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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도리주인장 Jan 15. 2024

추위가 찾아오는 날, 광어회를 대접하고 싶어요.

이 찹찹해질 만큼 서서히 추위가 올 때 맛있어지는 제철 음식을 내어드립니다.


찹찹하다 : [방언] 꽤 찬 느낌이 있다.

구독자 여러분께,

이 글은 11월부터 작성하기 시작해서 11월 제철 재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입맛이 까다롭다. 정확하게는 다 잘 먹지만 '맛있다'라는 기준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 우리 어머니가 제철 음식으로 나를 키우셨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할머니가 보내주신 제철 채소는 덤이다.

항상 주변에서 그 계절에 맞추어 나오는 재료로 요리를 먹었었다. 그렇게 여수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독립하여 살기 시작했을 때, 제철 음식을 찾아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도 모든 식당이 있는 서울에 오면서, 음식이 다양한 이곳에서 사정은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제철 음식 대신 자극적인 마라탕, 닭발 등이 가득 찬 배달음식으로 채우다 보니 뭔가 제철 음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설탕 없는 그 달달함이 그리웠다. 갈수록 그리워졌다.


그러다가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바다가 인접해 있지 않은 육지에서 평생을 살던 사람인지라 항상 양념이 센 음식을 주로 먹었다고 했다. 제철 재료가 주는 본연의 맛이 있거늘! 30년 넘게 그 맛을 알지 못한 나의 배우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싶다는 욕망이 새록새록 솟았다.

다시 돌아와서 오늘의 키워드는 '광어'이다. 광어는 양식으로 많이 생산되는 생선이기 때문에 사계절 먹을 수 있는 횟감으로 사용된다.

하. 지. 만 확실히 여름과 겨울 광어의 맛은 다르다. 우리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광어는 자고로 추워질 때 맛있어진단다. 이유는 얘가 겨울이 오면 지방을 축적한다는 것. 지방을 축적하면 회에 윤기가 흐르기 시작하는데 그게 맛있어지는 신호이다. 광어는 모든 이들에게 사계절 사랑을 받지만, 올해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랑을 받은 듯 하다.


다들 수산시장으로 달려가세요! 광어회 파티가 시작됩니다.


이게 매년 조금씩 다른 게 작년 기억으로는 10월부터 맛있어졌다. 작년 10월이 올해보다 추워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얘네들은 날씨가 찹찹해지면 맛있어지기 시작한다. 보통 가을부터 맛있어진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최소 늦가을은 되어서 볼이 차가워지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추위가 늦게 찾아왔다. 이 친구들도 수온에 맞추어서 월동 준비를 하기 때문인데 올해 다소 늦어진 감이 있는 듯하다. 늦은 11월이 다 돼서야 단골 횟집에서 먹어보니 이제 때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먹을 시기다.

수산시장에서 주문하게 된다면 모둠 회에 연어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모둠 회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 시기에는 우럭과 밀치를 함께 넣어 드셔보시길 바란다. 우럭도 11월부터 제철이었고, 밀치도 늦가을부터 나오는 생선이라 이때 먹어줘야 한다. 그리고 광어의 지느러미살이 들어있는지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광어의 또 다른 별미는 지느러미살이다. 식감이 꼬들꼬들하고 지방 함량이 높아서 기름지기 때문에 꼭 한번 먹어보시길 바란다.

국순당 여주명주 홈페이지 제품소개


광어회에 어울리는 마리아주 추천

이와 더불어 광어회에 어울리는 마리아주 추천.

회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번엔 려 소주를 추천해 본다. 려에는 크게 '려 증류소주'와 '려 고구마 증류소주'가 있다. 려는 국순당 여주명가 라는 곳에서 만드는데 여주산 쌀과 고구마로만 만든다고 한다. '려 증류소주'는 쌀과 고구마를 블렌딩한 것이고 '려 고구마 증류소주'는 고구마로만 상압증류하여서 만든 소주이다. (상압증류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다루고자 한다. )

이 중 이번 광어회에는 검은색 라벨의 고구마 증류소주를 추천하는데, 향이 독특하면서도 광어회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이다. 이 술은 미지근하게 마셔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향을 느끼면 꽃 향도 나는 것이 약간의 고구마의 흙 향도 나는 것 같다. 대신 고구마로 만들어 달달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특히 첫 맛이 고구마 향으로 독특하면서도 끝으로 갈수록 부드럽게 넘어간다. 광어회가 계속 먹다 보면 다소 심심할 수 있는데, 이 술이 약간의 양념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 처음 고구마 소주를 드셔보시는 분들은 '려 증류소주'로 입문해 보시고, 괜찮다 생각하시면 '려 고구마 증류소주 25도'로 넘어와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회가 다 먹고 나서 조금 남는다면 남은 회를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 놓고 숙성해서 먹거나 상추 송송 썰어서 참기름 한 바퀴 둘러 회덮밥 해먹으면 이것도 기가 막히다. 아, 참고로 아버지는 배에서 잡은 자연산만 선호하시는데 사실 광어는 일반 사람들은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하기 힘들 만큼 양식이 잘 발달되어 있다. 굳이 자연산 안 사고 양식 사셔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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