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덜 무너진다
여의도로 출근한다는 건,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아침마다 전투를 벌이는 걸 의미한다.
9호선엔 급행이 있고, 완행이 있다.
출근 시간 급행은 말 그대로 ‘지옥철’이다.
대한민국에서 김포도시철도 다음으로 빡빡하다는 그 급행.
처음엔 당연히 급행을 탔다.
체감상 시간이 진짜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지금 찾아보니 실제론 7분 정도 차이였지만,
그 7분이 마치 30분처럼 느껴졌달까.
문제는 몸보다 마음이었다.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출근길 책 한 권이 나에겐 일종의 정신 스트레칭 같은 거였다.
그런데 급행을 타면, 손도 못 들고 허리도 못 펴고,
책은커녕 숨도 잘 못 쉰다.
몇 달을 그렇게 타고 다니다가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숨이 막혔다.
‘아, 나 지금 무너지고 있구나.’
그게 급행을 포기하게 된 계기였다.
그 후로 나는 출근길엔 완행을 탄다.
도착 시간은 분명 느려졌다.
대신… 덜 피곤하다.
완행도 여전히 앉지 못하고 서서 간다.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그런데도 책이 읽힌다.
몸은 서 있지만, 마음은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
그게 완행이 주는 가장 큰 차이였다.
급행은 억지로 밀려가는 느낌이었다면,
완행은 내가 내 발로 서서 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대신,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퇴근길엔 급행을 탄다.
퇴근할 땐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그런지 공황 안 오더라. ㅋㅋ
아침만큼은,
나를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다.
도착 시간이 늦어도 좋다.
숨을 고를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하루를 준비할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늦는 것’이 아니다.
그건 나를 지키는 루틴이다.
그리고 나는 이 루틴이 꽤 마음에 든다.
당신의 아침은 어떠신가요?
빠르게 도착하고 있나요, 아니면 무너지지 않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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