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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 Feb 11. 2023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2. 분석

가격설계에 앞서 알아야 하는 것들


  에서 가격설계(pricing) 원가가 아니라 고객에서부터 접근하자라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접근법은 말 그대로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 정도이고,

그 마음가짐 만으로 앞길이 훤히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안개가 자욱한 상황으로 느껴졌어요.


”무엇을, 얼마에 팔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을 하나의 여정으로 본다면

이 결정에 앞서서 믿을 만한 지도를 갖고 있어야 이후 어떤 길을 택할지 결정할 때도 확신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겠죠.

가격설계의 여정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 주었던 것들에 관하여 써 보았습니다.


2. 분석 : 가격설계에 앞서 알아야 하는 것들


일단 우리 본진부터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이 있겠죠.

- 무엇을 얼마에 팔고 있는가? 왜 그렇게 설계했었지?
- 무엇이 가장 잘 팔리는가? 왜 그렇지?
- 누가 가장 많이 사고 있을까? 왜 그렇지?  


위에 대한 답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을 거에요. 더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없는 정보들을 파악해 나가야 하는데요.

알아야 하는 것들, 알면 좋은 것들은 무궁무진 하지만 한정된 시간 내 압축적으로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역시나 ”무엇을“ ”얼마에“ 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집중하여 핵심 질문을 추려보겠습니다.


- 시장에서 어떤 고객이, 무엇에,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가?
- 경쟁사는 무엇을 얼마에 팔고 있는가? 그걸 사는 고객은 누구인가?
- 고객은 무엇을 얼마에 원하는가?


위 질문 중에서 가장 찾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세 번째 질문이 가장 어려웠는데요. 이걸 조금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지불용의가격(Willingness To Pay, 줄여서 WTP)라고 부른다고 해요.


조사에 활용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품의 특성을 쪼개어 고객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게 한다.
2) 그 특성을 모두 반영했을 때 최대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런데, 솔직히 사는 사람이 입장에서는 싸면 쌀 수록 좋은거 잖아요. 그래서 그냥 무심코 가장 낮은 가격을 선택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아무리 ”저는 여기에 이 정도는 쓸 수 있어요“라고 말하더라도 실제 지갑을 열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결국 첫 번째, 두 번째가 실제 행동 데이터를 통해 파악할수 있는것이라면, 세 번째 질문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여,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려고 하는 것이라 훨씬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세 번째 질문은 정량적 데이터를 뽑아내기 보다는, 고객이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지 정성적인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데 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격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고객가치]로 귀결됩니다. 고객가치를 좀 더 쉽게 풀어서 말하면 “고객이 기대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에 따라 기대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이 “수준”은 무엇으로 나뉠까에 대하여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비용”과 대비하여 평가합니다. 물론 그 사람의 소비수준, 가치관,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이 민감도는 다 다르겠지만요. 7천원짜리 한식뷔페 한 그릇을 먹고나서도, 그 수십배가 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다녀와서도 똑같이 “잘~ 먹었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과 기대는 연동되어 있고, 만족은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고객의 지불하는 비용과 기대에 대한 고민은 [고객경험]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시장에 있는 제품들이 고객이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고객이 이 정도로 기대하고 비용을 지불했는데, 실제로 기대했던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했을 수도, 아니면 기대에 못 미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후자라면 크게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을 것입니다. 가격을 낮추거나, 아니면 고객이 기대하는 만큼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겠죠.


결국 무엇을 얼마에 팔 것인가는, ”고객을 어느 정도로 기대하게 할 것인가“이고, 그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당장 지금 팔리는 것과는 별개로 그 것이 “좋은 가격”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드러날 거예요.


가격설계를 하려고 시작한 여정이 시장 상황을 보게 했고 고객의 가치와 경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선생님이 “가격결정이 경영을 좌우한다.”라고 이야기 한 데는 정말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믿을 만한 지도가 준비되었다면, 어떤 가격 노선을 택할지 그리고 여기서 고려해야하는 요소들은 무엇일지에 관하여 다음 글에서 이야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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