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다이브 딥, 박선희
기업 성공 신화는 언제 읽어도 재밌다. 고난을 이겨내고 강해지는 만화 속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1등 커머스가 되기까지 겪은 고군분투를 담았다.
“내일 바로 물건을 받아볼 순 없을까?”
이 생각을 진짜 쿠팡만 했을까? 모두가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한 일을 도대체 어떻게 실현한 걸까. 가장 와닿은 성공 요인들을 한번 추려봤다.
어떤 분야에서도 실무자급 이상의 지식을 쌓으면서 ‘딥 다이브’deep dive(철저한 탐사)의 정석을 구현하는 워커홀릭 창업자를 지척에 두고 용감하게 태업을 할 직원은 많지 않았다. 쿠팡에서는 초기부터 “대충 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이 바보가 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쿠팡의 초기 성장기 중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는 이처럼 지독하게 일하는 문화였다. 쿠팡의 초창기 직원들은 야근 식대와 교통비 정도만 지원받으면서 매일 새벽 2시까지 자발적으로 일했다.
조직 문화는 리더(특히 창업주)의 하루를 반영한다. 결코 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워크숍을 통해 “열정적으로 일하자 “고 선언해 봤자, 리더가 열정을 보이지 않으면 문화로 절대 자리잡지 못한다.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창업자 김범석 씨는 오전 7시 출근 새벽 4시 퇴근을 반복했다고 나온다. 사실이라면, 어떤 동업자도 직원도 제 때 퇴근할 수 없었을 거고, 그 열정이 새어 나와 조직에 전파됐을 것이다.
물론 대표가 야근을 매일 한다고 기업이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작은 조직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워커홀릭이 만드는 분위기와 풍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한 부분이다.)
김 의장은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가장 적절하고 분명한 비전을 공유하고 구성원 모두가 내면화할 수 있게 독려했다. 특히 ‘소셜커머스 1등 기업’이란 단순 명료한 목표는 ‘이 시장에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직원들의 막연한 기대감을 업무를 향한 강력한 동기부여로 바꿔놨다.
“돈 많이 주면 열심히 일하죠.”
연봉은 정말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두 배를 더 준다고 두 배 일할 것 같지만, 그만큼 일할 환경과 문화, 목표가 개인들에게 주어져야만 한다.
그런 의미로 비전 공유는 상투적인 말이지만 너무 중요하다. 갈 길을 그려주면 능력 있는 사람은 알아서 움직인다. 목표가 명확하면 할 일이 생긴다. 그 일이 너무 많아 처우를 고민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장차 이 조직이 어떻게 크고, 내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보여주지 못하면 그때 직원은 처우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 그 시절 쿠팡은, 김범석 대표는 지금의 성공을 예상했을까.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더라도 1등 커머스가 되겠다는 비전은 실현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위대하고 부럽단 생각이 든다.
택배 회사 입장에서 익일배송을 99% 이상 달성한다는 것은 상당한 성과였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아니었다. 쿠팡에서는 실패한 1% 미만 때문에 회사가 매번 뒤집어졌다. 쿠팡에서 99%는 100%가 아니었다. 아무리 100%에 근접해도, 100%가 아니라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실패한 서비스’ 일뿐이었다. 결국 99%의 달성률은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됐다.
쿠팡은 확보하지 못한 재고를 툭하면 이런 식으로 근처 다른 마트에서 비싸게 사온 뒤에 건당 십수만 원이 더 드는 퀵서비스로 배송하는 기상천외한 일을 반복했다.
건자재 온라인 유통 사업을 수행하는 우리 서비스(반장창고)가 절로 떠올랐다. 유저는 100건 중 한 건이라도 잘못되면 떠난다. 지방에서 수십만 원을 써서 화물을 띄워 물건을 보낸 일들이 떠올랐다. 쿠팡은 오죽했을까 싶다.
누군가는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안다. 물론 일이 되게 하는 건 돈이 있으면 더 수월할 수 있지만, 거의 9할은 누군가의 끈질김과 집착으로 만들어진다. 해프닝으로 쓰인 저 사건들이 모여 문화가 되고 성공 동력으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쿠팡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지금 쿠팡이 만들고자 하는 비전은 위 한 문장으로 요약되곤 한다. 우리는 쿠팡 없이 살 수 있을까. 당연히 살 수 있겠으나, 쿠팡이 만들어가는 지표들은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곤 한다.
다이브 딥에 대한 쿠팡의 자체 주석은 이렇다.
“뛰어난 운영은 디테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리더로부터 시작된다. 리더는 어딘가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면 사안을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모든 단계를 구석구석 파고들어 파악하며 이를 통해 적절한 인재에게 권한을 주고 결과를 만들어 낸다. 리더가 굳이 보지 않아도 될 사소한 일이란 없다.”
많은 성공 신화들 중에서도 쿠팡은 쿠팡만의 낭만이 있다. 이대로는 적자를 이겨내지 못할 거란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끝내 이익을 만들어 미국에 상장한 감동 스토리가 우리나라에서 또 등장할 수 있을까. 그게 우리 회사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조심스레 꿔보며, 쿠팡이 좋든 싫든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 “다이브 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