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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Park Aug 05. 2019

베니스의 숨은 보물 포루투니(Fortuny) 미술관

총체미술(Gesamtkunstwerk)를 위한 공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베니스는 명실상부 예술의 섬이된다. 아르세날레와 지아르디니 두 공간에서 큰 규모로 진행되는 비엔날레 전시, 베니스 곳곳에 분포되어있는 특별 전시관과 국가관,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들 또 돈 많은 재단의 컬렉션 자랑까지 합쳐지면서 전 세계의 미술 트렌드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정말 사람 혼이 쏙 빠지게 아름다운 베니스


2년 전 2017년, 베니스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베니스의 아름다움에 취해 여러 전시를 많이 찾아다니지 못했다. 그냥 도시만 보고있어도 시간이 훅훅 갔었다. 그러나 업무적으로 온 2019년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싫든 좋든 베니스 곳곳에 있는 전시를 보고, 사진을 찍고 회사에 공유해야 했다. 2017년처럼 산마르코 광장에 가만히 앉아 10유로짜리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거나, 한가하게 벨리니를 마시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전시를 볼 수 있는 점은 정말 좋았다.


4박 5일동안 베니스에 머무르면서 베니스 비엔날레, 피노 컬렉션의 뤽 튀망,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바실리츠, 프라다 재단의 야니스 쿠넬리스, 오션 스페이스의 조안 조나스 등 좋은 전시를 많이 봤다. 하지만 수많은 현대미술 전시를 뒤로하고.. 이번 베니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팔라쪼 포르투니(Palazzo Fortuny) 바로 포르투니 미술관이었다.


평범해보이는 팔라쪼 포르투니의 입구, 이 건물 안에 놀라운 총체미술작품들이 널려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포루투니 미술관은 베니스 시립 미술관이다. 건물 자체는 베니스 여느 공간들처럼, 하이 르네상스 시기 베네치아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다른 팔라쪼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던 이 공간은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인 마리아노 포르투니에 의해서 총체적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팔라쪼 포르투니의 창립자 마리아노 포르투니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공부했다. 18세에 베니스로 온 그는 “Total Work of Art” 혹은 “Gesamtkunstwerk”인 총체미술 곧 무대미술과 사랑에 빠졌다.

2017년 영국 V&A박물관에서 진행된 총체미술 오페라 전시! 오페라는 시각미술, 음악, 무대미술, 조명 예술의 모든 분야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총체미술이다


이탈리아, 이탈리아 중에서도 특히 베니스는 총체미술의 집합소나 다름 없는 공간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티, 오페라, 연극, 음악, 베니스 섬 자체가 총체미술 그 자체라고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총체미술은 시각미술, 음악, 조명, 드라마(문학), 무대 디자인까지 모든 영역의 미술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 더는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베니스에서 진행되는 오페라는 마리아노 포르투니의 인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베니스에서 총체미술을 접한 포르투니는 그때부터 세트디자인과 조명 덕후가된다!

공예 + 패브릭 + 미술사 덕후는 무릎꿇고 보게되는 포루투니 미술관의 전시.. 너무예쁘구요, 살고싶구요..
가은데 있는 그림의 패브릭이랑 밖에 걸려있는 패브릭이랑 깔맞춤 된것좀 보세요..

1871년 마리아노 포르투니는 현 건물을 매입하여 팔라쪼 포르투니로 이름짓고 모든 종류의 예술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유화는 물론이고 사진, 조명, 가구등 당시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이 포루투니의 컬렉션이 되었다. 이후 포르투니는 섬유미술에도 큰 관심을 갖고 직물 브랜드를 내기까지 했는데, 이 브랜드가 크게 성공하여 그에게 더 큰 부를 불러다주기도 했다. 포르투니의 직물 컬렉션은 그의 다른 미술작품과 함께 전시되면 정말 기가막히게 잘어울린다!

전시 예쁜것좀 보세요!


포르투니 컬렉션의 전시는 정말 엄청나게 세련됐다. 회화와 직물이 같이 전시되곤 하는데, 회화 안에 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함께 전시되는 직물의 패턴과 같은 옷을 입고있다거나, 그림 속에 있는 가구가 바로 옆에 전시되어 있다거나 한다. 꼭 숨은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이고, 나같은 미술덕후는 이런 세트전시에 정말 껌뻑 죽는다.


가구랑 패브릭 디테일좀 보세요!


포루투니 컬렉션은 근대 이전 미술과 현대 미술을 조화롭게 보여준다. 포르투니 컬렉션의 작품을은 사실 현대미술작품과도 기똥차게 잘어울리는데,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추어 한국 단색화가 윤형근의 전시가 포루투니 미술관에서 함께 열리고있다. 작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와 거의 비슷한 작품들이지만, 사람에게 옷이 날개이듯 작품들에게는 공간이 날개이다, 단순한 화이트 큐브의 전시와는 게임이 안될정도로 윤형근의 작품은 팔라쪼 포르투니와 잘 맞는다.

포르투니 미술관의 윤형근 작품


군데군데 현대미술작품을 찾아보세요!

포르투니 미술관 3층에는 패브릭이 만들어지는 방법을 보여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예미술 전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미술관 박물관법에 따라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공예와 순수미술을 구분해서 전시한다. 역사적인 유물과 현대미술작품 또한 철저하게 분리되어 전시된다. 유럽의 전시 트렌드를 보면 사실 그 구분은 엄청나게 인위적인것이고,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전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구분이라고 생각한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은 시간을 뛰어넘고, 시간의 구분 없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

엉성한 건물에 너무나 세련된 패브릭 전시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가는 모든 사람들은 진심으로 포르투니 미술관에 방문해야한다. 그리고 한국의 미술관들은 이런 전시를 좀 본받아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분짓지 말고,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같이 보여주려고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야한다. 앞으로 내가 하고싶은 전시를 할 수 있으면 꼭 전통과 현대를 교차시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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