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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하게 Jul 21. 2020

4. 66일이면 습관이 된다고? 660일로도 안 되더라

대기업 홍보실 뉴스 스크랩 알바

무슨 일이든 66일동안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 66일간 특정 행위를 반복하면, 대단한 결심이나 의지 없이도 그 행위를 할 수 있게 되는 '습관화'가 완성된다고 해요. 저는 사실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아침형 인간을 지향하는 사람이에요! 아침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면,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을 때 나는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쾌감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반면 잠은 또 엄청 많아서, 10시 11시까지 늦잠자는 게 세상행복한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제가! 약 3년간 아침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었어요. 군대를 갔다온건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뉴스 스크랩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게 3년을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크게 1년동안은 출근해서 했고, 나머지 2년은 집에서, 또는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 출근시간 전에 했는데요. 그만둔지 3년이 된 지금, 아직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는 힘들어요 ㅠㅠ 제가 좋아하는 모닝 수영을 할 때는 또 새벽에 엄청 잘 일어났지만요!


이번 편에서는, 1년동안 출근에서 한 일을 소개해드릴게요! 광화문에 있는 H기업 홍보실에서, 매일 아침 임원분들에게 나가는 뉴스 스크랩을 만드는 작업을 홍보팀 직원분들과 함께 한 거인데요! 재택으로 한 건 다음 글에서 이어서 써보겠습니다!




우선 제가 이 알바를 하게 된 시기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시기예요! 대학원에서도 교수님 조교도 하고, 따로 FTA 통상 과정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해설 봉사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요, 그래도 부족했는지 (아마 용돈이 부족했을....^_ㅠ) 어느새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저를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ㅎㅎ) 연애도 하고 있던 시기라, 저녁과 주말은 데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벽 알바에 눈이 가게 되었어요. 왜냐면 홍보실 알바의 일과는 아침 6시 15분에 출입카드를 찍고 건물에 들아간 후, 우편함으로 가득한 2층으로 간 후, 홍보실 이름으로 온 약 15종의 신문을 챙겨서, 7층(가물가물....) 홍보실로 간 다음, 신문을 중요한 순서대로 책상에 배열해두고, 노트북을 켜서 신문 스크랩 프로그램에 접속해두는 거예요.


그러면 6시 30분부터 대리님, 과장님이 들어오시고, 각자 맡은 신문을 스캔하면서 그 날의 중요 기사를 '신문-지면-타이틀' 순서대로 종이에 적기 시작해요. 그동안 저는 신문 스크랩 프로그램에서, 주어진 '보험, 경제, 금융' 등 10여 개의 검색어를 하나씩 넣고, 관련 기사를 복사해서 워드였는지 한글이었는지에 한 페이지에 한 장씩 붙여 넣기 한 다음에, 프린트해서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아 두는 거예요.


그럼 이제 대리님, 과장님이 한 10개 정도씩 기사를 적으시면, 기사 타이틀을 적은 종이를 저에게 건네주고, 저는 다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그 기사들을 찾아서 프린트하고, 대리님 과장님은 제가 프린트해둔 기사를 읽어보면서 추리고! 여기서 이제 시간이 갈수록, 제가 미리 찾아둔 기사랑, 대리님 과장님이 고르신 기사랑 일치하는 게 많아지면서, 손발이 맞아지기 시작하는 그런 시스템이에요.


그리고 마지막 7시쯤에 실장님이 들어오셔서, 우리가 추린 기사 20여 개를 보면서 한 번 더 추리는 작업을 하고, 주요 일간지는 한 번 더 보시면서 빠진 건 없는지 살펴보시고, 저는 그동안 환율과 만평 6개를 예쁘게 한 장씩 편집해서 프린트하면 일단 업무는 끝이에요!


그리고 이제 실장님, 과장님, 대리님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셔서 업무를 시작하고, 저는 최종 추려진 기사를 들고 한 층 위로 올라가서, 복사기에 3부 복사해서, 실장님 자리로 갖다 드리고, 돌아와서 널브러진 신문들을 정리하고, 7시 15분에서 반쯤에 퇴근하면 정말 알바 끝!


물론 이분들이 원하는 기사들을 딱딱 찾아서 미리 프린트해두면 좋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센스는 있으면 좋은 일이지만, 사실 사업이나 실적에 관련된 일도 아니고, 일적으로는 그렇게 중요한 건 없는 알바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사실 제일 중요한 건 펑크 안 내고 정시에 딱 그 자리에 있는 거!


