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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경 Jun 14. 2021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둔 그대에게 (1)

불안한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요

안녕하세요.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의 보경입니다. 

이번 주부터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했어요. 어제는 방학 기념으로 호수 공원에 가서 아침을 보냈지요. 반짝반짝 하는 호수를 바라보며 고요한 여름 아침을 보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땡볕 아래에서 물수제비를 끝없이 던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탁 트인 호수의 수면은 마음을 잔잔하게 해 주더라고요. 나의 마음도 저렇게 고요하고 반짝이게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 늘 그렇다면 인생이 좀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어요.


오늘은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둔 분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어떤 고민을 하고 계세요?


1년 정도의 육아 휴직이 이제 한 달 남았어요.  육아를 돌보아줄 부모님이 계신 것도 아니고, 아기는 아직 어려서 시터 이모님을 겨우 구했어요. 아기를 맡기고 나가는 것도 걱정이고, 오래 일을 쉬고 나니 다시 적응할 것도 걱정이고, 업무 마치고 집에 와 또 살림하고 육아하는 일상을 버틸 수 있을지도 걱정이에요. 걱정은 많은데 정작 무얼 준비해야 할지는 막막하고 불안하네요. 


출산 혹은 육아 휴직을 가졌다면, 언젠가 복직의 날은 오고야 말죠. 아이를 처음 만날 때의 걱정과 설렘만큼이나 복직을 앞둔 마음도 복잡 미묘한 것 같아요. 고민의 주인공도, 이 글의 제목을 보고 클릭했거나 '육아 휴직'이나 '복직'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서 여기에 오신 독자님들도 아마 이 문제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편치 않으실 거예요. 복직을 앞두고 악몽을 연달아 꾸거나, 밤마다 잠을 못 이루는 분들이 많답니다. 불안한 마음과 높아진 긴장 때문이죠. 한 편으로 끝내기엔 긴 글이 될 것 같아 오늘은 첫 조각만 내보내려 합니다.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서요.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 먼저 자세를 고쳐 앉아 볼까요? 편안하면서도 곧은 자세로 앉아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을 세 번 해볼게요. 호흡을 호수의 수면처럼 조용하게 진정시켜 보세요. 적어도 이 글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어깨의 긴장을 풀고 편하게 계셔도 괜찮아요.


불안이란 무엇일까요?


불안이라는 감정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화, 슬픔, 두려움은 어떤 대상이나 경험으로부터 오지만, 불안은 그렇지 않거든요. 불안은 앞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안 좋은 사건에 대한 감정입니다. 이 '안 좋은 사건'이란 말 그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사실은 일어날지 아닐지 조차 확실하지 않을 때도 있지요. 즉, 불안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입니다. 


그렇다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내 탓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일어날 것 같은 일을 예상할 때 찾아와요. 아이가 없을 때도 언제나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었죠. 과중한 업무로 몸이 힘들 때도 있고, 업무 스트레스로 골치 아프기도 하고요. 게다가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니 육아는 또 왜 이렇게 힘든가요? 복직 = 일 + 육아, 라는 삶이 펼쳐진다니 생각만 해도 덜컥 겁이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는 워킹맘에 대해 수많은 부정적 내러티브를 들어왔어요. 일을 하느라 가정에 많은 시간을 쓰지 못한다거나, 출장 때문에 아이 유치원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요. "다 가질 수는 없다"라고 주장하는 내러티브들 말이에요. 이런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큰 불안이 되곤 합니다. 


불안은 우리를 도와줍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라면 누구나 불안함을 느낄 거예요. 그건 당연해요! 


나의 마음이 약해서도 아니고, 나의 능력이 모자라서도 아닙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 첫 직장에 출근하는 직장인, 첫 아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초보 부모의 마음은 모두 쿵덕쿵덕 심장이 요동치기 마련입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긴장감에 어깨가 올라가고, 주변을 살펴보며 뭘 해야 할지 머릿속이 바빠집니다. 


Catherine M. Pittman 박사와 Elizabeth M Karle 박사는 저서 "Rewire your anxious brain"에서 불안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At its best, anxiety can help us stay alert and focused. It can get our heart pounding and give us the extra adrenaline we need to, say, win a race. 


사실 그것은 우리 몸이 우리에게 허락한 살아남는 방식이랍니다. 우리의 먼 선조들이 사냥감을 찾아 먼 길을 떠나던 그때부터 우리 몸이 간직해온 생존전략이죠. 새로운 길을 들어설 때는 한껏 촉각을 곤두세우고 걸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위험한 존재가 나타나진 않을까 살펴보면서요. 불안은 우리의 심박수를 올리고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후다닥 뛰어 도망치거나,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준비시킨답니다. 고마운 존재죠.


불안과 긴장은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를 시켜줍니다 


다만 불안이 너무 높아지면 몸이 "도망갈 준비"에 너무 치중하느라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어질 수 있어요. 아쉽게도 현대 사회에서 더 필요한 것은 후자일 때가 많죠. 적당한 불안은 날카롭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지만, 너무 높은 긴장은 일상의 기능에 방해가 되거나 몸에 이상신호를 보낼 수도 있어요. 그럴 경우에는 불안한 마음을 조금 달래어주면 좋겠죠.

 

불안한 마음을 인정해 주세요


불안함을 없애려고 노려보지 마시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주세요. 심장이 쿵쿵 뛸 때, 머리가 지끈거릴 때, 꼬리를 무는 걱정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심장을 느껴보세요.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새로운 일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하고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에는 걱정되고 불안한 것이 당연해. 그건 나쁜 게 아니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불안함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답니다. 혼자서 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나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보세요. 요즘 복직 앞두고 걱정이 되어서 잠이 잘 안 와. 오후에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걱정이 되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아. 복직 전에 준비할 게 태산인데 머리가 아파서 집중이 잘 안 돼.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다시 내 귀로 들어오면,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나에게 인정받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자, 불안함을 미워하지 않고 인정했다면, 이제 힘을 내어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죠. 잘 보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다루는 좋은 방법은 대비책을 만드는 일이거든요!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둔 그대에게>는 총 세 편으로 구성될 예정이에요. 오늘 마음을 다스렸으니 다음 두 편에서는 일과 육아의 준비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4주에 한 번씩 업로드됩니다.

1. 불안한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요 

2. 일 모드 다시 켜기

3. 복직 후의 육아 준비하기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은 언제나 여러분의 고민 상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육아 휴직과 복직에 대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구체적으로 사연과 질문을 보내주세요. 남은 두 편의 이야기에서 머리 맞대고 함께 생각해봐요! 

상담 신청은 여기에서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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