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이 세대의 어른들과 얘기하다 보면 참 갈리는 포인트 중 하나가 회사, 직장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직장은 '평생직장'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돈 벌기 위해 잠시 근무하는 곳이라기보다는 평생에 걸쳐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렇기에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받칠 수 있는 평생의 동반자와 같았다. 재밌는 건 이들은 IMF를 직격으로 겪으며 이제 더 이상 한국에 '평생직장'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세대이면서도 '평생직장'에 대한 믿음이나 향수가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세대는 어떤가? IT 직종에서 유행하던 '이른 퇴직 후 치킨집 사장'이라는 농담은 이제는 모든 직종으로 퍼졌다. JTBC 뉴스에까지 나왔듯이 '결국 치킨집 사장'이라는 말은 직종을 가리지 않고 우리 세대의 현실인식이 되었다.
이러한 우리 세대의 현실 인식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먼저 '패스트 캠퍼스'나 '러닝 스푼즈' 같은 성인 교육 시장의 괄목한 성장이 있다. 패스트 캠퍼스 같은 경우 성인 교육 사업의 대표주자로 모두 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했지만 2017년 매출 100억을 달성 함으로써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공부에 목말라 있는지 증명해 냈다. 우리 아버지 때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 세대가 여가 시간을 회식이나 회사 내 업무에 사용했다면 지금 세대들은 그들의 시간을 자기 발전이나 회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쓰기 때문이 아닐까?
인기 키워드에서도 이와 같은 우리 세대의 현실 인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유행하게 된 '퇴사 준비생', '퇴사 이후의 삶', '퇴사 학교', '디지털 노마드'와 같은 용어들은 우리 세대의 현실 인식에 대한 하나의 표현이다. 이제 퇴사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20, 30대부터 준비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서점에 가도 이러한 주제의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면 놀라게 될 것이다.(아니, 솔직히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놀라지 않는다.)
그야말로 결칰세대(결국 치킨=퇴사 세대)라 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이런 현상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거 같다. 다른 포스트에 쓰겠지만 나의 경우는 평생 회사원으로 사는 게 너무 무서웠다. 과연 평생 회사원으로 살다가 은퇴하고 죽을 때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남는 게 무엇인가? 가 사춘기 이후부터 계속해서 내 인생의 질문 중 하나였다. 이는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이 살까로 이어졌다.
무조건 어떤 삶이 좋고, 어떤 삶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사람들 머릿속에 옵션이 더 늘어난 것이 결칰세대의 긍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전까지는 좋든, 싫든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은 회사원이나 전문직이었고 프리랜서라던지 창업, 특히 1인 창업은 굉장히 낯선 삶의 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은 생각해 보게 되는 삶이다. 삶의 선택 옵션 중 하나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은 생소하고 낯설다. 어디다 물어보거나 참고할 만한 것도 드물다. 그래서 이미 나와서 많은 시도와 에러를 겪은 결칰세대들이 그렇게 블로그나 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 하나 보다. 이 매거진도 앞으로 홀로서기 위한 많은 시도들을 해보고 그것을 기록하려 한다. 이후에 다른 옵션을 선택한 우리 세대들을 위한 하나의 디딜돌이 되었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