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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Aug 02. 2022

Runner’s log

5. 2년 2개월, 드디어 10km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엔) 1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그리고 달린다는 움직임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고작 1분을 달리고, 숨이 턱에까지 차서는  ‘조깅’을 내 일상의 한 부분으로 만들려 했던 나의 소박한 야심을 비웃는다. 그래도 계획을 세웠으니 하루만에 포기하고 돌아설 수는 없지.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며 겨우 20분을 채우고, 역시 달리기는 나와 맞지 않아, 이 과정이 몇 차례 반복 되다가, 조깅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어느 비 내리는 아침, 혹은 전날의 숙취로 인한 늦잠을 계기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러다가 새해가 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몹쓸 긍정 기운에 조깅을 다시 시도 해볼까? 와이 낫? 계획표 마지막에 옵션처럼 ‘조깅-30분’을 채워 넣는다.

2020년 여름, 나는 초보 러너를 코칭해주는 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앱을 다운 받았다. 지난 실패들을 기억하기에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운동화를 신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느 햇살 좋은 아침, 집 밖으로 나갔다. 헤드폰을 쓰고, 앱이 지시하는대로 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기3분, 빠르게 걷기 4분, 뛰기 1분, 걷기 2분, 뛰기 1분, 걷기 2분, 이런 식의 20분에서 30분 분량 인터벌 트레이닝은 신기하게도 시작하자마자 ‘포기’를 떠올렸던 나로 하여금 할만한데?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앱의 도움으로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고 2달이 지났을 무렵 나는, 굉장히 힘겹기는 하지만 어쨌든,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조깅’은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고, 내 새해 계획표 ‘조깅-30분’ 자리엔 ‘10km 완주’가 자리하고 있다. 그럼, 이 목표를 성공 했느냐? 그렇다. 지난 7월에 어쩌다보니 10km를 완주 했고, 1주일이 지나 다시 한 번 10km를 달렸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지 2년 2개월 만의 성공이다.


일단 달리기를 시작하면 무조건 5km 달리려고 한다. 몸이 유난히 힘든 날도 있지만 (3-4km 뛰어야겠다, 해도) 막상 3km 뛰고 나면 5km 무리없이  수가 있다. 몸이 가벼운 날엔 6-7km 뛰는데 7km 뛰면 다리가 갑자기 무거워져 오늘은 그만하자, 된다. 그리고 올해는 10km 뛰어봐야 할텐데... 과연   있을까? 이런 식이면  실패할  같은데... 그래도 몸에 절대 무리는 주지 말자, 나도 이제 몸을 챙겨야하는 나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로 마음까지 무거워진다. 속도나 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록을 넘어섰을때의 쾌감이란!

 

그 날은 5km만 뛸 생각이었다. 그런데 뛰다 보니 6km를 지나 7km를 뛰었고, 더 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오늘 8km를 뛰고, 8월에 9km, 가을에 10km를 뛰는거다! 하는 마음으로 계속 뛰었다.

나이키 런 앱이 까마득하기만 했던 8km를 완주를 알려주었다. 이제 멈출까? 글쎄... 아직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이 그 날인가? 나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10km를 완주하게 된 거다. 나의 달리기 평균 속도는 6분 40초-7분 이기 때문에 30-40분을 뛴다고 해서 숨이 가쁘지는 않지만 거리가 길어지게 되면 (나의 경우) 확실히 발바닥과 무릎에 반응이 오고, 달리기를 멈춘 순간부터 엉덩이에서부터 허벅지까지 묵직하게 마치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는 것 같은 피로가 느껴지는데 10km 완주 끝에 내가 느낀 몸의 피로는 7km를 뛰었을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 새해 계획표에 다른 목표를 써 보려 한다.

하나는 10km마라톤 대회 출전이고, 또 하나는 20km 완주. 첫 번째는 시간을 내어 대회가 있는 도시까지 간다면 실현 가능한 목표고, 20km는 글쎄... 상상이 가지 않는다. 솔직히 회의적이다. 30분 쉬지 않고 달리기와 10km완주와는 급이 다른 목표 같기도 하고. 그런데 20km완주라고 쓰고 보니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하하! 그냥 웃음이 막 나온다.


2년 넘게 신은 운동화의 바닥이 많이 닳아서 오늘 큰 맘 먹고 새 운동화를 장만했다. 블로그와 유튜브 검색에 몇 시간, 각종 사이트 가격 비교에 또 몇 시간,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운동화다. 부디 새 신을 신고, 폴짝 폴짝 몸도 마음도 가볍게 달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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