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어떤 나라인가? 누군가는 앙코르왓, 누군가는 킬링필드를 떠올린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몇 가지를 빼면 우리는 캄보디아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캄보디아의 정식 국가 명칭은 캄보디아 왕국(Kingdom of Cambodia)이다.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북서쪽으로는 태국, 라오스, 동남쪽으로는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캄보디아 면적은 1,810만 ha (남한 997만 ha)이며 인구는 2018년 기준 1,528만 명이다. 최근 몇 년간 경제가 성장하여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1,500달러(KOSIS 통계청 2018)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난한 나라다. 열대 몬순 기후로 건기(11~4월)와 우기(5~10월)가 뚜렷하다. 건기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우기에는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 한두 차례, 한두 시간 장대비가 퍼붓는다. 연평균 온도는 28도로 매우 덥다. 국토의 80%가 평지다. 90%가 불교를 믿고 있으며 그 외 이슬람, 힌두교, 기독교 등 기타 종교가 10%를 차지한다. 언어는 크메르어를 사용한다.
캄보디아 물독, 삐엉
캄보디아에는 두 계절이 있다. 두계절 건기 우기에 따라 강수량의 차이가 심하여 물 부족 국가에 속하고 아직도 캄보디아 시골은 단수나 정전이 잦은 편이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집집마다 빗물을 받아 놓거나 지하수를 뽑아 올려 담아 놓는 큰 물독 '삐응'을 집 마당에 두고 목욕이나 빨래할 때 사용한다(식수는 불가). 어두워지면 캄보디아 시골은 일찍 잠이 든다. 전기가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이번에 태국 국경 지역 반티민쩨이에서 출발하여 프놈펜까지 378km를 9일간 걸으며 캄보디아의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자연을 만났다. 요즘은 경제가 발전하여관개 수도 사정이 좋아져서 그런지 점점 이 물독도 사용가치가 줄어드는 것 같다. 집 한쪽에 천덕꾸러기처럼 버려진 독들도 많다. 이 물독은 생활용수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크기도 크고 무거워서 다른 데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캄보디아가2모작, 3모작하는 거로 알고 있지만 건기에는 벼를 심을 수 없어 대부분 지역이1모작만 한다(2모작 3모작 하는 지역이 있기는 하다). 캄보디아 쌀은 우수한 품질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우기에 풍부한 물과 한낮의 뜨거운 태양으로 양질의 쌀을 생산하고 있지만 저수, 농수로 등 관개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2모작이 힘든 게 현실이다.
캄보디아는 1975~1979년 크메르 루즈(khmer rouge)에 의해 당시 전체 인구 700만 명 중 1/3이 넘는 2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학살당했다. 대부분이 상류층이나 지식인이다.(죽은 사람이 모두 학살당한 건지는 논란이 있다. 인도차이나 전쟁의 수렁 속에서 미군의 폭격이나 기아로 1975~1976년에 이미 6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설도 있다-"인도차이나 현대사" 야프반히네겐 저서.여래출판사.1985년 발간 ). 이 때문에 현재 캄보디아 인구는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적고 그 이후에 태어난 청소년 층이 전체 인구의 65%를 차지한다. 한편으론이것이 캄보디아 성장 잠재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프놈펜 외곽 쩡아엑에 있는 킬링필드 위령탑
프놈펜 시내에 있는 뚜얼슬랭 학살박물관
캄보디아는 오랜 내전과 가난으로 극심한 영양실조, 높은 영유아 사망률, 전염성 질병이 만연되어 있다. 현재는 세계보건기구 등의 원조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고 최근 들어서 연평균 7%대의 경제성장률로 절대 빈곤 상태는 벗어났다.
쁘러혹
캄보디아 음식을 보면 높은 기온으로 인해 발생하기 쉬운 수인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식재료를 염장하거나 볶거나 튀겨 먹는 음식이 많다. 이는 위생을 위한 그들만의 삶의 지혜라고 볼 수 있다. 캄보디아 전통 음식의 대표는 뭐니 뭐니 해도 '쁘러혹'이다. 민물 생선으로 조미와 간을 한 젓갈류다. 향이나 맛이 외국인들은 도저히 먹기 어려울 정도로 역하다. 하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쁘러혹을 다양한 요리의 첨가물로 사용하며 미감을 높인다.
캄보디아는 열대과일 천국이다. 그중에서도 망고는 맛과 크기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을 자랑한다. 바나나도 지천이다. 열대과일이나 채소류는 한 바구니 가득해도 1달러 정도다. 시장 어디를 가도 과일이 풍성하게 싸여있다.
