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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Aug 26. 2023

"벼락거지의 부동산 구입기" ( 3-1 )

( 참고로 저는 예수믿는 사람이고요 ... 종교적인 배경으로 쓰여진 글이니 만큼 제 종교에 대해서 존중하지 않으신 분들은 지나쳐 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신천지나 이단 사이비 기독교와 진심으로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수적인 장로교회를 출석하고 있습니다 )

......


흔히 얘기하는 벼락거지로 3년 살았다. 뭐 정말 어렵게 사시는 분들 앞에서 이런 얘기 하면 "배가 불렀다" 라는 욕을 들어 마땅하다. 안다. 다들 그래서 상처입을까봐 부동산&신앙에 대한 말들을 못 꺼낸다. 


하지만 난 좀 해야겠다. 누군가는 계기를 던져야 한다. 우리가 부동산과 신앙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하면 안 할 수록 마귀만 좋아하니깐 ( 난 그거 정말 뼈져리게 느꼈다. 믿는 사람이 부동산이면 부동산, 주식이면 주식, 정치면 정치 이런 분야를 놓고 기도하고 묵상하고 고민하고 나누지 않으면 그 분야는 시기 질투 비교 탐심이 지배하는 영역이 될 테니까 ) 


사실 벼락거지 생활은 처음은 힘들었는데 적응도 나름 금방되기는 했다. 그리고 솔직히 ... 나는 좁은 집에서는 처음 살아봤는데 , 살 만 하더라. 아니 오히려 처음에는 편했다. 정말이다. 예전에 신정아가 그런 얘기를 했던가? 자기는 6평짜리 감방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다. 그 정도면 살아가는데는 충분하다 ... 라는 얘기를 했다던데 정말 나 그 얘기에 동의한다.


물론 좀 삶을 가볍게 만들 필요는 있다. 이것 저것 필요 없는 것들은 다 버리고 주고 ... 해서 딱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갖추고는 불편한 것들은 그때 그때 빌려 쓰거나 아니면 참고사는 법만 익힌다고 하면 6~10평 정도에서도 사람이 잘 살수 있더라. 이거는 확실하게 배웠다.


나중에 기력이 쇠하고 천국가는 날만 바라보는 날이 만일 오게된다면 나는 아마도 다시 좁은 방 한칸짜리 집을 구하지 않을까 싶다. 단 교통이 편리하고 병원이 가까운 곳으로. 그래서 훌쩍 여기 저기 쏘다니고 사람만나기 편하고 여차하면 내 발로 걸어서 병원 응급실에 갈 수 있는 그런 거처에서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것도 상당히 좋을 것 같더라. ( 실제로 내가 살던 곳에는 서울에 큰 집 두고서 병원 근처의 오피스텔에서 그냥 소소하게 지내는 분도 꽤 봤다 )


헌데 ... 나 같은 경우에는 일단 적응을 마치고 난 다음이 문제였다. 먹고 자고 쉬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좁은 집에서라도 그런 삶을 사는데는 문제는 없는데 문제는 먹고 자고 쉬는 걸 넘어서 '내가 해 보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 라는 것이다. 


집은 쉴 수 있는 공간이면 되었지 뭐 덜 바라느냐 ...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존경이다. 그게 되는 사람이 있는데 솔직히 나는 그게 안된다. 집에서 쉬고 있자면 뭔가 머리속에서 아이디어가 이런 저런 것들이 번득인다. 그러면 그걸 해야 직성이 풀린다. 예를 들어 쉬다가 악상이 떠오를 때가 많은데 그 때 준비된 악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나에게는 컸다. ( 그나마 기타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서 기타로 그 아이디어 구현에 대한 욕구를 채웠지만 솔직히 아쉽긴 했다 )


창의적인 일에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꽤 많이 필요하다. 예를들어서 정해진 레시피로 요리를 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지금부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공간은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창의적인 일은 딱 필요한 것만 골라서 세팅하기 어렵다. 이것도 필요해 보이고 저것도 필요해 보이고 ... 뭐 그 상황에서 이거 저거 다 닥치는 대로 해 보다가 결국 나중에 정리되면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 이해가 되시려나 ㅎ )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더라도 컴을 한대만 안 쓴다. 여러대가 필요하고 모니터는 다다익선에 책은 여기저기 다 늘어놓고 ... 뭐 그렇게 살아왔다. 가끔 보면 드라마 같은 곳에서 우아하게 노트북 하나 딱 펼쳐서 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필요한데 나는 그럴 타입이 못되었다.


벼락거지가 된 설움은 어떻게든 진정이 되었는데 ... 문제는 하고 싶은 걸 할 만한 여유공간이 너무 부족해서 그게 나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헌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감사할 제목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 하나님은 내가 아무것도 안하기를 그 시점에서는 바라셨던 것 같기도 하거든. 그 시점은 뭔가 내면에 새로운 깨달음과 영적체험과 말씀의 깊이 등등을 쌓아 가야 할 타이밍이지 뭔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자신을 쥐어짜야 할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금 돌아보면 생각하게 된다. 마치 재활 훈련을 하는 중에는 절대 무리한 운동을 금지시키는 유능한 의사와 같은 이미지 말이지.


헌데 당시는 뭐 내가 그런 거 까지 생각하고 살았나... 그냥 답답하니까 답답하다고 댕댕거리고 지랄지랄 하고 살았지 뭐 ...


여기서 자신있게 나는 얘기해 줄 수 있다.


"좁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잘 살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삶을 좀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 그리고 자신이 사는 모습을 가지고 남들에게 자랑질 하고자 하는 마음만 내려 놓을 수 있다면"


이 깨달음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아마도 당신의 노후는 경제적으로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PS

솔직히 좁은 집을 두려워 하는 마음은 백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훈련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한번 쯤은 해 볼만 해요 ... 그리고 그러한 훈련은 아마도 여러분들의 노후를 살아낼 수 있는 통장잔고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괜히 폼 잡기 위해 비싼 집 사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금을 두둑하게 챙기기 위해 작은 집 불편한 집으로 옮기는 건 단순히 계산과 판단만으로는 되는 게 아닌 듯요. 훈련이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도우시는 성령님이 계시다고 저는 믿습니다.


PS

솔직히 얘기해보자.

강남 서초에서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가면 주위에서 수군수군하면서 집이 망했나봐 어쩄나봐 저쩄나봐 ... 구설수에 올라가는 성향이 있다는 거 그 동네서 살아 본 사람들은 다 안다.

그렇게 사람들 구설수가 무서워서 강남 서초를 떠나지 못하는 삶

가벼운 마음으로 6-10평 방 하나짜리 집에 기꺼이 살러 갈 수 있는 삶

어느 쪽이 하나님 보시기에 더 아름다운 삶 같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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