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소비하는 과거의 너.
A가 나왔다.
여느 때처럼 큰 가방을 둘러매고
반갑게 손을 높이 올려 흔들면서
"어이" 날 부른다.
시덥잖은 농담, 흐흐 대는 웃음소리,
찡긋 웃는 모습, 어디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제 뉴스에서 A를 보았다.
단지 그가 걸어 나오고 있었을 뿐인데
팡팡 터지는 플래시에 눈을 뜰 수 없었다.
어색하지만 한껏 입꼬릴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사진이 참 예쁘게 찍혔다.
어제 라디오에서 A의 시를 들었다.
분명 작년에 들려준 시이건만
그때의 물웅덩이가, 비린내가, 흙내음이 맡아지지 않는다.
맨투맨 티와 빈티지 청바지를 즐겨 입던 그는 어디 가고, 인텔리 뉴요커가 되어 작년의 그 시를 들려준다.
A가 들려준 시집을 펼친다.
같이 걷던 골목의 낮은 담벼락 너머 목련이 맡아진다.
함께 자전거를 타던 한강변 바람이 스쳐간다.
투닥거리며 캔맥주를 마시던 한여름 밤의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있다.
분명 시집에는 우린 같이 있는데
마주 앉아있는 지금은 같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