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까지 운영진들은 모이자고 약속했는데, 7시 17분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선생님이 연수 장소가 잠겨 있어서 못 들어가고 있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수원 사는 저는 아직 기차 타기 전인데, 창원에서 온 선생님이 벌써 도착했다는 말에 저의 게으름을 반성합니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하니 벌써 많은 선생님들이 연수 장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늦게 온 만큼 더 열심히 하는 척하면서 일손을 보태니 9시 30분쯤 연수 준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10시가 가까워오자 긴장한 표정을 한 선생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웁니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보려고 다가가서 몇 마디 말을 먼저 걸었는데, 내향형인 제가 그 어색함은 깨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뒤에 앉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사교실 부회장님의 사회로 연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가 가진 발랄한 느낌이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녹였습니다. 사실 부회장님은 사회만 잘 보는 것이 아니라 연수 계획과 진행에 큰 역할을 한 훌륭한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간단한 역사교실 소개가 끝나고 회장님의 수업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장님이 참 부러웠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수업을 찾은 것 같았거든요. 저는 18년 동안 찾고 있는데, 언젠간 만날 수 있겠죠?
박람회는 역사교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연수 방식입니다. 우리는 다 다르거든요. 20개뿐만 아니라 200개, 300개가 넘게, 역사교실 선생님마다 자신만의 교육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150명이 넘는 역사교사들이 모인 것은 벅찬 감동입니다. 그들을 스스로 여기에 모이게 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열정, 의지 같은 진부한 단어들이 떠올랐는데, 2년 차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엿본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교수님께 소개를 받아 우리 모임에 왔다는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수업을 준비하고 있으면 주변 선생님들에게 응원보다는 힘 빠지는 조언을 들을 때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나?”,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애들은 안 들어”, “어차피 공부는 하는 애들만 하지”, “힘들어서 며칠 못 갈걸” 같은 말들입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교사들이 만든 여러 모임을 찾아다녔습니다. 다양한 모임을 경험하면서 저와 가장 잘 맞는 역사교육실천연구회에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지와 열정은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지만, 그것을 오래 하려면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합니다. 역사교실은 열정 있는 선생님을 외롭게 하지 않을 거예요.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모두 함께 해요.
덧붙임:
경주에서 오신 선생님이 운영진에 건네 주신 황남빵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웠습니다. 먼 길 선물 들고 오시느라 고생하셨을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연수후기는 2024년 역사교실 신규회원 모집과 관련한 유료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