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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Feb 25. 2024

역사교실은 선생님을 외롭게 하지 않을 거예요

  아침 8시까지 운영진들은 모이자고 약속했는데, 7시 17분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선생님이 연수 장소가 잠겨 있어서 못 들어가고 있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수원 사는 저는 아직 기차 타기 전인데,  창원에서 온 선생님이 벌써 도착했다는 말에 저의 게으름을 반성합니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하니 벌써 많은 선생님들이 연수 장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늦게 온 만큼 더 열심히 하는 척하면서 일손을 보태니 9시 30분쯤 연수 준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10시가 가까워오자 긴장한 표정을 한 선생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웁니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보려고 다가가서 몇 마디 말을 먼저 걸었는데, 내향형인 제가 그 어색함은 깨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뒤에 앉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사교육실천연구회(이하 역사교실)에서 서울역 공간모아에서 역사교육박람회를 개최를 준비하는 중


  역사교실 부회장님의 사회로 연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가 가진 발랄한 느낌이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녹였습니다. 사실 부회장님은 사회만 잘 보는 것이 아니라 연수 계획과 진행에 큰 역할을 한 훌륭한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간단한 역사교실 소개가 끝나고 회장님의 수업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장님이 참 부러웠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수업을 찾은 것 같았거든요. 저는 18년 동안 찾고 있는데, 언젠간 만날 수 있겠죠?


  박람회는 역사교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연수 방식입니다. 우리는 다 다르거든요. 20개뿐만 아니라 200개, 300개가 넘게, 역사교실 선생님마다 자신만의 교육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교육 박람회에서는 역사 수업, 역사 동아리, 학급 운영과 관련된 20개의 주제를 5분씩 관람한다.


  150명이 넘는 역사교사들이 모인 것은 벅찬 감동입니다. 그들을 스스로 여기에 모이게 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열정, 의지 같은 진부한 단어들이 떠올랐는데, 2년 차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엿본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교수님께 소개를 받아 우리 모임에 왔다는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수업을 준비하고 있으면 주변 선생님들에게 응원보다는 힘 빠지는 조언을 들을 때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나?”,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애들은 안 들어”, “어차피 공부는 하는 애들만 하지”, “힘들어서 며칠 못 갈걸” 같은 말들입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교사들이 만든 여러 모임을 찾아다녔습니다. 다양한 모임을 경험하면서 저와 가장 잘 맞는 역사교육실천연구회에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지와 열정은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지만, 그것을 오래 하려면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합니다. 역사교실은 열정 있는 선생님을 외롭게 하지 않을 거예요.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모두 함께 해요.


2024년 2월 17일 토요일 10시부터 17시까지 열린 역사교육 박람회에 150여 명의 선생님이 끝까지 함께 했다.


덧붙임:

경주에서 오신 선생님이 운영진에 건네 주신 황남빵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웠습니다. 먼 길 선물 들고 오시느라 고생하셨을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연수후기는 2024년 역사교실 신규회원 모집과 관련한 유료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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