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스웨덴 부부 Aug 15. 2017

스웨덴 교육은 '왜'라는 물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인터뷰2. 20년 차 초등학교 교사 Emma Sjöberg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지척인 룬드 Klostergårdsskolan에 찾아갔다. 초등학교 교사인 Emma와의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스웨덴 교육 인터뷰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Emma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그녀가 일하는 학교와 우리가 사는 곳이 이렇게 가까운지 몰랐다. Emma가 일하고 있는 Klostergårdsskolan은 300명가량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작은 학교이다.


여름의 Klostergårdsskolan.


교환학생 경험도, 해외연수 경험도 없던 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숱하게 들었던 '다른 나라 교육은 이렇다더라'하는 이야기들은 '아- 그런 것도 있구나'하는 정도였지 실제로 크게 와 닿지는 않았었다. 가끔 한국과 아주 다른 교육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막연하게 자세히 알아봐야지 생각했지만 그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스웨덴에 나와 살며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스웨덴의 교사를 만나 교육에 대한 이야기 나누고 이 곳의 학교를 둘러보는 것은 내게 있어 큰 자극이자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나 여기 오기 직전까지 내가 몸담았던 초등학교라는 공간이 이 곳에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안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은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멀게만 느껴졌던 북유럽 교육, 스웨덴 교육이라는 것이 좀 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20년 차 초등학교 교사 Emma가 일하고 있는 Klostergårdsskolan, 그녀의 교실을 찾았다. Emma가 아이들을 하교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며 2시간가량 여유로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Emma는 스웨덴 초등교육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그동안 우리 부부가 알지 못했던 스웨덴 초등교육의 흥미로운 부분들이 담겨있었다.





- 기본적인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름, 나이, 경력, 전공 등)

 Emma : 이름은 Emma Sjöberg, 나이는 마흔다섯입니다. 경력은 20년인데 중간에 환경 관련 공부를 하려고 짧은 휴직기간을 가졌어요. 원래 말뫼대학교(Malmö högskola)에서 교육을 전공했고 제가 공부할 당시에는 학과 과정이 3년 반이었어요. 지금은 4년 반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자연과학 계열(과학, 수학) 분야를 공부했고 그래서 지금도 학교에서 과학, 수학 등 자연과학 계통의 과목들을 주로 가르칩니다.



- 교사가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Emma :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 같아요.(Just happened!) 자연과학(과학, 수학)을 공부했는데 그 분야에서 엔지니어와 같은 직업을 갖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교육 쪽으로 진로를 정하게 된 거죠.


Emma Sjöberg. 현재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 근무하고 있는 Klostergårdsskolan 소개를 부탁드려요.

 Emma : 우리 학교에는 6살에서 13살까지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0학년이라고 볼 수 있는 Pre school(*초등학교 입학 1년 전, 적응 과정)부터 6학년까지 총 30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죠. 한 학급당 22명~25명의 학생들이 있고 근무하는 교사는 약 20명 정도 됩니다. 제가 담당하는 4학년 우리 학급에는 22명의 학생들이 있어요. 



- 학급 학생 구성은 어떠한가요? 외국인 학생 등 출신이 다른 학생이 있나요? 수업은 스웨덴어로 진행되나요?

 Emma : 사실 ‘스웨덴 학생(Swedish Students)이 몇 명이나 되는가?’라고 묻는 경우 'What does that mean of 'Swedish students'?('스웨덴 학생'의 정의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모님 두 분 모두 스웨덴 사람인 경우(이것도 모호하지만)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제 생각에 2명 정도의 학생이 ‘스웨덴 학생’ 일 것 같아요. 2명의 난민 자녀들이 있고 나머지 학생들은 자신의 국적이나 부모의 국적이 다양해요. 하지만 모두 스웨덴어를 쓰고 스웨덴어로 수업을 받고 있어요. 



- 저는 한국의 초등 남성 교사입니다. 한국의 학교에서, 특히 초등학교에서 남성 교사의 비율은 매우 낮은데요. 스웨덴은 어떠한가요? 

 Emma : 여기도 비슷해요. 스웨덴 교사 전체의 남녀 비율까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험상 75:25 정도가 아닌가 생각해요. 스웨덴에서 교사의 봉급은 높지 않은 편임에도 해야 하는 일의 양은 굉장히 많아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남성의 경우 교사보다는 임금이 높은 직업군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요. 하지만 교사 부족 현상과 낮은 지원율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정부에서 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교사의 임금을 올리는 중인데 특히 작년에 봉급이 정말 많이 올랐어요. 최근 교사 대우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 초등학교의 하루 평균 수업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Emma : 하루에 6시간입니다. 학년마다 수업 시간이 다르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길어져요. 제가 맡고 있는 4학년은 8시 20분부터 수업을 시작해 2시에 끝납니다.



