분위기를 통해 분명히 전달되는 법이니까. 하루의 끝에 고된 몸을 이끌고 요가원을 찾는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관리하는 것은 많은 부분 일상을 돌보는 것에서 온다는 단순하고 보편적인 지침이 요즘 내 삶에 조금 더 잘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아주 간단한 요리라도 집에서 하루 한 끼는 차려 먹기. 얼룩덜룩한 그릇이 눈에 걸린다면 조금 귀찮아도 고민 없이 고무장갑을 척척 끼고 설거지를 바로 해 두기. 유튜브 보는 대신 책 몇 쪽 더 읽기. 해가 늘어지는 오후 시간에 짧은 산책 하기. 그마저도 도저히 기력이 나지 않는 날에는 미련 없이 암막커튼을 치고 침대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그리고 저녁 수업을 갈 때에는 생각한다. 지금의 감정은 지나가는 것이고 다가올 감정을 예측하지 말자고 말이다. 역시나 그날 밤 수업이 끝나면 남은 긴장도 마음도 툴툴 털어진다.
어떤 이상이 있기에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는 듯하다. 요가원에서 보이는 것처럼 항상 웃는 얼굴이면 좋겠는데 속은 그렇지 못한 날이 있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애써 포장하면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이 되는 것 같다.
조금은 더 솔직한 모습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감정을 관리하여 늘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프로페셔널한 자세라 생각하지만 그 와중에도 지친 표정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한꺼풀의 마음을 더 벗어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몇 얼굴들이 떠오른다. 결국 혼자보다는 함께가 낫다는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