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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슝 shoong Dec 01. 2024

40대 막내딸 트라우마

내가 40대 라니?










































내가 40대 라니?) 40대 막내딸 트라우마

띡띡띠디딕- 띠리릭-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엄마~ 나왔슈~” 하며 신발을 벗는 나.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엄마가 나오더니 마루에 걸린 시계를 흘끔 쳐다본다.

“뭐야 왜 이리 일찍 왔어?” 할 말이 많은 얼굴이다.


잠깐의 정적...

정적을 뚫고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은

“짤렸어?”


나는 잠시 무슨 말인가 하고 멍하니 엄마를 쳐다본다. 그리곤 뭔가 생각이나 웃음이 났다.

“풉... 응? 아.. 아니... “

“눈이 너무 아파서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고 왔는데 병원에 사람이 없어서 일찍 끝났어”

“집에 일찍 와서 놀랐나 봐?”

“히히히히히”


엄마는 웃고 있는 나를 째려보시더니 다시 부엌으로 저녁 준비를 하러 들어가셨다.

엄마는 내가 회사에서 일찍 오는 날이면 잘렸냐고 물어보신다.


회사생활 20년을 하는 동안 나는 9군데 회사를 다녔다. (1년 넘게 다닌 회사만....)

1년 반, 1년, 2년 반, 3년, 1년, 1년, 1년, 1년 조금씩, 6년을 다녔고, 이중 7군데 회사는 팀이 없어지거나, 회사가 망하거나, 파산 신청한 회사도 있었다.

1년을 다닌 회사들이 매년 주르륵 망해 평균 1년 반마다 회사가 망했다고 보면 된다.


그중 말없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집에 왔을 때, 엄마가 나에게 굉장히 실망을 한 적도 있었다. 어쩌겠는가... 팀이 없어졌는데... 다른 직원들처럼 다른 부서로 가서 다른 일을 하기는 싫었다.


회사가 자주 망해, 엄마에게 미안해서 말 못 하고 있다가 매년 저렇게 어색한 얼굴을 하고 짐 싸들고 집에 일찍 와 엄마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내가 회사 다닐 때 집에만 일찍 오면 엄마는 깜짝 놀라며 “잘렸어?”라고 물어보셨다.

엄마는 그렇게 막내딸 트라우마가 생기신 것 같다.

허허허허허허


반백수가 된 지금은 취업 안 하냐고 매일 물어보신다.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집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고정수입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 회사 다니며 한참 돈을 모아야 할 나이에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딸이 왜 저러나 싶고,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어떻게 살려고 저러는지 40대가 된 막내딸 걱정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엄마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그니까 오래오래 살아~”라고 말대답을 하다 등짝 스매싱 당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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