- 초등학교에는 어떠한 교과목들이 있나요?

 Emma : 스웨덴어, 수학, 과학(화학, 생물, 물리), 기술, 역사, 사회, 공예, 회화(Painting), 음악, 체육 등이 있어요. 모든 과목을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주요 과목을 꼽으라고 한다면 스웨덴어 교육을 꼽을 수 있어요. 스웨덴어, 수학이 주요 과목으로 여겨지고 학부모들이 이 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화, 정치와 관련된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과목들이 중요하고 이 모든 것이 다 잘 어우러져야 전인적인 교육으로 이어지니까요.



Emma 학급의 주별 시간표. 8시 20분부터 14시까지 수업이 있다.



- 초등학교의 일반적인 수업 방식은 무엇인가요? ( 예: 토의-토론식, 강의식, 암기식 등)

 Emma : 암기식 교육은 거의 하지 않아요. 수업은 주로 강의로 시작하지만 강의 후에 아이들이 하는 활동과 토론이 수업의 주가 된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균형 잡힌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토론을 위해서는 일단 지식을 쌓아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암기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학생들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나요? 한국의 경우에는 지필 평가, 결과 중심의 평가가 주된 평가의 방식을 사용합니다. 스웨덴의 경우 과정 중심의 평가인가요?  

 Emma : (수학 과목을 기준으로) 평가의 기준은 4가지입니다. 문제 해결에 있어 적절한 방법의 선택", “적절한 수학적 개념의 사용"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합리적인 근거 도출 능력", "문제 제시 능력 및 문제 해결 능력". 스웨덴에서는 ‘왜’를 생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어떤 것이 그냥 그렇다고 하고 넘기거나 외우기만 하는 식은 통하지 않아요. 그것이 ‘왜’ 그런지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물론 교사가 이 네 가지에 대한 세부 평가기준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죠.

 

Emma가 제시한 평가 기준 4가지. 스웨덴의 교육은 '왜'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까지 A, B, C 등의 성적을 매기지 않습니다. 단지 내년 각자의 ‘목표’를 정하고 학년이 올라갈 때 그것을 성취했는지, 내년에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공부할지 학생과 교사가 함께 이야기해서 정합니다. 물론 전체적인 커리큘럼이 있어서 모두 같은 공부를 하지만 학생마다 각자가 가진 작은 목표가 따로 있어요. 학생과 교사는 지속적으로 상담하며 이 목표를 향해 학생이 잘 나아가고 있는지, 또 어떤 새로운 목표를 세울지 지속적으로 상담합니다. 6년간 이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6학년 마지막 때 성적을 매기게 돼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7학년이 되면 그때부터 점수가 좀 더 중요해지고 더 분명한 주요 과목들이 정해집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시행하는 학생 평가를 학부모들이 얼마나 신뢰하나요?

Emma : 사실 학부모들이 이런 학생평가를 얼마나 신뢰하느냐, 이것이 또한 스웨덴 교육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예요. 기본적으로 스웨덴 교육에서 ‘평가’라는 것 또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스웨덴 교육과 사회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근거입니다. 교육에 있어서도 '평가'라는 것이 학생이면 당연히, 학교를 다니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평가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근거가 필요하죠.


스웨덴에서는 결과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가’란 그런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지 단순히 결과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죠. 그러한 믿음 아래 교사는 ‘모든 것’을 평가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험을 보고 시험 점수를 내는 식이 아니에요. 그래서 교사가 해야 하는 ‘평가’ 업무의 양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는 내가 하는 평가가 ‘왜’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두 이야기해주고 설득해야 합니다.


한 학기에 한 번, 학부모들과 함께 만나 이러한 내용을 공유해요. 스웨덴에는 학부모들이 학생 개인의 목표, 수업에서 하는 활동, 내 피드백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고 학부모들의 피드백도 꾸준히 체크해서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의 업무량이 많아요. 


스웨덴의 학부모들은 교사가 하는 일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요. 학부모들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교육 문제에 접근하며 자신들도 교육에 대해 이미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교사가 그저 ‘제가 전문가입니다. 제가 알아서 잘 합니다.’라고 말할 수 없어요. 학부모들을 대할 때 ‘왜’ 이렇게 교육하는지, '왜' 이렇게 평가하는지 잘 준비해서 설명해야만 합니다.



