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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May 31. 2023

경보 발령 문자가 일깨워 주는 것.

우우우웅~~~ 


응? 민방위? 너무 이른 시간인데? 

7시로 안된 시간, 나갈 준비를 다 마치고 택시를 호출하려는데 소리가 났다. 

가족들도 다 깨서 거실로 나왔다.  

다시 잠잠


택시를 타고 3분 정도 갔는데 이번에는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하는 소리가 스피커로 나왔다. 웬만해서는 이런 식으로 하지 않을텐데 .. 하는 생각에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곧바로 내렸다. 집으로 걸어가며 네이버를 보는데 이런, 일시적으로 오프라인이 되어 있다. 북한이 통신사부터 공격했나?  다른 사이트는 열리는데?  네이버부터 공격한건가?  신기하게도 크게 무섭지는 않았다.  심지어 옆으로 조깅하는 60대 남자분이 별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지나가신다.   응.. 북한에서 또 뭔가를 쐈다고?   복구된(?) 네이버 기사를 읽으며 다시 택시를 호출했다. 


택시안에서 실시간 방송을 잠깐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채팅창이 시끄럽다.  한 방송국에서는 대통령과 현정권을 비난하는 댓글이 릴레이를 이뤘다.  다른 방송으로 돌려보니 국제 정세관련한 이야기들을 신나게 하고 있었다.  지소미아가 아니었으면 쏜 것도 몰랐을 것이다.  전쟁나면 다른 나라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아니다.등의 설전. 


우리는 왜 북한의 위협에 무덤덤할까? 

문득 예전에 들으면 고개를 끄덕였던 강의가 생각났다.  강의는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바꿀 수도, 개선할 수도 없는 위협이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지진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렇다. 우리는 '휴전'이라는 상황의 엄중함을 잊고 그냥 지낸다. 왜?  내가 생각해도 그거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으니까.   그저 군대 가라면 나라가 이 상황이니 그런거지~ 하면서 그냥 다녀왔고, 예비군 훈련 받으라면 군말없이 받을 뿐이다.  어쨌거나 전쟁이 난다면.. 그 또한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무슨 방법이 있을까?   딱히 외국 나가서 살 생각이 현재는 없기 때문에 그냥 산다. 


결코 작지는 않았던 아침의 소란에서 몇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뭔가 큰 일이 터지면, 나 역시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 하는구나. 

2. 할 수 있는 일은 하겠지만, 결국 개인 차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별로 없겠구나. 

3. 그렇기 때문에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는구나. 나도, 다른 사람도


끝으로..  잘못 경보를 보낸 서울시, 그리고 뒤늦게 정정한 행안부,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 그 어느 주체라도 무조건 탓하고, 책임자를 색출(!)하여 그들만을 벌하는 비효율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군사적인 측면에서 한명의 작은 실수가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문제의 원인이 개개인 보다는 구축된 전체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근본적인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어쨌거나,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6.25 전쟁은 터질줄 미리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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