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사랑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알딸딸한 만큼만. 얼근히 취하되 인사불성이 되지는 않을 정도만.
‘자기애’는 ‘자기혐오’의 이음동의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보답받을 수 없는 기대와 원망이 함께 비롯되듯, 스스로를 사랑하면 할수록 나 자신의 가장 약하고 어두운 면이 더 형형해져 괴로워진다. 그래서 자기혐오를 결과로서의 혐오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좌절로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 좌절-각성-변화-기대-좌절의 루프 속에서 자기혐오는 나를 더 강하게 하고 자기애의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 나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기보다는 훨씬 더 스스로를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특약과 같이. 그래서 나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에 대한 애증의 마음과 함께 더 단단해질 내일의 나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