- 학급 담임교사의 권한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요? 한국의 초등학교 시스템은 교과, 인성, 건강, 안전 등 모든 분야를 담임교사 한 명이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또한 한 명의 담임교사가 20~30명가량의 아이들을 모두 책임지는데, 스웨덴도 이와 마찬가지인가요? 아니면 분야별로 담당교사가 따로 존재하나요?

 Emma : 학교마다, 또 학급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 학급의 경우 과학, 수학 등의 자연과학 계열의 과목들은 담임인 제가 가르치고 있어요. 스웨덴어와 사회 과목의 경우 다른 교사가 가르칩니다. 둘이 협업을 하는 구조죠. 제가 담임이다 보니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제가 맡고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지방자치 지역(Municipality)마다 다른 교육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거예요. 그리고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의 경우 모든 과목을 혼자 다 가르치기도 합니다.



- 교과서는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하나요? 아니면 교사 스스로 선택이 가능한가요?

 Emma : 교과서는 교사가 직접 선정합니다. 따라서 같은 학년이라도 학급마다 교과서가 달라요. 교사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모두 정하고 운영해요. 물론 이러한 구조 때문에 전학을 가게 되면 교과서를 모두 새로 받아야 하고 교과 내용도 달라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Emma가 보여준 교육부 차원에서 내려온 교육 지침. 굉장히 심플하며 큰 질문들만 주어져 있다. 


- 그 말인즉, 교사가 학급의 교육과정 전체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담임이 변경할 수 있는 교과의 수준은 어디까지인가요?

 Emma : (교육부 차원에서 내려온 지침을 보여주면서) 교육 지침은 있어요. 하지만 이 안에는 아주 큰 질문들만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과학 교과의 한 챕터에서 ‘인간은 자연에 기대며 살아간다. 이는 ‘지속가능성’과 어떻게 연관되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큰 질문이 주어집니다. 그러면 교사는 학생들이 이 큰 질문을 이해하고 자기 나름의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수업 내용을 짭니다.


스웨덴 교육에서는 수업 내용과 관련하여 교사의 자율성을 굉장히 존중합니다. 다만 교사는 '학생들이 왜 이것을 배워야 하는지' 그 목적을 분명히 지도해야 하고 그 주제에 있어 학생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이는 정답을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의 교육과도 연결되죠. 스웨덴 사회와 교육에서는 창의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 방금 지속가능성에 대해 예시가 나왔는데 스웨덴에서 지속가능성 혹은 환경에 대한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Emma : 지속가능성은 환경 분야에 한해서만 연관된 것이 아니에요. 사회, 지리 등 거의 모든 분야, 과목과 관련된 개념이기 때문에 한 과목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배우게 됩니다. 지금 제가 가르치는 4학년 정도의 수준에서는 지속가능성(환경)에 대해서 ‘잘못’과 ‘죄책감’의 관점에서 주로 접근합니다. 그 이유는 4학년 수준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개개인의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작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것들, 예를 들면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함께 쓰레기를 정리하고 또 그것을 갖다 버리면서 그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교실 벽 한켠에 전시된 아이들 작품


- 정규수업 시간 이후,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나요?

 Emma : 우리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은 없어요. 단, 원하는 가정이 있으면 학교에 따라 방과 후에 학생들을 돌봐주는 교실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방과 후 돌봄 교실과 비슷한 구조)



스웨덴에는 ‘학원’이란 것이 있나요?

 Emma : 제가 알기로 학원과 과외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스포츠 활동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스포츠와 악기, 두 가지에 관해서 더 깊이 있게 배우려는 아이들이 있으면 지방 자치 단체에서 운영하는 예체능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무료였는데 지금은 수요가 높아져서 그런지 약간의 돈을 내야 하더군요.


교실 안에서 Emma의 사무공간, Emma는 이곳이 작지만 편안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 스웨덴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교사가 되나요?

 Emma : 제 경우에는 3년 반의 대학 교육을 받았는데, 현재는 4년 반으로 바뀌었어요. 대학에서 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이수해야 하죠. 제가 교사가 되었을 때는 대학 과정이 끝난 뒤 1년간 학교에서 실제 경험을 쌓아야 했어요.(현재는 1년 수습 과정이 없어졌다고 함) 이 기간 동안 문제없이 일을 마치면 교사 자격을 얻게 되죠. 여기에서 문제란 것은 (교사의 잘못으로) 경찰이 오거나 하는 정도의 큰 일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처럼 임용고시를 통해서 교사를 선발하지는 않아요.



