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염병 경보 중
해는 뜨뜻한 바닷물에 몸을 녹이고 노을이 된 목욕물을 흘려보냈다.
노을이 배수구로 완전히 빠져나가면
해는 모래밭에서 조금 놀고 난 다음, 뽀오얀 모습으로 달이 되었다.
해가 나오지 않는 날이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우리는 해를 찾았다. 노랗게 질린 바다에서 해를 건져 올렸다. 노 끝에 조심스럽게 담은 해를 겨우 하늘에 매달았다. 바닷물을 토해내며 노랗게 번져나갔다. 해는 바다 깊숙이 들어가 보았다고 했다. 조금 더 숨거나 씻어 내고 싶었다고 했다. 중력을 잃은 풍선처럼 깊숙이 들어가는 바람에 길을 잃었다고도 했다. 그날은 아주 깊은 밤에 충혈된 눈을 한 벌-건 달이 떴다.*
이제 와서 개기월식 소동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지금처럼 오랫동안 해를 찾지 못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달이 보이지 않은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모두가 해와 같다가도 어두울 때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경보(警報)」
*‘블러드 문’은 보름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 개기월식이 진행될 때 대기에 굴절된 태양광에 비치며 붉게 비치는 현상이다.
(출처 : 박범준, “개기월식의 달 '블러드 문'", 파이낸셜뉴스, 2018년 07월 28일 자 기사, https://www.fnnews.com/news/2018072804372763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