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좋아하는 앱을 열고 새로운 소식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작은 기기 안에는 수많은 브랜드와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편리한 생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떻게 환경과 관련이 있을까? 우리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 복잡한 연결고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해 보는 일에서부터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을 브랜드를 통해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브랜드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나아가 환경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생각해보면 의아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삶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디지털 생활의 근간에는 반도체라는 작은 실리콘 조각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CPU는 ARM의 반도체 설계도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파운드리 회사에서 생산한다. 이 CPU가 없다면 유튜브, 카톡, 인스타, 토스, 무신사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앱과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없다. 또한,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고성능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AMD나 엔비디아 같은 업체가 만든 그래픽카드 덕분이다. 현재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게임 ‘검은 신화, 오공’도 마찬가지다. 호평이 가득한 이 게임도 매우 쾌적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사의 최신 그래픽칩이 무조건 필요하다.
이처럼 컴퓨터,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우리 주변의 수많은 전자기기가 반도체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반도체는 첨단 기술의 핵심으로, 우리 삶 구석구석에 그 혜택이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홈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IoT 기기들, 자율주행 자동차의 센서, 심지어 현대 의료기기까지 모두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제조를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반도체 공장을 위해 화력, 원자력 등 다양한 방식의 발전소가 쉼 없이 돌아간다. 여기에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전력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반도체 제조업 전력 소비량이 237 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호주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막대한 양이다.
이러한 흐름은 빅테크 기업들의 '탄소중립'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중립 전략을 최근 가속화하고 있지만, 구글은 '탄소중립 기업'이라는 명칭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구글은 두 기업과 달리 인공지능과 검색엔진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에너지 관련 비용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은 브랜드를 기점으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에너지, 인프라 등 복합적인 요소들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누리는 엄청난 발전의 이면에는 막대한 전기 소비가 있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특히 전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천연가스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5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예를 들어,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자료에 따르면, 천연가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이처럼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이면을 꼼꼼히 들여다본다면 환경 문제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현대 생활방식의 구조적 면을 생각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 개발, 순환경제 모델 도입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라이프스타일을 되짚어보는 노력은 우리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애플 같은 경우, 이러한 부분을 브랜딩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매년마다 협력사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이 기업들에게 Re100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참고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글로벌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이런 연결고리를 모두 세세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안목이 높아지고 세밀해질수록 자연과 환경의 가치도 더욱 뚜렷이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구조를 짚어보는 일이다. 즉, 라이프스타일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그 기저를 들여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제 그 구조와 아름다움에는 브랜드가 있다. 그렇다면 차근차근히 우리 삶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부분을 찾아 볼 수 있을지 하나씩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