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춈푸씨 Apr 05. 2021

ep1. 동료를 구합니다!
[오래 백패킹하고 싶어요]

자연을 좋아하니까 자연도 지키고 싶어요.


모든 것이 시작된 그 길 


2년 전쯤, 백패킹을 시작했어요. 

아는 언니가 "걸으러 갈래? 좀 많이 걷긴 하는데, 재밌을 거야." 하더라구요. 백패킹이 뭔지도 몰랐는데, 언니 텐트에서는 재워줄 테니까 침낭하고 가방만 빌려오라는 거에요. 제가 또 걷기랑 지구력하나는 자신이 있거든요. 백패킹이 뭔지는 몰랐지만 배낭 하나에 짐 다 때려 넣고 3개월이고 6개월이고 태국이고 말레이시아고 라오스고 다니기도 했고, 산티아고도 다녀왔으니까요. 마침 히말라야도 아프리카도 다녀온 친구가 있어 가방과 침낭을 빌렸습니다. "선하, 좀 많이 걷는데 괜찮지?" "그럼요!" 아, 그렇게 자신 있게 (생각 없이) 외칠 일이 아니었단 걸 산 중턱까지 가서야 알았다니까요. 참나. 


그 많이 걷는게 '그런 많이 걷는' 건 줄 정말 몰랐어요..


전 백패킹이 뭔지도 몰랐거든요. 배낭여행이랑 비슷한 건가? 가방 메고 하이킹 하는거죠? 응! 했지요. 

예, 저는 능선 트래킹과 책가방쯤 생각했고 그건 정말 등산에 한 짐이었어요. 


멘탈이 매우 털려 있던 그 순간...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진짜 많이 걷더라고요. 산 넘고, 산 넘고, 산 넘고... 와하하! 그때는 강원도 정선에서 하는 백패킹 행사에 참여했던 건데, 언니가 "참가비 입금해" "언제까지 와" 하길래 그냥 간 거였거든요. 저는 그냥 능선을 타고 쫄래쫄래 걷는 줄 알았던 건데... 산을 넘더라고요. 진짜. 산을. 아니 그것도 하루에 몇 개나. 진심? 진심요. 랜턴 끼고, 야간 산행까지요. 첫 백패킹에  그걸 배웠다니까요. 배낭이 너무 무거워 더는 못 갈 것 같잖아요? 그럼 아직 덜 힘든 거에요. 그땐 배낭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야 골인을 했답니다. 그리고 그 밤에 텐트 치고, 사람들이 구워준 고기 한 점...언니 말대로 라면 하나, 햇반 하나만 들고 갔던 저한테는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게 이고지고 가져온 고기를 나누어준 그들은 정말 천사였는가봐요.) 


이상하지요.

그날도 그랬어요. 이틀 일정이었는데, 첫날 밤에는 "와 전 둘째날은 포기. 몰라요. 포기. 아 포기자들끼리 온천 가자고요? 콜. 와아~" 하면서 자신있게 중도 사퇴!를 외치고 가볍게 잠들었어요. 근데 그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그랬죠. "선하야, 발 좀 낫제? 가자이?" "콜!" 아아. 5분 후에 후회할 거란 걸 왜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산 오르면서 주변 고수들에게 계속 그렇게 말했어요.

"아니 언니 오빠들 진짜 변태들 아니에요?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봇짐 지고 올라가요? 아놔 어제도 이십키로 가고 오늘도 산길로 이십 키로를 왜요? 황금 같은 휴가에 왜요? 왜? 아니 왜? 진짜 왜?" 

그러다가 그게 보이는 거에요. 와 내 다리는 죽을 것 같은데, 잠시 뒤돌아 올라온 산길을 보니까 스스로에게 씩 웃음이 나는 거에요. 와, 그리고 저 위에 갈 길이 보이는데. 와씨, 어차피 올라왔는데 저까지 가고 만다. 싶은 거에요. 그러고 다시 갑시다 꼬! 이러고 올라갔다가 5분 만에 후회하고, 또 쉬었다가, 아씨 갑시다 꼬! 이러고 또 5분만에 후회하고...그런데요. 돌아보니까 또 그러대요. 씨이, 가자. 가고 만다. 내가. 그리고 진짜. 완주를 했걸랑요.

잊기 힘든 찐행복이었음돠.



그 후로 백패킹을 시작했어요.


아니, 그게 잊히지가 않더라고요. 아침에 새소리 들으면서 깨는 거. 어디부터 어디까지 완주한 기분. 온전히 내 힘만으로 밀고 나간 여정들..그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어쩌면 온 우주의 보살핌이 있어야 안전하고 기분 좋게 마칠 수 있다는 것까지. 예전에, 자유롭게 배낭여행 다니던 시절에는요. 말레이시아 난민촌에도 연락해서 가보고, 태국 전기도 안 나오는 시골 마을도 막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고 했었는데 그때도 돌아오면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나는, 사랑이 넘치는 우주에 살고 있구나." 그 나라 말도 문화도 제대로 모르는 여자애가 혼자 배낭 하나 지고 마구마구 돌아다니는데 안전하게, 기분 좋은 기억 잔뜩 안고 살아 돌아온 거잖아요. 이건 완전, 우주가 날 위해 베풀어준 기적이었다고요. 근데, 백패킹도 그런 거였더라고요. 산중에, 시골 마을에서, 봇짐 지고 "나 여행자요" 티내고 돌아다니잖아요. 밤에 넘어질 수도 있고, 제가 배가 너무 고프고 힘들어서 주변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거였는데 모두가 안전하게 돌아왔으니...


