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는 단순한 쇼핑을 넘어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장소들이 많다. 상점마다 각기 다른 예술적 감각과 디자인 철학이 녹아 있다 보니 방문객들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공간들의 독창적인 인테리어와 창의적인 상품 진열 방식은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공간 곳곳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어, 쇼핑 자체가 하나의 예술 감상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더 나아가, 일부 매장은 편집샵과 갤러리의 경계를 허물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상품을 탐구하게 만든다. 또 다른 곳에서는 일상의 물건 속에 담긴 미학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이는 쇼핑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도쿄의 이러한 감각적인 공간들은 쇼핑을 잊지 못할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서는 이러한 특별한 경험들이 도쿄를 더더욱 매력적이고 특별한 도시로 만들어준다. 이제 이러한 독특한 공간들을 한번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https://ginza.doverstreetmarket.com/
도버스트리트 마켓은 꼼데가르송이 만든 독특한 편집샵이다. 긴자에 위치한 이 매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독특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1층 입구부터 힙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범상치 않은 공간임을 직감케 한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도버스트리트 마켓만의 감각에 빠져들수 밖에 없다.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은 편집샵과 갤러리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구성이다. 각 층마다 편집샵과 전시회 분위기가 교차한다. 단순히 옷을 사는 것을 넘어 그들의 독특한 감각에 시선이 멈추게 된다. 게다가 패션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버스트리트 마켓은 상품 진열에도 남다른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공사장에서 쓰이는 철 파이프를 그대로 진열장으로 활용한 것이 좋은 예시다. 아오야마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르메르매장의 디스플레이는 아오야마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공원을 형상화한 매장과 그리스신전을 모티브로 따온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도버스트리트마켓에서는 어느곳에서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 층에는 도서 코너와 로즈베이커리 카페가 있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도버스트리트 마켓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처럼 도버스트리트 마켓은 편집샵이자 갤러리 같은 공간이다.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감각적인 경험과 문화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인 셈이다. 긴자를 방문한다면 도버스트리트 마켓의 독특한 매력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스피럴마켓 (혹은 스파이럴마켓)
5 Chome-6-23 Minamiaoyama, Minato City, Tokyo 107-0062
https://www.spiral.co.jp/shoplist/spiral_market
오모테산도에서 아오야마로 이어지는 스파이럴 빌딩 2층에 자리한 스파이럴 마켓은 평온한 분위기로 우리를 반긴다. '영원한 디자인'을 테마로 한 이 잡화점은 트렌드를 뒤쫓기보다는 개개인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가게 안을 가만히 둘러보노라면, 스파이럴 마켓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방용품부터 문구류, 가구, 욕실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해외 제품부터 일본 디자이너 작품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아우르고 있어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개인의 고유한 취향을 존중하는 스파이럴 마켓의 철학을 반영한다.
