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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May 23. 2021

어느 어미가 낳았는지

어느 어미가 품었는지

알 수 없는 둥지의

알을 깨고 나와 그저 날고 싶던 생명은

저도 모르게 절벽 끝자락에서 추락하다

초도(初度)의 날개짓을 퍼덕인다


수없이 퍼덕인 날개짓이 너무나 덧없어

포기를 품고 지면과 충돌하던 찰나

용오름 솟구치듯 튀어올라

창공(蒼空)의 날개를 펄럭이게 되었다


그저 자유로이 날고 싶었으나

부지불식 채워진 족쇄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

비틀대며 하강을 늦추어보고자

힘겹게 날개짓을 하지만

지치고 고되며 고통스럽다


사막의 열기를 품은 바람이 불어온다

차가운 족쇄로 얼어가는 날개가

조금씩 실려오는 온기에

깃털을 간지럽히는 속삭임에

구름을 넘어 더 높이 날아오르고자 퍼덕인다


고독한 어느 고대 황제의 별장에서부터 불어오는

귓속을 가득 채우는 윙윙 소리가

안간힘을 쓰며 퍼덕이는 날개를 밀어 올려 주어

일순간 가벼워진 몸으로

홀로 날고 있으나 혼자가 아니다


아무도 못 봤던 세상 끝 바다의 절벽에 우뚝 서

구겨진 날개를 활짝 펴고

깃털 사이사이 떨림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잡으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불어옴을

고스란히 느끼는 완전한 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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