그날의 텐풍


그때부터 자꾸만 가게 되더라고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백패킹 장비는 꽤 고가거든요. 배낭에 다 이고 져야 하니 가벼워야하는데, 산이고 바다고 캠핑장도 아닌 자연 한복판에 비박하는 백패킹 특성상 급격한 기상 변화에도 견뎌야- 그러니까 눈, 비, 바람에도 강해야 하잖아요. 당연히 비싸지요. 게다가 모든 것은 또 무게와 반비례하는데요. 수저, 그릇, 침낭, 베개...뭐 하나 1g 10g 에 목숨 걸게 되지 않는 게 없더라고요. 텅장이 텅텅장이 되어가는데....그런데도 아, 이건 계속 다닐 것 같아. 해서 결국 샀지요. 


텐트를 사고, 침낭을 사고, 가방을 사고, 디팩을 사고, 스토브를 사고.... 짧은 시간 동안 섬, 바다, 산으로 꽤 많이 다녔어요. 처음엔, 적응하는 데 정신이 없었죠. 패킹법, 무게 조율, 텐트와 타프 제대로 치고, 악천후에 대비하고...뭐 이런 것들요. 어느 정도 정신이 들고 보니, 이런 게 보이더라고요.


가는 데마다 오지 말래요.

와....여기도 금지야? 


가는 데마다 '야영 금지' '취사 금지' '캠핑 금지' 진짜 많더라구요. 갈수록 늘어나구요. 

출입 금지 = 야영 금지. / 경북일보


출입 금지 = 야영 금지. / 경북일보


고민했어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만나는 고수분들마다 붙잡고 '방법 없어요?' 물었는데 다들 없대요.


생각해보면, 마을 사람들이 캠퍼들을 싫어할만 하지요.

먹을 건 바리바리 싸서 다 들고와서 동네에서 돈은 안 쓰지,

아무데나 자리 잡고 앉아 시끄럽게 굴지,

쓰레기 버리고 가지,

심하면 노상방뇨까지.....

누가 좋겠어요?


근데, 오지말라고 쓰면 캠퍼들이 안 가나요. 더 사람 없는 곳으로, 아직 안 막힌 곳으로 떠나고 떠나고 떠나는데. 쓰레기 문제야 아무 변명도 필요 없지만 동네에서 물건 사는 문제는 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토캠핑(차에 물건 다 싣고 가는 캠핑)은 몰라도, 백패킹은 배낭 하나에 의지하고 가기 때문에 물이나 라면 같은 것도 동네에 들어갔다 못 사면 그냥 하루 공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안심할 수 있는 곳에서 미리 사가는 거지요. 시골 구멍가게란 게, 영업시간이 대중이 없읜까요. 물론 잠시 시내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가는 일분일초에 휙휙 변하는 산 일몰 시간에 걸릴까봐 마음이 조바심 나고요. 안전 문제도 있으니.


그러다가, 아 고민만 하지 말고 해보지 뭐!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패커들은 마을에 도움이 되고, 마을은 막힌 공간을 열어주는 거에요.

우리는 새로운 백패킹 문화를 만들어가고, 막힌 공간을 열어간다는 두 가지 의미에서 개척자가 되는 거죠.


해보자! 이 문제는 내가 꼭 풀어보고 싶다. 왕왕거리니 한두마디씩 말보태주는 분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용기를 냈고, 그렇게 시작했어요. 


친구 몇 명이 모여서. 지속가능한 백패킹 플랫폼을 만들기로요. 백패커도 행복하고, 마을도 행복해서 모두가 오래오래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금세 도와준다는 분들도 생겨났어요. 몇 군데 마을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많은 곳에, 더 빨리 영향을 끼치고 싶어서요.

더 많은 백패커 크루를 찾고 있습니다.

함께 새로운 백패킹 문화를 만드는 개척자를요.




제게 약간의 소스와,

방법과,

아이디어와,

이걸 밀어준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함께, 해보시지 않으실래요?

아래 미션에 동의하신다면 언제든 함께 가는 개척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 백패커는 자연에서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지키는 사람이다.  


둘. 우리가 찾아가는 마을은 우리의 놀이터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다.


셋. 오래도록 즐겁게 백패킹을 하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감당할 수 있다.


넷. 이 약간의 수고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취미생활을 오래 하도록 해주는 방패막이다.





곧,

우리의 미션에 공감하는 한 마을(그리고 더 많은 마을!)의 새로운 백패킹 루트를 개발하러 떠납니다.

같이 가실 분, 함께 하실 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댓글 환영합니다-


그리고, 저희의 시작을 응원해주실 분들도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곧, 커밍 쑨!



함께 하시고 싶은 분들은 : 

인스타그램 bpackersplanet , sonachompoo

메일 bpackersplanet@gmail.c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