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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경 Oct 14. 2020

우리 다시 꽃처럼, 나무처럼 지낼 수 있겠죠?

나의 코로나 5월


꽃들은 피었는데 사람들은 나올 수 없었다. 어쩌면 코로나가 빨리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실감했다.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이어질 거라는 추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꽃들은 저마다 시끌벅적 화려한 색깔인데, 주변은 고요했다. 화분에 핀 꽃 위에 든 봄 햇볕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1학기 전면 비대면 수업이 결정된 것은 5월 무렵이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보냈다. 처음에는 무작정 신이 났다.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강의가 시작하기 10분 전에 일어나도 되고, 눈치 보지 않고 딴생각을 조금 해도 되고…… 이런 편리함 때문인지 바야흐로 줌(Zoom)을 통해서 생일파티를 하고, 콘서트가 열리고, 면접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도래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은 대체안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덕분에 온택트(Ontact, Untact+On) 시대가 앞당겨 오게 되었다고 보는 의견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나는 조금 회의적이다. 줌으로 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꼭 흑백 같다. 상대방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는 있지만 표정을 알 수 없고,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녹화 중이기 때문에 시답잖은 농담 같은 건 꺼낼 수가 없다.      


다시 단풍의 계절이고, 아직도 사람들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없다. 나무들은 다시 한번 저만의 색을 갖춰가는 데 우리는 모두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누구는 코로나 시대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하고, 누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자꾸만 전염병이 없었던 때가 생각난다. 이 시기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고, 여전히 어수선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전염병이 종식되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안아주는 것부터 하고 싶다. 그 날을 기다리며 이 글로 안부를 대신한다. 우리 모두 잘 지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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