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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춈푸씨 Jun 20. 2021

ep3. 드디어 했다, 첫 실험! [거제]



글을 오랬동안 못 썼다. 어디로 사라진 건 아니고, 그동안 정말 바빴다. 그래서 이제야 기록을 남긴다. 6월 5일 드디어 거제에서 첫 실험을 했다. 바로, 저-위 사진에서 보이는 바다에서. 야/영/을/했/다


*주의: 백패커스플래닛은 야영 장소를 잡고 식사 장소를 지정했습니다(마을 식당). 또 큰 틀에서의 요가, 플로깅 시간 등만을 지정해 운영했습니다. 각 팀은 4인 이하로 구성돼 같이 온 사람끼리 텐트를 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제의 아름다운 해변, 금지된 곳을 열었다. 솔직히 나는 바다를 즐기지 못했다. 여기저기 신경쓸 일이 많았고, 신경이 아주 느슨해졌다가 또 팽팽 당겨졌다가 그랬다. 우리가 동네 분들로부터 협조를 얻은 곳은 '옥계해수욕장'. 거제 칠천도의 작은 해변인데,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을 분들은 이곳을 '가까운 바다'라고 불렀는데 정말 그랬다. 말 그대로 해수욕장. 뒤로는 숲, 앞으로 작은 섬들이 보이는데 바다는 얕고 잔잔해서 아이들도 놀기 좋았다. 바다가 바로 품안으로 들어오는 그런 공간이었다. 물색은 또 어떻고. 한국에선 제주에나 가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푸른빛 바다가 그야말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 어마무시한 아름다움. 우리가 이런 델 열었다고요. ⓒtontan_film ⓒbackpacker's planet


어려울 걸 알면서도, 이 공간에서 꼭 처음을 하고 싶다고 결심한 건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 오직 그 하나였다. 내 눈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다른사람들이 봤을 땐 얼마나 아름다울까? 여기서 잠깐 걷는 것만응로 얻는 휴식을 다른 사람에게도 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었다. 제대로 준비조차 되지 않은 우리의 기획안과, 마을 안에서의 여러 관계 문제 때문에 고민하시던 칠천도의 마을 사무장님과 여러번 통화한 끝에 결국 허락을 얻어냈고, 우리의 첫 '금지된 곳에서의 야영'은 그렇게 시작됐다.


정말이지 쉽지는 않았다.

마을 어촌계 소유인 이곳의 공식 허가는 얻었지만, 마을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있어 눈치가 보였다. 마을에서 허락을 받았다고 말씀을 드려도 계속 찾아와 정말이냐며 물어왔다. 또, 원래 금지된 곳이라고 마을 모든 분들이 알고 있어 지나가는 어르신들도 한마디씩, 여기서 텐트치면 안된다고 하시며 지나갔다. 나는 계속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그런 장면이 보일 때마다 쫓아다니며 "우리는 허락을 받았다"고 해명을 했다. 여러 사람들이 각자, 즐겁게 지내려면 그 경계를 지켜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사람들 표정 한번 살피고, 나는 계속 뛰어다녔던 기억만 난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 크루 10여명과 크루가 초대한 사람들이 왔다. 가족, 커플, 여행을 좋아하지만 백패킹은 처음 해보는 사람들까지... 아주아주 이쁜 어린이도 왔다. 나는 이 사람들이 편안하게 캠핑을 즐기면서, 마을과 약속한대로 마을에서 먹을거리를 사먹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했다. 강압적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약속된 일정을 따라오도록 하는 건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을까..고민이 많아졌다.


다섯시까지 자유롭게 해변에서 태닝도 하고, 시간을 보내던 분들을 잠시 모아 우리의 취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시 자유시간, 그리고 약속한 7시에 다시 사람들과 함께 동네 식당에 갔다. 무려 "거북선 횟집" 이곳은 지난번 답사때 왔는데 두툼하게 썰린 회가 숭덩숭덩 들어간 회덮밥이 일품인 집이었다. 이게 진짜 '회' 덮밥이구나...그동안 먹었던 건 회 조각 덮밥 비늘 회 덮밥이었구나 생각될 정도로 두툼하고 쫀득한 회가 잔뜩 씹히는 밥. (아 또 먹고싶다) 이렇게 동네 맛집 하나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저녁. 이 바다엔 이렇게 조심히 저녁이 내린다. (물론 정신 없던 난 못봤다. 금눈, 금손 가진 크루님들께 무한 감사를..)

@tontan_flim, @bpackersplanet



그리고 밤

@tontan_film @bpackersplanet

참가자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바닷소리 들으면서 얘기도 하고...우리밖에 없는 바다를 충분히 즐겼고, 아침이 왔다.

@tontan_flim @bpackersplanet


아침엔 요가를 했다. 그리고 아침 도시락은 옥계해수욕장 인근에서 가장 이 섬다운 공간인 '아날로그스테이, 큐브스테이'를 운영하시는 남쪽바다여행제작소 사장님이 선물해주셨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요가도 하고, 밥도 먹고, 각자의 자리를 정리하고 또 각자 쓰레기 줍기. 잘 보이진 않지만 각자 자기 사는 곳의 종량제봉투를 들고 와서 쓰레기를 주웠다. 

@ tontan_flim @bpackersplanet


그리고...바이바이. 다시 오랫동안 달려 일상과 집으로 집으로.





그리고 나의 감상

#1. 고기 안 먹어도 되잖아?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할 때 고민됐던 게 이 점이었다. 비건은 없는 건 확인했고, 횟집이 가장 이동도 편하고 맛있는데 나역시도 캠핑에 고기가 없다니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현지 사정상 무조건 고! 했지만 약간 두려움도 컸다. 근데 사람들이...다들 와서 엄지척엄지척! 했다. 휴. 역시 된다. 맨날 하는대로 해야 하는 건 없떠. 해보면 돼. 역시 사람들 생각은 나보다 크다. 


#2. 자연스럽게, 슬로우, 슬로우- 

일하는 방식에 대한 분명한 합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 일하는 방식이 향하는 곳은 오로지 "참석한 사람들의 기쁨"이다. 각자의 맡은 역할에 따라 기대하는바와 이해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린 같은 목표를 향해 간다는 것. 그리고 이 목표는 사람들에게서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동동거렸고 부족했지만 참가자들 반응은 좋았다.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내 부족한 점은 다시 다른 기획으로 채워주시겠다고 제안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났다. 혼자 하려고 하면 안된다. 빈틈은 애써 가리려 들지 말고 열고 도와달라고 하자. 


#3 쓰레기 쓰레기

20명의 쓰레기를 정리하다보니 여전히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 각자가 줄인다고 해도 모아 보니 많은 양이다. 내가 쓰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모았더니 저정도..? 모아보니까 저만큼이나 많았다. 경각심이 확 들었다. 근데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모아서 보여주니 와 진짜 심하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좋았다. 앞으로 이 포인트를 잘 이용해야지.


#4 사람들의 기쁨과 생각 그리고 일하는 방식

새로운 제안은 역시 사람들 안에서 온다. 열려 있자. 언제나. 던지고, 뭐가 돌아오는지 보다. 열어 보고, 되면 고. 아님 말고, 새로운 게 들어오면 기쁘게 받아보고. 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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