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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Jul 06. 2023

핑계대기 좋은 운동, 마라톤

트레드밀에서 하프코스 달리기

   요즘 같은 무더위에 마라톤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이것도 핑계라면 핑계? 30도가 넘는 푹푹 찌는 날씨에 땀에 흠뻑 젖어 흐느적거리는 두 다리를 끌고 10km 이상을 달리다 보면 무슨 혹서기 훈련도 아니고 자꾸 그만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때 나는 계속 뛸까 그만 뛸까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 그러다 보니 기록은 처지고 달리는데 흥미를 잃게 된다. 올여름 목표했던 거리를 다 뛰지 못하고 중도에 돌아온 경우가 두세 번이다. 10km는 뛰는데 목표했던 그 이상의 거리를 줄여서 뛴 것을 말한다. 30도를 넘는 한낮을 달리는 경우였다. 강한 햇볕을 받으며 달릴 때 기분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여름 한낮은 걷는 사람조차 없다. 걷다가 쓰러질 정도의 더위다. 나는 가끔 런 날씨에 뛰며 나의 인내력을 테스트하곤 한다. 이런 운동은 사실 정신력에 도움에 되지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거 같지는 않다. 아무튼 나는 30도가 넘는 날씨에 달리기를 마치면 거의 1ℓ나 되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잠시 흥분에 젖곤 한다. 퇴직 후 코이카해외봉사단으로 캄보디아에서 2년간 근무할 때도 더위에 뛰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두 번째 인생을 꿈꿨으니 무더위의 마라톤은 나에게 좋은 습관임에 틀림없다.


   여름 한낮 무더위에 달릴 때 엄청난 땀이 배출되기에 물이 필수다. 그리고 체력적 부담이 커서 뛰기 전 간단히 배를 채워야 한다. 하지만 집에서 쉬다가 갑자기 '좀 뛰고 올까~'하며 옷을 주섬주섬 걸치는 나에게 무더위에 달리기도 별반 차이는 없다. 그렇게 집을 나와 달리다 보면 쉽게 시작한 달리기가 이내 후회로 다가온다. 우선 목이 마르기 때문이다. 4~5km 지나면 온몸은 땀에 줄줄 흐르고 목이 탄다. 평소 반환점이 6.5km, 조금 멀리 뛸 때의 반환점은 9.5km. 어차피 반환점까지 간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뛰어서 오는 수밖에 없다. 탄천은 자전거, 산보용 도로로 차도나 전철역과는 거리도 멀다. 최소한 1차 반환점 6.5km까지는 뛰는데 5km에서 도는 경우 우선 달리며 생각이 많은 경우다. 날씨를 탓하며 핑계를 대는 것이다. 오늘 배낭을 안 메고 뛰어 마실 물이 없네…, 아침 간단히 먹고 점심도 안 먹어서 배 고프네…. 핑계를 생각하면 금방 몸에서 반응한다. '그럼 그만 뛰어'하고.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면 이게 나쁜 버릇이 된다는 걸 알기에 핑계와 싸우며 달리긴 한다. 혼자 달리는 마라톤은 핑계대기 좋은 운동이다. 내가 달리다 그만두면 되니 모든 결정은 나에게 달려있다. 그러니 달리다 힘들면 그만 달리면 된다. 누가 뭐랄 사람은 더더욱 없다. 그만큼 자기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다. 핑계대기 쉽지만 그걸 극복하고 이겨내는 과정이 강한 멘털을 만드는 것이다.


   마라톤은 외로운 운동이다. 특히 같이 달리는 사람 없이 혼자 달릴 때 더 그렇다. 혼자서 두 시간을 달려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쉬지 않고. 누구나 중간에 그만 달리고 싶다. 하지만 그걸 이겨낸 사람만이 느끼는 쾌감이 있다. 그건 자신감이다. 나는 마라톤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첫 번째가 자신감. 강한 멘털은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적극적이며 강한 추진력을 갖게 한다. 두 번째는 건강. 항상 몸이 가볍다 그러다 보니 머리가 맑고 새로운 학습에 두려움이 없다. 세 번째는 돈. 마라톤을 하며 나는 돈을 번다. 몸이 건강하니 약이나 건강보조제를 먹어본 적이 없다. 병원에 갈 일도 없다. 약이나 병원비로 지출하는 비용이 없으니 나는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핑계를 대며 줄여 달리는 버릇은 두세 번에 그쳐야 했다. 우선 한낮에 뛴다면 물과 간식을 담은 배낭을 메고 뛰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핑계를 대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9월 2일 순천만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할 예정이다. 102km를 17시간 내 완주해야 하는 대회다. 250m 고개를 3개 넘어야 하는 비교적 험난한 코스다. 2022년 기록을 보니 참가자 155명 중 완주자가 67명뿐이다. 반이상이 중도에 포기한 것이다. 2020년 1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트레일런대회 128km를 뛴 이후 처음 뛰는 울트라마라톤. 이번 여름 한낮 달리기를 하는 것도 이 대회 참가를 위한 연습의 일종이다. 102km를 뛰어야 하는데 10km 뛰며 핑계를 대는 건 말도 안 된다. 핑계대기를 그만 두자. 오늘 나는 한낮 더위 달리기 대신 아파트 스포츠센터 트레드밀을 달리기로 했다. 하프코스를 달리며 핑곗거리를 아주 없애 버리자는 심산이었다. 트레드밀에서 하프코스(21.1km)를 달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이니까. 핑계를 댈게 아니라 좋은 생각을 하며 달리자. 15km 넘기자 지루함과 다리의 피곤함이 느껴졌다. 나는 야외 주로를 생각했다. 지금 달리는 곳은 탄천, 이 지점은 갈대숲이 있는 천변이다. 트레드밀 벨트가 아닌 도로를 달리는 느낌으로 처음 정한 속도로 계속 달렸다. 그렇게 나는 트레드밀에서 처음으로 21.1km를 뛰었다 1시간 58분(경사도 1.4)에.

트레드밀에서 하프코스 달리기

   순천만울트라마라톤 참가는 나에게 큰 의의가 있다. 바로 큰딸의 남자 친구 고향이기 때문이다. 순천 토박이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온 나의 아들이자 사위, 큰딸과 남자 친구는 같은 대학에서 만나 오랜 기간 친구로 지내 왔다. 3년 전 함께 살며 여성을 존중하고 가사 일도 솔선하는 나의 아들 태호, 그와 큰 딸은 한집에 살면서도 여전히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남녀 구분 없는 가정에서의 역할과 대기업에서도 인정받는 중견사원으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렇게 나는 아들을 얻었고 고향을 얻었다. 순천이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나는 이번 대회 참가를 준비하며 설렘이 가득하다. 이번 대회는 도전이라기보다는 고향 마중 같은 느낌이다. 기록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하지만 완주 후 느낄 자신감은 시니어인 나에게 1년 이상은 여운으로 남아 나의 인생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아마 다음 브런치 글은 순천만울트라마라톤대회 얘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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