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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우카 Sep 08. 2021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이소라의 노래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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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헤매고 만다. 사랑이란 말 앞에서 아니 사랑을 안다고 생각했다. 많은 수고를 들여 사랑을 했다. 하지만 당신이 사랑을 물어오면 난 이렇듯 사랑 앞에 길을 잃는다. 무엇이 그렇게 단호하게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을 하게 하는 것일까? 굳게 다문 것은 입술이 아니라 닫힌 마음이다. 그 마음은 어디에서 끝이 나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자주 맞잡은 손을 놓치고 자주 시선이 부딪히며 불꽃을 피워냈다. 그러는 사이 서로의 마음은 조금은 엇나가버린 것일까? 어쩌면 처음부터 내 사랑은 당신의 굳게 잠긴 마음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을 뿐 단 한 번도 열린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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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가파른 밤길을 올랐을 때 그 끝에는 달하나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짙은 어둠이 사방의 고요를 아래로 아래로 땅을 향하게 하고, 달만은 처연히 떠올라 하늘로 비상을 꿈꾸고 있었다. 그 비장함은 날 선 검과 같은 한기가 서려있다. 당신과 나 함께였지만 그 지독한 외로움은 무엇이었을까? 가 닿지 않는 사랑. 길을 잃어버린 내 사랑의 지독한 외로움이었을까?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마음에 닿은 것은 누구의 얼굴이었을까? 난 당신이 사랑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날의 그 하늘을, 그 하늘의 그 달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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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멈추어야 하는 때가 있다는 것을 이만큼 나이를 먹고도 알지 못했다. 견디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서성이는 마음이 가 닿을 거라 생각한 것도 착각이다. 가끔의 친절과 가끔의 마음 이어 짐이 당신의 최선이라는 것. 그 외의 대부분의 시간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변명만이 쌓여가는 시간이란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처음부터 아니었던 것은 당신이었을 뿐. 나에게는 이렇게 말하지 말아 주길.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예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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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노랫말이 마음을 맴돈다.

가을이 온다. 이별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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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려 한다고
괜한 헛수고라 생각하진 말아요

내 마음이 헛된 희망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려 한다고
나의 무모함을 비웃지는 말아요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그대 없이 나 홀로 하려 한다고
나의 이런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나를 설득하려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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