- 한국의 경우 공립학교 교사는 5년마다 학교를 이동해야 합니다. 스웨덴 공립학교 교사의 경우, 학교 이동이 있나요? 몇 년마다 인사이동이 있나요?

 Emma : 우리는 그런 시스템은 없어요. 한 학교에 계속 있고 싶다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요. 심지어 같은 교실을 계속 쓰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죠. 또한 우리 학교의 경우 한 교사가 같은 학생들을 3년간 맡아서 가르칩니다. 저와 이 아이들의 관계는 이 교실에서 3년 동안 이어집니다. 



- 요즘 한국에서 교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스웨덴에서 교사가 되는 것도 그러한가요?

 Emma : 전혀 아니에요. 교사 지원율, 경쟁률이 매우 낮아요. 사실 이건 큰 문제입니다. 교사는 되기 쉬운 직업이라는 인식 혹은 극단적으로 보아 누구나 교사가 되려고 하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생기는 것은 좋지 않아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교사의 봉급은 특별히 높지 않은데 학생들의 교육 과정을 모두 교사가 만들고 학생 생활 전반에 대한 평가업무도 매일 해야 해요. 또한 이 내용들을 학부모들과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매우 많습니다. 그것이 교사라는 직업이 인기가 없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 스웨덴에서 공립학교 말고 사립학교는 어떠한가요?

 Emma : 개인적으로 스웨덴에서 사립학교는 큰 문젯거리라고 봐요. 사립학교는 학교 자체에서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광고를 많이 해요. 학생들에게 높은 성적을 준다거나 엘리트 스쿨이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기 때문에 이런 사립학교들은 우리 사회의 분열에 기여하고 있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견해에 기대기보다 교육부 관계자나 사립학교 관계자를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면 이해하기 더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 교사에 대한 대우와 과중한 업무량, 사립학교 운영 문제 외에 개인적으로 스웨덴 교육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mma : 요즈음 학생들과 사회 분위기는 많은 것들을 동시에 하자는 식이예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를 참을성 있고 깊이 있게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한 가지를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배우는 교육 방식을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스웨덴에서 교육은 의식주처럼 인간의 당연한 권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배움에 대한 특별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에 대해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 스웨덴에서 교권 문제는 없나요?

 Emma : 저는 담임이고 아직 젊은 교사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요. 학생과 교사 사이의 깊이 있는 관계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 가지 교과를 일주일에 한두 번 가르치는 교과 선생님의 경우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가 깊이 있게 형성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생기죠. 아이들이 교과 선생님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다든지, 담임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든지 하는 문제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스웨덴에는 젊은 사람들을 사회의 기반으로 여겨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어요. 일종의 ‘젊은 문화’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요. 스웨덴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좀 더 존중받고 존경받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그래서 사실 교권 문제는 거의 퇴임 기간이 다 되어가는 나이 많은 교사들에게 많이 발생합니다.



- 스웨덴 교육에서 가장 긍정적인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Emma : 스웨덴 교육은 전인 교육을 위해 힘씁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 연결성을 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즉, 어떠한 큰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작은 요소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 것을 중시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수학을 배우더라도 단순히 공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역사적 사실까지 모두 연결 지어 생각하도록 교육합니다. 사회의 어떠한 요소 한 가지도 그저 그 자체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Emma 학급의 모습. 한국의 교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Emma와의 교육 인터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만난 첫 번째 스웨덴 교사이기도 했고 직접 스웨덴의 초등학교를 방문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Emma와의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그녀의 교실은 많은 부분 한국의 초등학교 교실과 닮아 있었다. 교실 앞에 위치한 칠판(화이트보드), 교실 벽을 꾸미는 아이들의 미술 작품, 하교 시간에 아이들과 선생님이 서로 따뜻하게 포옹하며 인사 나누는 모습까지... 그러한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얼마 전까지 근무했던 학교와 아이들이 떠올랐다. 스웨덴 학교와 스웨덴의 교육은 우리나라의 교육과 모든 면에서 많이 다를 것이란 내 편견 역시 깨졌다.


하지만 스웨덴과 우리의 교육 사이에는 닮은 점보다 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학교와 교실, 학생과 교사라는 같은 구성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교육과 교육에 대한 생각이 그것이다. 다음 화에서는 Emma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스웨덴 교육과 한국 교육의 차이점, 내가 느낀 우리 교육의 단면을 인터뷰와 연관 지어 글로 풀어 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조금 더 객관화시킬 수 있고 낯설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더 나은 우리 교육의 방향은 어디일까?'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눠볼 수 있길 바란다.

이전 03화 부모와 국가가 함께 키우는 아이 -스웨덴의 유치원 정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