스파이럴 마켓을 만든 속옷브랜드인 와코루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적 경험을 얻기는 원한다. 작은 전시 공간에서는 다채로운 전시가 이어지며, '스파이럴 레코드' 코너에서는 재즈와 월드뮤직을 감상할 수 있다. 음악과 아트가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고유의 취향과 영감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가게 한편에 펼쳐진 다양한 편지지 벽은 스파이럴 마켓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편지지와 문구류로 가득한 나무 장식장은 단순한 상품 진열을 넘어 감각적인 예술 작품의 경지에 이른다. 차분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노라면 스마트폰 시대에 무뎌진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릴 수 있다. 이처럼 스파이럴 마켓은 영원한 디자인과 개성 있는 취향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공간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둘러보노라면, 자신만의 취향과 스타일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https://www.galleryonthehill.com/
온더힐은 다이칸야마의 중심부인 힐사이드 테라스에 자리한 아트 스페이스 겸 갤러리다. 이곳은 현대 예술과 수공예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회와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하지만 온더힐은 단순한 전시 공간 이상의 역할도 겸한다. 아티스트, 작가, 다도가, 큐레이터,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숍 오너, 개발자 등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협업하고 교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Actus work 2023'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단순한 전시를 넘어 판매도 같이 하고 있었다. 전시장과 쇼룸의 경계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나같은 경우, 이러한 분위기 덕에 더욱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느꼈다. 전시회 안에서는 상품을 일방적으로 판매하기보다는, 왜 그 제품이 관람객에게 맞는지 이야기하며 제품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하는 점이 더 컸다. 이러한 전시회의 의도가 잘 전해지는 이유는 온더힐 갤러리의 공간이 가진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온더힐 공간 전체는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곳곳에 자리한 푸른 식물들도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러한 환경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유기적인 교감을 이끌어내며, 마치 친구의 집을 방문한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온더힐의 매력은 다양한 전시와 주변 시설에도 있다. 내가 관람했던 'Actus 2023' 이후에는 일본 회화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온더힐 지하에는 힐사이드 팬트리라는 카페도 있어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근처에는 콘란샵 다이칸야마점이 있으며, 온더힐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와 버미쿨라 플래그십 스토어도 있다. 만일 다이칸야마를 방문한다면 꼭 들러보시기 권한다. 이곳에서 예술과 일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거다. 하지만 역시 이곳의 백미는 온더힐 갤러리와 힐사이드 테라스가 함께 보여주는 공간의 조화다. 힐사이드 테라스를 만든 일본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는 이곳을 지역과 조화롭게 만드는 완벽에 가까운 공간을 만들었다.
https://store.nestrobe.com/nestrobe/
2005년, '넥스트' 사의 의류용 봉제공장에서 시작된 네스트로브는 일본의 고급 기술과 소재를 계승하여 탄생한 브랜드다. 네스트로브는 일본산지와 공장기술을 계승해 나가기 위해서, 천연 소재를 사용한 옷을 일본에서 나온 재료로만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옷을 만들기 위해 원사를 뒤집어 꼬았으며, 그 후 원사로 만든 원단을 재단하고, 꿰매어 옷을 완성시켰다. 트렌드에 민감한 SPA 브랜드들과는 달리, 네스트로브는 재료의 특성과 구조부터 충분한 고민을 통해 편안하면서도 특별한 옷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브랜드에는 '슬로 메이드(Slow-Made)'란 수식어를 붙였다.
그들은 이 같은 자신들의 철학을 어떻게 보다 감각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을까? 네스트로브는 매장 안에서 제품들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예술 작품처럼 배치했다. 이는 네스트로브가 천연 소재와 정성스런 제작 공정을 중시하는 브랜드 철학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조명과 인테리어는 일본 전통 방직 공장의 분위기를 재현하여 제품의 수공예 정신을 드러낸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은은한 조명이 옷감의 섬세한 질감을 강조한다. 마치 작은 갤러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닥과 벽면에 사용된 천 조각들과 두꺼운 철제 행거는 전시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사장의 철파이프를 사용한 도버스트리트마켓과는 감도 다른 묵직함이다. 또한 번잡한 시부야 거리와 대비되는 차분한 공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다.
전반적으로 네스트로브 매장은 제품 자체뿐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신을 전달하는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쇼핑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수공예 문화를 경험하고 예술적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
플라자는 일본 내 1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수입잡화브랜드다. 이곳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10대와 20대만을 위한 올리브영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자에서는 메이크업부터 건강, 뷰티, 홈, 간식, 캐릭터와 장난감, 문구류까지 판매하는데 대체로 물건들은 귀여운 편이다. 도쿄 내 수많은 매장 가운데에서 내가 추천하는 매장은 시부야 109 매장이다.
플라자 스타일의 시부야 109 매장은 마치 활기차고 발랄한 10대, 20대 젊은이들의 세계로 데려다 놓는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0대와 20대 초반의 사람들이 유독 많은 시부야 109의 분위기에 딱 맞는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매장 앞의 cipicipi와 에쓰쁘아의 협업 제품은 플라자스타일의 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핑크빛 내부에 들어서면 화려하고 귀여운 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진열대는 다양한 화장품과 캐릭터 상품, 과자 등으로 가득해 마치 10대 소녀의 화장대와 서랍장을 연상케 한다.