열대과일 천국 캄보디아
맛있는 음식도 많다. 그중에서도 꾸이띠우(쌀국수), 바이차쌎쭈륵(돼지고기 볶음밥), 록락쌎꼬(소 불고기덮밥)는 한국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한국에서도 쌀국수 집이 유행인데 대부분 베트남식이다. 캄보디아 쌀국수는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로 만드는데 맛이 깔끔하고 삶은 돼지고기와 다양한 나물이얹혀 풍성하기에 영양도 많고 아침 식사로도 든든하다. 꾸이띠우는 아침에 속 편하게 먹는 국수류라 오전만 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한 그릇에 1,300원(한국돈)정도니 양이나 맛으로 보나 가성비도 최고다. 나는 이번 도보 여행에서 아침 또는 점심이 되기 전 속이 출출할 때 꾸이띠우를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쌀국수(꾸이띠우)로 아침을 먹는 캄보디아 사람들
캄보디아 하면 앙코르왓이 떠오른다. 실제로 앙코르 제국은 대단히 번성했던 대 제국이었다. 캄보디아의 역사는 서기 1세기 메콩강 하류에 세워진 푸난 왕국(funan.68~550)으로 부터 시작된다. 이어서 첸라왕조(chenla.550~802)의 시대가 이어지다가 첸라 왕조가 육첸라와 수첸라로 갈라지게 되고 8세기 후반에 자바에 볼모로 잡혀 갔던 첸라 왕조의 푸스카락 왕자가 앙코르 지역으로 돌아와 새 수도를 세운다. 그가 바로 앙코르 제국(802~1431)시대를 열게 된 자야바르만 2세다. 나라의 공식 명칭이 '캄부자'지만 '크메르' 왕조로 더 알려져 있다. 600여 년의 앙코르 제국 시대는 당시 세계적으로도 가장 번성한 국가였다. 1,200년경 앙코르 제국의 수도인 앙코르 지역에 앙코르톰을 중심으로 70만 명이 거주했는데 당시 고려의 개성이 20만 명, 중국 송나라 수도 개봉이 80만 명(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는 1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이었다니 앙코르 제국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14세기 중반부터 앙코르 제국은 1세기에 걸쳐 샴족(태국)의 침략을 받으며 앙코르 지역을 떠나 프놈펜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고 그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오늘날 앙코르 제국에 대한 기록은 남은 게 거의 없다. 앙코르 유적이 그들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앙코르왓 사원
샴족에게 쫒겨 우동(프놈펜으로 부터 45km 지점, 나는 이번 도보에서 8일 차에 이곳에서 일박을 했다)으로 수도를 옮긴 후 명맥을 유지하던 왕조는 베트남에 의해 멸망하고 1813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포함한 전 지역을 식민지화한 후 끝없는 내부 권력 싸움 끝에 1845년 정전이 되면서 캄보디아는 베트남의 약탈을 두려워하여 당시 인도차이나 반도에 진출한 프랑스에 보호를 요청한다. 그렇게 하여 프랑스보호국 시대(1863~1953)가 열리고 반식민지 상태가 된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캄보디아는 독립을 선언하고 시하누크는 캄보디아 왕국(1955~1970)을 선포한다. 이후 정치적 혼란을 틈타 미국을 등에 업은 론놀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다. 론놀 정권(1970~1975)은 왕정 제도를 폐지하고 공화국을 수립하여 왕족과 공산주의, 사회주의자들을 다수 처형한다. 게다가 부정부패도 심하여 국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다가 폴폿의 공산정권(1975~1979)에 의해 무너진다. 킬링필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킬링필드는 전 세계적으로 공분을 일으켰고 결국 크메르 루즈군 군사 최고지도자였던 친 베트남 공산주의자 헹 삼린에 의해 무너진다. 그리고 캄보디아 국 시대(1989~1993)가 열린다. 이듬해 UN의 중재 하에 선거가 치러지고 훈센 총리가 집권하며 캄보디아 왕국 시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놈펜 왕궁
왕궁앞 돈레메콩강의 일출
캄보디아 역사를 알면 매우 슬퍼진다. 앙코르 제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연유도 그렇고 킬링필드의 역사도 그렇고.
나는 이번 도보 여행에서는 시엠립 지역으로 가는 6번 국도 대신 바탐방으로 가는 5번 국도를 선택했다. 두 도시는 돈레삽 호수(면적 2,700 km² 길이 250km. 우기 때는 서너배로 불어 제주도의 5~6배 크기가된다)를 가운데 두고 마주 보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도시다. 길은 6번 국도가 훨씬 좋다 앙코르와트를 거쳐가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돌아가는 길이라 5번 국도보다 50km를 더 걸어야한다.
2019년 3월 1일부터 9일간 387km를 걸었다. 하루 평균 42km. 캄보디아 더운 날씨에 그렇게 먼 거리를 걷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걱정했다. 나는 9일간 많은 캄보디아를 만났다.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이제부터는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