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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Park May 15. 2020

강원도 평창에서 만나는 꽃차와 액자같은 풍경

평창자생식물원과 달맞이 카페

2018년 호암미술관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야생화에 대해 많이 배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동안 한국의 야생화는 수입된 화려한 꽃들보단 수수하지만 정말 귀엽고 올망졸망한것들이 많다.


2018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호암미술관에서 보내고, 바뀌는 계절이 무뎠던 나는 새 계절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봄에는 올해 벚꽃이 얼마나 예쁠까, 여름에는 연꽃이 얼마나 고울까, 가을에는 벌개미취의 보라색을 기다리고, 겨울에는 (원래도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라 눈을 기다렸지만) 동백꽃이 또 얼마나 예쁘게 필까 한 해 한 해 지나는게 재미있어졌다.


유례없는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락다운 당하고, 가끔 숨통을 트이게 해주던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태에서, 국내여행이라도 갈 수 있는날을 3개월동안 기다렸다. 5월 첫주 황금연휴를 피해 둘쨌주에 방문한 강원도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항상 강원도는 더위를 피해서 여름에만 방문했었는데,   살짝 앞서 봄에 방문한 강원도의 푸르름은 여름과는 달랐다.

수묵화가 따로 없다!

살짝 흐렸던 첫날 이후 점점 비와 안개가 걷히니 무르익지 않은 연두색과 연한 초록색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초록 산! 너무 당연한 풍경이지만 정말 너무 그리웠다. 그냥 강원도 산골짜기를 구석 구석 다니면서 산만 봐도 좋았다.

지난 가을에 최고의 호캉스를 경험했던 정선 파크로쉬에 한번 더 방문해서 이틀동안 푹 쉬고 떠나는 날 평창에 들려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것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산골짜기에 카페에 방문했다.

가는 길부터 정말 꼬불꼬불했다. 평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빠져서도 30분가까이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주인 부부가 정성을 들여서 가꾼 야생화정원과 직접 만드신 강원도식 가옥에서 직접 따서 말린 꽃차를 얼마나 자주 마셔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들어갔다.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진짜? 여기를 올라간다고? 하는 구간이 두어개 있었다.. 거기다 큰 SUV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올라갈 것 같은 꼬불꼬불 시골길... 오르고 올라 평창 자생식물원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부터 표지판 하나 하나 정겹게 손으로 쓰여있었다. 차에서 내려서부터 여기저기 보이는 꽃들이 벌써 두근거렸다.

야생화를 관찰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다. 어떤 꽃 하나가 지면 또 다른 꽃이 피고 지고 또 다시 피고를 반복한다. 자신이 피어야 할 시기는 놀랍게 잘 알아서, 한 꽃이 지고 다른 꽃을 기다리다보면 계절이 지나있다.

5월에 피는 가장 화려한 꽃은 작약과 목단이다. 작약과 목단의 꽃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목단은 나무고 작약은 꽃이다. 두 꽃은 보통 잎으로 구분이된다.  다른 지역은 작약 목단 둘다 화려하게 피었겠지만, 지대가 높은 평창 산 중턱에 있는 꽃들은 아직 몽우리져있었다. 그래도 사이즈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고 색도 정말 고왔다.

은유가 아닌 진짜 꽃길을 따라 걸어 들어간다.

숨막히는 뷰는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같이 따라온다. 서울근교에 이런 뷰는 있지도 않지만 그나마 자연에 가까운 뷰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면 한잔에 15000원이라고! 평창자생식물원의 달맞이 카페의 2-3배는 될것이라 장담한다.

평창자생식물원은 강원도 할미꽃 자생지로 유명하다. 다양한 할미꽃을 볼 수 있으니, 4월달쯤 꽃을 피는 할미꽃은 이미 할머니 머리같이 하얀 머리만 내놓고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향이 좋은 말발도리와 같은 꽃도 지나고

작은 찔레꽃같은 꽃도 지난다. 보통 베리류가 저렇게 작고 하얀 예쁜 꽃을 피우던데

예쁘거 귀여운 꽃과 나무들로 가득 차 있는 정원을 지나면 주인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가 나타난다.

이 산골짜기에 도대체 어떻게 지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소박하고 예쁜 황토집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삶과 정말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집 앞에는 으아리꽃들이 잔뜩 피어있었다. 호암미술관에서 으아리꽃들은 다 음지에서만 커서 예쁜 얼굴을 제대로 못봤었는데, 여기는 이렇게 으아리꽃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들어선 카페는 소박했고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젊은 사람들이 어디서 보고 여기까지 와주었냐고, 먼 길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얼마전 TV를 보고 왔다고 하니, 자긴 방송도 못봤는데 사람들이 방송을 보고 전화가 많이 왔었다고 머쓱해 하셨다.

주인 부부의 취향이 곳곳에 묻어있는 카페, 정말 손이 안간곳이 한군데도 없다.

이 카페의 하이라이트는 그림같은 앞산 뷰!

감사하게도 제일 좋은 자리를 내주셨다. 정말 하루종일도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주인 아저씨께서는 자기는 하루 종일도 정말 보고있다고 자랑하셨다. 진짜 여기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있으면 시간이 멈추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미자나 커피 녹차와 같은 음료가 있었지만, 아주머니께서는 자랑스럽게 꽃차를 추천해주셨다. 도저히 하나만 고를 수 없어서 추천해 주시는 걸 마시겠다고 하니 포트를 세 개나 준비해 주셨다.

향이 너무 좋은 백련차
데코용으로 많이 쓰는 팬지차
그리고 색이 너무 예쁜 맨드라미차

하나같이 향기롭고, 구수하고,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물이 너무 많은것 같았는데 마시다보니 다 마시게된다. 차를 천천히 마시며 주변 자연광경을 음미했다. 정말 여행의 완벽한 마무리..


평창의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을 많이했다. 당연히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싶고, 공부도 더 하고싶지만, 산이 저렇게 좋고 꽃과 나무가 이렇게 예쁜데 사사로운것에 욕심을 부려 무엇을 하나 싶었다.

황홀한 시간을 갖고 평창자생식물원을 나오면서, 아무리 바빠도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것을 다짐했다. 더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나에게 이로운것 같다. 예쁜 꽃과 푸른 나무를 느끼며 뒷산이라로 뛰리라! 동네 공원이라도 뛰리라 다짐했다. 진짜로 행복한 삶은 계절이 정처없이 지나는것과 같이 자연에서 오는 여유에서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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