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CEO - 좋은 회사, 리더 가 되는 것은 쉬운 것부터
" 전문님, 이번 과장 진급으로 김대리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 진급 대상자 중에 그동안 고과가 더 좋은 이대리를 왜 추천하지 않죠?"
"이대리는 고졸이고 여직원이라 가장이고 남자인 김대리를 추천하는 게 더 옳다고 생각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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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는 뭔지 모를 것에 분노했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대화를 하기는 어려워 일단 아무 말없이 이 부장을 내보내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그냥 하늘도 보고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흥분을 가라앉지고 천천히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고졸이고 여자인 이대리는 4년 동안 인사고과에서 A로 평가되었고 대졸이고 남자인 김대리는 B 한 번에 세 번의 C로 평가되었다. 한 번의 B도 이번 진급 심사를 위해서 이 부장의 배려로 받은 것이었다.
이 부장의 이유를 보면 첫째 이유가 학력, 두 번째가 성별이었다.
첫 번째 이유가 동의 되질 않아 두 번째 이유인 성별은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이대리는 고졸로 입사해서 대리 진급할 때까지 대졸 직원이 필요한 연수보다 보다 4년이 더 걸렸다.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렀고 대리 진급 이후에는 같이 진급한 대리들과 동일한 출발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4년 동안 부서장이 바뀌어도 뛰어난 성과로 4년 동안 A로 평가를 받았다.
실은 나는 이대리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같이 일하는 직원 수가 100명이 넘어서니 모든 직원을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진급이나 보수를 결정할 때에 부서장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기록으로 보면 동의할 수 없는 진급 추천이라 이 부장을 다시 불러 재고할 것을 권유했다.
" 이 부장, 이 부장의 추천은 존중하지만 이런 진급이 용인되면 이 부장의 리더십은 직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누가 열심히 일하겠나? 직원들이 이 부장의 평가가 공정하다고 생각해야 모두 희망을 갖고 일하지 않을까?"
며칠 동안 이 부장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자주 술도 같이 먹고 어울린 김대리를 누락시키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 부장은 명문대 출신이었다. 추천한 김대리는 같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대학을 나왔다는 것을 고졸인 이대리보다 높게 평가한 것이다.
다행히 추천을 변경해서 가져왔고 이대리를 과장으로 승진시켰다.
회사에게 지연이나 학연으로 뭉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적인 인연이 평가에 개입하면 회사의 발전과 상사의 리더십은 간 곳이 없다.
신입사원이던 시절 부장이 " 오늘 동문회 하는 날이니 일찍 퇴근해서 늦지 않게 가야지."라면 신입사원의 동문회를 챙겨 주는 이유는 나중에 모임 장소에 가서야 알게 됐다. 회사 사장, 부사장, 핵심 임원이 전부 동문이었다. 몇 년 후에 나는 회사를 떠났다. 챙겨주는 선배도 있고 신망도 받았지만, 그런 모습이 싫었다. 결국 IMF에 다른 회사에 매각됐다.
고졸이면 어떻고 박사면 어떤가? 내가 원하는 것은 결과를 잘 내는 직원이 최고이지 직원의 학력이나 출신 학교가 아니다. 참 쉬운 일을 어렵게 한다. 평가는 학력 순이 아니라 실력 순으로 하면 모두가 편하고 쉽다.
쫌 쉽게 살자, 어려운 일도 많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