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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의 계단 밑 연구실 Jun 02. 2018

<Day-2> 결칰세대

아버지 나이 세대의 어른들과 얘기하다 보면 참 갈리는 포인트 중 하나가 회사, 직장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직장은 '평생직장'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돈 벌기 위해 잠시 근무하는 곳이라기보다는 평생에 걸쳐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렇기에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받칠 수 있는 평생의 동반자와 같았다. 재밌는 건 이들은 IMF를 직격으로 겪으며 이제 더 이상 한국에 '평생직장'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세대이면서도 '평생직장'에 대한 믿음이나 향수가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세대는 어떤가? IT 직종에서 유행하던 '이른 퇴직 후 치킨집 사장'이라는 농담은 이제는 모든 직종으로 퍼졌다. JTBC 뉴스에까지 나왔듯이 '결국 치킨집 사장'이라는 말은 직종을 가리지 않고 우리 세대의 현실인식이 되었다. 


결국 치킨이라고 말씀 하시는 손석희 옹


이러한 우리 세대의 현실 인식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먼저 '패스트 캠퍼스'나 '러닝 스푼즈' 같은 성인 교육 시장의 괄목한 성장이 있다. 패스트 캠퍼스 같은 경우 성인 교육 사업의 대표주자로 모두 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했지만 2017년 매출 100억을 달성 함으로써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공부에 목말라 있는지 증명해 냈다. 우리 아버지 때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 세대가 여가 시간을 회식이나 회사 내 업무에 사용했다면 지금 세대들은 그들의 시간을 자기 발전이나 회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쓰기 때문이 아닐까?


인기 키워드에서도 이와 같은 우리 세대의 현실 인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유행하게 된 '퇴사 준비생', '퇴사 이후의 삶', '퇴사 학교', '디지털 노마드'와 같은 용어들은 우리 세대의 현실 인식에 대한 하나의 표현이다. 이제 퇴사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20, 30대부터 준비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서점에 가도 이러한 주제의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면 놀라게 될 것이다.(아니, 솔직히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놀라지 않는다.) 


그야말로 결칰세대(결국 치킨=퇴사 세대)라 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이런 현상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거 같다. 다른 포스트에 쓰겠지만 나의 경우는 평생 회사원으로 사는 게 너무 무서웠다. 과연 평생 회사원으로 살다가 은퇴하고 죽을 때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남는 게 무엇인가? 가 사춘기 이후부터 계속해서 내 인생의 질문 중 하나였다. 이는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이 살까로 이어졌다. 


무조건 어떤 삶이 좋고, 어떤 삶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사람들 머릿속에 옵션이 더 늘어난 것이 결칰세대의 긍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전까지는 좋든, 싫든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은 회사원이나 전문직이었고 프리랜서라던지 창업, 특히 1인 창업은 굉장히 낯선 삶의 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은 생각해 보게 되는 삶이다. 삶의 선택 옵션 중 하나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은 생소하고 낯설다. 어디다 물어보거나 참고할 만한 것도 드물다. 그래서 이미 나와서 많은 시도와 에러를 겪은 결칰세대들이 그렇게 블로그나 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 하나 보다.  이 매거진도 앞으로 홀로서기 위한 많은 시도들을 해보고 그것을 기록하려 한다. 이후에 다른 옵션을 선택한 우리 세대들을 위한 하나의 디딜돌이 되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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