플라자스타일 시부야 109점을 10.20대를 위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매력은 두 가지다. 화장품과 과자. 화장품 코너에서는 얼굴의 핵심, 입술과 눈매에 포인트를 주는 아이템들이 주를 이룬다. 여성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집중 배치해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한다. 과자 코너 같은 경우, 젤리, 초콜릿, 감자칩 같이 언제든지 먹어도 좋은 과자들이 많다. 가방에 넣기 좋은 아담한 사이즈의 과자들이 많아 세밀한 상품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플라자 스타일은 단순한 잡화점이 아닌 청춘의 낭만과 꿈을 응축한 공간이다. 제품 하나하나가 젊은 날의 행복했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은 순수했던 10대 시절의 낭만에 잠겨 힐링을 누릴 수 있다. 플라자는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추억과 환상이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공간인 셈이다.
2020년 시부야에 새롭게 변한 공원이 사람들에게 선보입니다. 바로 미야시타 파크예요. 미야시타 파크는 번화한 상업 지구인 시부야와 하라주쿠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미야시타 공원은 그야말로 역사와 현대가 어우러진 곳인데요. 이곳은 이미 90년 이상 동안 사람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주어온 특별한 공간이었다.
1930년대에 처음 개방된 이후로 미야시타 파크는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처음에는 '지상 공원'이었다. 1964년에는 주차장 위의 옥상 공원으로 변신했다.하지만 1960년대 이후 지진으로 미야시타 공원도 노후화가 진행되었고, 안전 문제가 대두되었죠. 그래서 30년 넘게 방치되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2024년의 미야시타 파크는 정말 세련된 모습이다.높은 건물 위에 위치한 옥상공원으로 변한 미야시타파크는 330m에 이르는 아름다운 초록 잔디밭, 콘크리트 산책로, 암벽 등반 및 스케이트 파크와 같은 다양한 스포츠 시설도 갖추고 있다/ 근처에 위치한 시부야 상업시설에서 각종음식을 사가지고와서 미야시타파크 공원에서 먹어도 된다. 미야시타파크는 녹지가 거의 없는 시부야사람들을 위한 맞춤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미야시타 파크를 리모델링한 미쓰이 부동산은 이곳을 크게 4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었다. 1, 2, 3층은 상업시설과 호텔이 위치하고 있고, 4층은 정말 멋진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무엇보다도 도심 속에서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훌륭한 장소에요. 시부야에서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공원이라고 말할 수 있죠. 레이어드 미야시타 파크라 불리는 상업 시설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오픈하는 매장 7개와 총 90개의 매장이 입점했다. 층별로 THE MATCHA TOKYO, 메종키츠네 카페, Bread, Espresso & Machiawaseespresso 등 인기 카페도 많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는 루이비통의 세계 최초 멘스매장과 뉴욕의 인기 스니커즈 셀렉트숍 '키스(KITH)'다
미야시타파크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어디일까? 시부야요코초다.이곳은 100m에 걸쳐 19개의 식당과 바가 모여 있는 특별한 공간인데요. 이곳에서는 정말 다채로운 일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홋카이도에서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의 다양한 요리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게다가 한국 음식점도 있다. 다만 이곳은 맛집보다는 ‘경험’을 위한 공간임을 기억하자. 시부야 요코초 안은 어떨까? 모든 식당들이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있다. 벽이나 문 같은 공간 구분이 없어, 자리는 조금 비좁을 수 있지만 그런 불편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밀집된 분위기에서 앉아있으면 서로가 함께 있는 느낌이다. 붉은색과 주황빛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분위기도 정말 좋다. 이곳을 방문하면서 도요스로 옮긴 츠키지장내시장을 떠올릴 때도 있었고, 또 다른 순간에는 신바시의 이자카야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이건 당연한 일이다. 츠키지 장내시장과 신바시의 이자카야 모두 요코초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