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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Dec 24. 2023

해외여행 후 여행하듯 일상을 보낸 한 달

2023년 10월 일하고 공부하고 활동한 일기 

#7박 9일 엄마와 크로아티아 여행 

9월 29일 출국하여 10월 7일 돌아온 여정이었다. 패키지여행을 처음 가봐서 그런가, 가이드 운이 좋아서 그런가, 어느 곳이나 잠을 잘 자는 나라서 그런가, 날씨 운이 좋았고 버스 타고 조금씩 돌아봤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의 모든 곳이 인상적이었다. 특출 나게 맛있는 음식은 없었던 건 놀라웠지만 그저 엄마와 모든 순간 함께 하며 나눈 순간이 재밌었다. 특히 짧고 소중한 자유시간에 엄마와 카페에서 엄마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참 좋았다. 엄마도 그러했기를 바라며, 앞으로 가족과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패키지로 가야겠다고, 엄마가 그림을 더 자주, 즐겁게 그릴 수 있도록 잔소리를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여행기는 따로 자세히 풀어야지. 그 언젠가...라고 적었는데 해를 넘겨 풀고 있는 중 ㅎㅎ 

모녀의 해외여행기(클릭)

 

류블라냐 삼중교를 슥삭 그리고 두브로브니크 범선을 보고 그리는 엄마의 집중의 입술 귀요미
스플리트 야자수와 구도심을 그리셨다
크로아티아 여행 마지막날 시골마을의 사진 스폿에서 모녀


여행에서 돌아온 후 동생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와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랜만에 세 남매가 모여 종로 3가 주변을 돌아다니니 서울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나의 혈육 둘



#무릎 치료 

8,9월 한차례 씩 풋살 하다 왼쪽 무릎이 삐끗하기도 했고, 여행 가서도 무릎이 몇 차례 신호를 줬기에 귀국하고 그다음 주부터 동생이 열려준 한의원을 다녔다. 자신의 침술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한의사께서 계속 오른쪽 다리와 팔에 침을 놓길래 내가 왼쪽 무릎이라고 한 말을 오른쪽으로 들으신 걸까, 아니면 내가 말을 잘못했나 한참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의사께서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으셨는지, 다 연결되어 있고 자신은 근원적인 치료를 하는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신기한 한의사 분이셨다. 갈 때마다 본인의 자부심 이야기를 듣는 건 조금 힘들었지만 근원적 침술 덕분인지 여섯 번 정도 다니고 나니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닌 건 치과 외에는 없었는데 앞으로는 내 몸의 신호를 잘 듣고 다양한 치료를 받아야 함을 내 몸이 나이가 들어감을 당연히, 겸허하게 슬퍼말고 받아들여야지. 자, 무릎이 나아졌으니 11월에는 달리기를 할 수 있겠다.  


#N잡러 일기  

9월부터 주말마다 세종시에 가서 교육 프로그램 기록자로 알바를 했는데 10월 마지막 주 무용수업을 끝으로 세종시에 갈 일은 끝이 났다. 구도심이 없는 뉴타운은 어디를 가도 비슷한 모습이지만 그 자체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마치 모르는 곳에 여행을 가서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보며 신기하게 안도감을 느끼는 기분 말이다. 아직 세종시에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위한 건물은 없어서 그런 안정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초등학생들이 참여하는 복작한 예술수업에 나도 끼어들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근엄하게(?) 기록에 집중하였다. 노을 지는 시간, 잔디 위에서 춤을 만드는 무용가들이 참 멋졌지.  


평일에도 일하고 주말마다 일정이 있어서 피로가 누적되던 차, 세종시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길 오송역에서 피곤함을 쫓아보려 자판기에서 처음으로 솔의눈을 마셔봤는데 왜 하이볼(!)과 어울리는지 알 것 같았다. 

 


#도공디공 10월은 서울 도봉구

작년에 도서관 탐방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성북구 산 중턱이 있는 오동공원, 오동숲속도서관을 시작으로 장위동을 지나가다가 멋진 건축물도 보고, 도봉구로 넘어가 평화진지문화공원에서 베를린 장벽도 보고 방학동 시장, 간송전형필가옥, 한옥 도서관, 쌍문동 둘리만화박물관까지! 서울의 동북 구도심을 아주 알차게 돌아보았다. 성북구, 도봉구, 노원구 등 서울의 동북 지역은 동네마다 사람 사는 정겨운 체취가 난다. 그만큼 살아온 형태가 다양하게 남아있고 개발의 속도가 서울의 중심부에 비해서 느려서 구도심이 아직 많이 있다. 그래서 나는 좋다.  사실 여기도 옛날엔 서울은 아니었는데 서울과 가까운 생활권이라 조금씩 편입이 됐을 터다.  이런 동네를 돌아보면 다 서울이 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이미 우리나라는 너무 서울 중심, 그것도 돈이 많이 있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뉴스가 되고, 주류로 만드는데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이제는 그렇게 한 곳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서울은 공화국이 맞지만, 서울국으로 만들지 말아 주시길!  



#그리고...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에 찾아간 그 좁디좁은 골목에 여전히 영혼들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여전히 믿을 수 없는 뉴스였던 그날을 적어도 잊지 않는 것으로 애도해야겠다, 아니 된다.  




10월 한 달은 주말마다 다른 우선순위 일들로 텃밭 활동을 가지 못해, 따로 평일에 퇴근하고 선배 농부인 동생과 가서 보충 수업을 받았다. 


내가 생땅콩을 캐다니! 



비만 오지 않으면 따릉이를 타고 지하철 역까지 가는데 10월의 어느 날 홍제천 산책로에 죽은 쥐를 보면서 페달을 밟아 그 옆을 슉- 지나갔다. 풀숲에라도 옮겨줄 걸, 이런 작은 생명의 죽음에 무던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며칠 동안 마음에 그 장면이 남았다. 그리고 10월 마지막날은 건강검진으로 보냈다. 마치 여행하듯 살고, 살듯이 여행한 한 달이 갔다. 


(11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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