정말 딱 풀로 1년 채우는 동안, 결석은 한 번도 안 했고, 딱 한 번 15분 정도 늦은 적이 있는데, 그 날은 아침에 졸다가 급하게 내리면서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린 거예요. 건물에 출입할 때 직원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어서, 다행히 금방 알아차려서, 얼른 택시 타고 버스를 쫒아가서, 몇 정류장 후에 버스를 따라잡고 얼른 지갑을 챙겨서 다시 택시 타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네요.


나머지 날은 정말 가서 졸면서 하는 한이 있더라도, 성실하게 출근했는데, 하루는 전날에 너무 과음해서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비닐봉지를 잔뜩 챙겨서 출근했어요. 그래서 회사에는 어찌어찌 잘 도착했는데, 속이 너무너무 안 좋은 거예요. 그래서 진짜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을 거 같을 때는, 화장실 가는 척 나가서, 바로 옆방 가서 비닐봉지에 토하고 다시 돌아오고, 이렇게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_ㅠ 직원 분들도 정말 모르신 건지, 아니면 아시면서 모른척해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ㅎㅎ


그러고 나서 일과를 다 끝내니, 정말 힘이 다 풀리고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집에 갈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ㅜㅜ 그래서 그날은 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근처 모텔을 잡아서 하루 종일 자다가 집에 갔습니다... 퓨....ㅋㅋㅋ


배틀을 하지고 하는 건 아니고 자랑도 아니지만 ㅎㅎㅎ 혹시 '난 술 마시고 이것까지 해봤다?', 하나쯤 있으신가요? 저에게 가장 큰 흑역사는, 술 먹고 화장실에 들어가 놓고, 너무 취해서 문을 못 열어서, 문 아래의 틈 사이로 기어 나온 거예요... 하하..... 물론 저의 기억 속에는 없고, 친구들이 알려준 거긴 하지만.... 흑..... 다행히 아무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놓진 않아서, 아직도 놀림은 받지만 충격받지는 않았어요 ㅋㅋ


뭔가 큰 해프닝 없이 이렇게 그 날의 일을 담담하게 쓴 거 같은데, 음, 사실 돌아보면 그 1년은 저에게 꽤나 많은 생각을 준 거 같아요. 일단 당시의 저는 제가 회사에 취직을 할지 꿈에도 생각 못했고 (첫 회사에 들어가기 3개월 전만 해도 저는 제가 고시에 합격해서 공무원을 하거나, 전문직이나 프리랜서?를 할 줄 알았어요 ㅎㅎ), 그만큼 순수한 외부인의 관점에서 이 조직을 관찰한 거 같아요.


좋았던 건 아마도 이제 평생 갈 일 없는 대기업의 건물을 매일매일 드나들었고 (건물 전체가 회사라닛!!), 또 대기업 대리, 과장, 실장님들이랑 아침 일찍부터 이것저것 이야기한 게 너무 재밌었어요! 진짜 눈앞에서 드라마 보는 느낌? 기자들이랑 술 마신 얘기, 골프 접대 얘기, 가족 얘기 등등! 당시 아직 어른 친구가 없었던 저에게는 신선한 얘기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스스로 저의 성실함에 대해서 놀랐던 기억이기도 합니다 ㅋㅋ 특히 숙취로 정말 힘들었던 그날을 비롯해서, 아픈 날, 피곤했던 날,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물론 있었을 텐데, 월화수목금 매일 같이 5시에 기상해서, 하루도 안 빠지고 간 제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어요! ㅋㅋ 그 후로 자신 있게 저를 성실한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제가 1년간 5시에 출근길에 나서며, 얻은 가장 큰 자산인 거 같아요. 나를 믿게 된 것. 생각보다 나 자신에게 자신감이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한 자산인 거 같아요!


아직도 마지막 날, 저녁에 따로 시간 내주셔서 근처에서 베이징 덕을 사주시고, 개근 선물이라며 디올 립스틱을 받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ㅠㅠ 당시 제가 외무고시 공부 중이라서, 합격하고 연락드린다고 했는데, 공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때려치워서 아직까지 연락도 못 드리고 있는데, 가끔 생각나면 카톡으로 바뀌신 프사 염탐하고 그런답니닷 ㅋㅋㅋㅋㅋ 행복하세요!!>< 




이 때부터는 페이스북 말고 인스타를 했네요! ㅋㅋ 당시 모닝 감성 가득 담은 포스팅 4개를 찾아왔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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