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애들은 멍청하잖아?
운동하는 애들은 멍청하잖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과연 그들을 그렇게 낮게 볼 자격이 있을까?
오늘도 힘겹게 5Km를 뛰어내던 중이었다. 작년 10월 마라톤 완주를 끝으로 겨울이 왔고, 그 핑계로 아주 오래 운동을 놓아버린 덕에 조금이나마 쌓아져있던 체력이 다시 제 모습을 찾으려 하는 중이었나보다. 예전에는 견딜만했던 구간들도 고통스럽기 그지 없었다. 오늘은 하지만 꼭 속력을 어느 정도 회복해 내야만 했다. 4월 하프 마라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속도라면 2시간 30분 안에 완주가 어렵다.
그렇게 꾸역 꾸역 속력을 유지하고 4Km지점을 지나던 중 '와, 운동 선수들은 대단하다. 이런 짓을 몇 백배 더 강도 높게 매일을 해낸다는 거네?' 하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너무 힘든 나머지 어휘가 과격해진 점을 양해 부탁 바란다. 아무튼.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예술 계통 종사자들은 소위 '사'자 직업 사람들의 반대 급부로 여겨졌던 것 같다. 세상은 돈으로 돌아가니까. 마치 머리가 좋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되는 차선 같은 길로도 비춰졌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너무나 훌륭한 운동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기도 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그게 마음 5천 미터 밑까지 너무도 와닿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곤 한켠으로는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일종의 우월감이 깨부숴졌다. 그리 잘난 머리도 아니지만 학창시절에 스스로 공부 좀 한다고 착각하고 가졌던 안일한 우월감.
삶은 결국 우리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그래서 자기 몸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궁극의 우월함이 아닐까. 운동을 하다보면 인내심의 근육이 늘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어떠한 매뉴얼도 없는 "인내심"이라는 능력. 운동 선수들의 모습이 새삼 눈물겹게 멋지단 생각이 들었다.역시 사람은 머리로는 이해하는 척해도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모르는 피안(彼岸)의 세계에 사는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은 몸의 움직임, 그 숭고함과 인간 존재 이유는 '몸'이라는 실체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5년 전 영국에서 서커스 공연을 보다가 그 내용이 코믹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연기자가 흘린 땀방울을 보고 눈물이 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이지 않았을까? 한다. 모든 것이 컴퓨터 화면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 혹시 마음에 구멍이 난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면 30분 숨이 끊어질 것 같이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