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호텔 런던 쇼디치에 다녀왔습니다. 2편

체험을 위한 설계? 계획된 쇼룸?

by 아리
에이스 호텔 런던 쇼디치의 슈퍼 디럭스 더블더블에 있었던 LP플레이어 ⓒ아리


에이스 호텔의 첫인상은 '호텔 같지 않은 호텔'이었고, 그곳 사람들의 자유로움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연 객실은 어떨까? 이번 2편에서는 에이스호텔에서만 겪었던 경험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레코드 플레이어

20180709_113521.jpg 객실에는 LP 외에도 CEREARL 등 잡지들이 비치되어있다. ⓒ아리


꽤 많은 LP판이 있었다. 올드팝 위주였고, 영국가수들이려나 기대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방의 선택은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올리기 위한 비치보이스였다.

(후에 다른 유형의 객실에 머물렀던 이한테 물어보니, 모든 객실에 레코드 플레이어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사실 레코드 플레이어를 가동하기 위해 20분은 쩔쩔맸다. 생소한 기계였고, 요새 기계와 같이 버튼만 누른다고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었다. 바늘을 올리기는 올려야 하는데 영화에서 본 것처럼 손으로 올리는 건 아니고, 잘못하면 망가뜨려 물어줘야 될 것 같고 내가 듣고 싶은 트랙은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겠고 여러 번 LP판을 끼웠다가 뒤집어 끼웠다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80709_111943.jpg 에이스 호텔 1층 로비에서부터 볼 수 있었던 LP들 ⓒ아리


그럼에도 좋았다. 생소함이, 빈티지스러움이, 내가 해볼 수 있다는 경험이.

요새는 많은 호텔에서 레코드 플레이어를 찾아볼 수 있다. 아래 2017년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도 객실에 레코드 플레이어가 있는 호텔들을 미국 위주로 살펴볼 수 있다.

https://www.nytimes.com/2017/11/21/travel/hotels-record-players-vinyl.html




가격표

에이스 호텔을 다녀왔다고 친구한테 말하니, "거기 냉장고에 엄청 뭐가 많다며!"가 첫마디였다.

"응. 그리고 똑같이 비싸."라고 대답해줬고, 친구는 곧 "공짜가 아니었어?!"라는 놀랐다.

에이스 호텔한테 기대하는 바가 얼마나 특별한 호텔인지 새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호텔은 호텔. 그것도 다른 호텔보다 아주 가격표가 많은 호텔이었다.

2018-02-22 12.28.55.jpg 이건 흔히 볼 수 있는 미니바 가격표 ⓒ블랑


화장실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어메니티겠지라고 마음대로 뜯었다가는 집으로 날아온 카드 명세서를 보고 놀랄 수 있다. 에이스호텔이 공수해놓은 욕실상품들이 한 바구니에 모여있다.

2018-02-22 12.30.58.jpg 주의! 유료상품들입니다! ⓒ블랑

물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비누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객실을 쇼룸으로 활용하는 일은 나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에이스호텔0.jpg 평범해 보였던 방 ⓒ블랑

호텔에 처음 들어가면 짐 풀기 전에 이곳저곳을 둘러보곤 한다. 방 순회를 하며 여기저기 있는 가격표들을 보고 나니 평범해 보였던 방이 하나의 쇼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에이스호텔.png 달라보이기 시작한 방 ⓒ아리


"당신이 한번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살 수 있어!"라는 의도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객실 전체가 광고판이고 판매대다. 견물생심이다.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쇼룸이 없다. 실제로 팔콘 법랑 컵은 우리 일행들 사이에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에이스호텔이 지역의 브랜드, 아티스트들과 협업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 협업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상품 판매로서 머무는 공간 안에서 드러낼 줄은 몰랐다. 신선하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당혹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다른 호텔에는 없으나 에이스 호텔에서는 경험할 수 있는 것. 그렇게까지만 말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 물품들은 투숙객의 직접적인 어메니티 향상보다는 판매를 위한 것이었고, (에이스호텔이 앞으로도 고민할 지점은 아닌 듯했지만) 일행들의 의견을 모아보니 간혹 이러한 판매행위에 투숙객은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홈페이지는 "ACE HOTEL SHOP"으로 에이스호텔에 비치되어있는 웬만한 물품들을 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https://shop.acehotel.com/




멀티탭, 동전보관함, 팁봉투

처음에 침대에 앉았는데 침대 협탁이 너무 좁아 핸드폰을 바닥에 놔야 하나 고민했다.

20180710_115105.jpg 전화기를 치워버리고 싶단 충동이 일었던 협탁 ⓒ아리


웬걸 침대에 리모컨 주머니가 있어 거기에 쏙 넣어 보관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180719_123009922.jpg 머리 맡에 있는 주머니 ⓒ아리

결국 좁은 협탁을 비집고 휴대폰을 놓거나 침대 위에 놓는 바람에 저 주머니를 직접 사용은 안 했지만, 그래도 아예 휴대폰 놓을 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위안이 되었다.



20180710_114810.jpg 사진의 정중앙에 있는 것이 동전보관함(change tray) ⓒ아리


처음에는 이 가죽함은 뭐에 쓰는 물건이고 했다. 이건 정말 투숙객의 사소한 경험을 놓치지 않은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체인지 트레이(change tray)로, 거스름돈 등을 보관하는 상자다(물론 에이스호텔 샵에서 구매가능하다). 여행하고 호텔로 돌아오면 맨 먼저 주머니에 들어있던 현지 동전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게 된다. 이것저것 구매도 많이 하고, 현지 화폐에 익숙하지 않으니 동전들을 쉽게 사용은 못 하고 계속 거스름돈으로 받기만 해서 동전 주머니가 금세 무거워져 얼른 덜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정리하지 않고 잠들기 일쑤다. 어질러지는 동전들을 지정된 곳에 보관할 수 있어 편했다.


개인적으로 동전보관함과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메이드 팁'봉투다. 아주 정확하게 지정되어있어 굳이 베개 위에 팁을 올리지 않아도 저 봉투 안에 팁을 넣어 테이블 위건 협탁 위건 어디든 놓으면 된다.


호텔에 머문다면 늘 하는 행위들ㅡ동전 꺼내놓기, 메이드 팁 놓기ㅡ인데 지금까지 별다른 방법의 전환 없이 암묵적인 룰에 따라왔구나 싶었다. 에이스호텔에서 새로운 도구, 방법을 보고 나서야 그것의 문제의식을 역으로 가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에이스호텔 노트와 에이스호텔 연필이 있었는데, 그 바로 위에는 연필 깎기가 벽에 붙박이로 있다. 이런 식으로 필요한 것을 필요한 곳에 있는 게 에이스호텔만의 묘라고 느꼈다.





20180709_123902.jpg ⓒ아리


자유로워보이나 당연하게도 모든 게 계획된 객실. 계획이 너무 지나치면 그 안의 사람을 불편하게도, 새로운 편리함을 누릴 수도 있다. 적당함은 늘 어렵고 어느 누구 하나한테만 맞출 수도 없다. 적어도 나한테는 나쁘지 않았던 경험이었다. 이어지는 3편에서는 쇼디치 지역과 어우러지는 에이스호텔과 20대에서 60대까지의 에이스호텔 감상기를 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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