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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Jul 27. 2024

바보야 문제는 인슐린이야

[독서기록] 비만코드, 제이슨 펑

나는 어릴 적부터 뚱뚱했다. 몸무게는 반에서 늘 세 손가락 안에 꼽혔다.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다. 그랬다고 몸무게를 커버할 만큼 크지도 않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비만과 오랜 시간 같이 살아왔다. 달리기, 헬스, 수영 안 해본 운동이 없다. 때론 바디프로필을 찍을 만큼 살을 많이 빼기도 했으나, 방심하면 몸무게는 이내 돌아왔다.


이 책은 비만에 대한 여러 잘못된 의견들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한다. 결론은 인슐린.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몸무게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간 나태함과 식욕 때문이라 생각했던 비만이 사실은 호르몬 이슈였다는 것이다.


비만은 섭취하는 열량이 과도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우리 몸이 설정한 체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때 발생한다.

솔직히 나는 누구든 뚱뚱하게 만들 수 있다. 어떻게? 인슐린을 처방하면 된다. 의지가 강하든, 운동을 얼마나 하든 상관없다. 반드시 뚱뚱해진다. 어떤 음식을 골라서 먹든 그것도 상관없다. 무조건 뚱뚱해진다.

비만인 사람은 체중이 정상인 사람보다 인슐린 분비량이 훨씬 많다. 또한 날씬한 사람들은 식사를 마친 후 인슐린 농도가 신속히 기준점까지 내려가지만 비만인 사람들은 인슐린 농도가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뚱뚱한 부모가 낳은 자식이 마른 부모 집안에 입양되었다고 가정해 볼 때, 그 아이는 비만이 유지될까, 아니면 마른 부모처럼 될까? 책에선 놀랍게도 비만으로 자란다고 나와있다. 환경보다도 유전이 비만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크며, 비만인 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높은 인슐린 영향을 받아 뚱뚱하게 자란다고 한다. 정리하면  "덜먹고 더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는 명제는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체중 감량이 목표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설탕 섭취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 감미료를 먹어서도 안된다.

백밀가루와 같은 정제된 곡류는 사실상 그 어떤 식품보다도 인슐린 분비를 크게 자극한다. 밀가루와 전분이 전체 성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공된 베이커리 제품은 피해야 한다.

모든 음식이 인슐린 농도를 높인다면 농도를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음식을 아예 안 먹는 것뿐이다. 우리가 찾던 답은 바로 금식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없애고 체중을 줄이기 위한 금식은 24시간에서 36시간 동안 간헐적으로 단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인슐린 농도를 낮춰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저자는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을 피하고, 금식하길 권한다. 설탕과 탄수화물을 줄이면 살이 빠진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게 혈당 스파이크 대표주자로 흔히 알고 있는데, 혈당이 아닌 인슐린 농도를 높이는 범인들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식. 살 빼려면 뭘 먹어야 하는지 묻곤 하는데, 저자는 먹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그것도 24시간 정도는 단식하길 권한다. 주로 단식하면 어지러움, 무기력함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단식은 이로운 측면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아버지께 한 권 선물해 드렸다. 친형도 곧 읽을 예정이다. 그동안 도대체 살이 왜 안 빠졌으며, 빠지더라도 왜 그리 빠르게 원상 복구되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간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래도 호르몬 때문인 걸 알고 현명하게 체중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만이나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한 번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 비만코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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