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문틈으로 계절이 흘러들었다

by 엘리킴


어느 날, 문이 닫혀 있었는데도
바람이 방 안을 맴돌고 있었다.
그건 계절의 첫 기척이었다.
기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 침묵을 이해하지 못한 채,
모르는 얼굴처럼 시간과 마주 앉았다.


죽음은 그렇게 오지 않았다.
갑작스런 발자국도, 무거운 통증도 없이
그저 조금씩,
빛이 옅어지는 것처럼
숨소리가 가벼워지는 것처럼
조용히, 나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알지 못했다.
내 삶에 다섯 번째 계절이 도착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