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매 Apr 20. 2024

궁극의 브라탑 찾기

무궁무진한 요가복의 세계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새벽 요가 수련을 하고는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오전 수업까지 가능했다. 땀이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불과 몇 주가 지난 지금, 이른 아침 시간부터 햇살이 따뜻하게 수련실 곳곳을 덥힌다. 수리야 나마스카라 몇 번을 반복하면 금세 땀이 송골송골 차오른다. 수련의 후반부에는 동작 두세 번에 한 번씩 수건으로 얼굴을 꾹꾹 눌러 닦아야 할 정도로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이 되었다.


  어제의 일이다. 잠깐의 사바사나가 끝나고 탈의실에 가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수업용으로 챙겨 온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한 브라탑을 입고 땀에 젖어 축축해진 수련용 브라탑은 가방에 넣어 다른 요가원으로 이동했다. 점심쯤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가방을 정리하며 보니 아직까지도 브라탑이 축축한 상태였다.

  '이 브라탑은 편하고 색도 예쁘고 다 좋은데 잘 안 마르는 재질이 흠이구나.'

  아쉽게도 하나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갈색 룰루레몬 브라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궁극의 요가 브라탑 찾기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옷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적당히 편안하고 잘 어울리는 옷이 있으면 별로 질려하지 않고 오래 입는 편이다. 요가복에서도 기본적인 기조는 같지만 이상하게 브라탑 쇼핑은 번번이 아쉬움이 남아서 새 브라탑을 사고도 금세 다른 디자인을 기웃거린다. 마음에 드는 브라탑을 찾으면 색깔별로 사다 놓고 정착하고 싶은데 아직 그럴만한 제품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는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기대하며 요가복을 주문해 보고는 마음에 안 들면 가차 없이 반품을 한다. 반품비와 택배가 오가는 환경 비용이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그간의 데이터가 축적된 만큼 나름의 기준과 보는 눈이 생겼다.


  왜 이리 궁극의 브라탑에 집착하냐 하면 요가를 수련할 때 브라탑은 그 자체로 이너이자 아우터이기 때문이다. 위에 뭔가를 덧입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 수련할 때에는 주로 브라탑만 입고 한다. 때문에 편안하게 몸을 잡아주는 기본적인 기능을 충실하게 하면서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잘 어울리면 더욱 좋겠다. 뿐만 아니라 동작을 할 때 거슬리지 않아야 한다.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요가에서 브라탑이란 패션 그 이상의 장비라는 얘기다.  


  나의 간단한 기준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우선 요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호흡이다. 숨 쉬기 편안해야 하니 흉곽이나 승모근을 과하게 압박하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수련하는 아쉬탕가 요가는 굉장히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쾌적하게 잘 마르는 재질이라면 좋겠다. 추가적으로는 다리를 머리 뒤로 넘겼다 빼는 동작(숩타쿠르마 등)을 할 때 어깨 끈이 내려오지 않으려면 레이서백 디자인이 조금 더 편한 것 같고, 상체를 숙이거나 작게 오므리는 동작들에서 부담스럽지 않도록 가슴 부분이 헐겁거나 많이 파이지 않은 디자인을 선호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성스러운 디자인보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아직 궁극의 브라탑은 찾지 못했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모은 브라탑을 매일 기분에 따라 골라 입으며 생각한다. 부족한 것 없이 마음에 쏙 드는 브라탑은 없지만 저마다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 그걸 더 높게 쳐주자고 말이다. 룰루레몬 플로우와이 브라는 승모근은 조금 조이지만 동작하기 편하고 그 옷을 입을 때마다 왜인지 수련이 잘 되는 느낌이라 좋아한다. 뮬라웨어 심리스브라는 여성스러운 디테일이 조금 거슬리지만 노출도 없고 더할 것 없이 편안하다. 얼마 전 사본 안다르 릴레어 브라탑은 가격 대비 훌륭한 재질에 색상도 마음에 쏙 든다.


  하루도 쉴 새 없는 우리 집 빨래 건조대에는 늘 브라탑들이 쪼르르 널려 있다. 가지런히 널려 있다가 차곡차곡 작은 서랍장으로 들어가는 나의 작고 가벼운, 든든하고 소중한 장비들! 언젠가 궁극의 브라탑을 만나 색상만 다른 같은 것들이 조르르 널려 있는 날에는 다시 한번 이 글감을 꺼내 예찬의 글을 써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과 발이 만나는 자세, 캐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