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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09. 2024

GR8, 취향을 발견할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1976년부터 하라주쿠를 지켜온 터줏대감인 라포레 하라주쿠. 이 하라주쿠에는 정문 말고도 뒷문이 하나 더 있다. 그 뒷문은 라포레 하라주쿠 2.5층과 연결된 골목길이다. 이 라포레 하라주쿠 2.5층의 입구 앞에는 하라주쿠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듯한 정원이 있다. 분재, 소나무, 매화, 작은 연못, 석등으로 장식된 일본 정원 같은 공간. 그 사이 유리와 세로 격자의 나무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벽면에는 "GR8"로고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이 독특한 외관은 방문객들에게 GR8의 특별한 정체성을 암시하는 첫 번째 신호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고요한 일상에서 벗어나 활기찬 세계로 초대하는 마법 같은 공간이 나를 반긴다. 도쿄 하라주쿠의 중심부에 자리한 이곳은 세련되고 전위적인 공간. 일본의 스트리트 패션 매니아들을 포함해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패션편집샵. GR8의 명성은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퍼져있다.

힙합 뮤지션이자, 패션디렉터이기도 한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를 비롯한 해외 유명인들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편집샵인 GR8이다. 이는 GR8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글로벌 패션 트렌드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와 떠오르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의류, 액세서리, 신발들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다. GR8안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최신트렌드와 현대적인 스타일이 만나 환상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패션을 통해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잡았다.


점을 합치면 선이 되고, 선을 합치면 면이 된다.


도쿄의 다양한 패션감각과 취향을 볼 수 있는 하라주쿠. 그 흐름을 이끄는 공간은 라포레 하라주쿠다. 그 안에서도 GR8은 하이엔드부터 스트리트까지, 독자적인 시점으로 전 세계의 상품을 모아 다양한 취향과 감각을 제안하고자 한다. 또한 그들만의 관점에서 가져온 해외브랜드를 일본문화에 어떻게 융합시킬지 혹은 일본인이 만든 제품을 어떻게 해외로 전할지를 고민한다. 그 시작은 매장 디자인이다.

GR8는 각 브랜드의 옷 하나하나를 점으로 생각해, 그것들은 서로 다르게 배치해 브랜드끼리 서로 충돌하게 만들었다. GR8이 옷을 하나의 점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옷들이 만들어내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옷이 만드는 느낌들이 작은 점이라면? 그 점들이 하나씩 모여 선을 이루며 그 선들이 다른 옷들과 또다시 만나 면을 만난다. GR8은 이렇게 만들어진 면이 '옷의 본질'을 전해지는 공간을 만든다고 믿는다.


그 시작은 바닥이다. 라포레하라주쿠의 통로와 이어지는 바닥을 제외한 구역은 노출 콘크리트바닥이다. 천장에는 조형물과 파이프라인이 뒤엉켜져 있고, 옷들은 대각선으로 진열되어 있다. 옷들도 그냥 진열된 게 아니다. 옷이 천장에도 걸린 구역도 있다. 옷이 진열된 행거들을 지나다 보면 갑자기 스타일링 된 옷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눈앞에 갑자기 식물이 나오기도 한다.

매장 안에 총 123대의 모니터가 배치되어 있다. 그 모니터에서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모니터들은 GR8의 시그니처인 기다란 카운터와의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그 앞에 수많은 옷들이 진열되어 있다. 주변에는 형광들이 아주 밝게 빛나고 있다. 이 덕분에 이곳이 갤러리인지 편집샵인지 구분이 안된다. 처음 매장에 들어가면 '여기 뭐 하는 곳이지?'라는 질문만 나온다.


또한 GR8는 이렇게 만들어진 매장 안의 VMD를 매일매일 바꾼다. 매일 바뀌는 우리의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가 바뀌면 매장 분위기가 지루해지지 않고 매일매일 분위기가 바뀐다. 매장이 지루해지지 않으면 고객, 직원들도 지루할 틈이 없다. 당연히 고객에게도 이 분위기가 전해진다. 무엇보다도 GR8은 고객, 직원 그리고 VMD는 삼위일체라고 생각한다. GR8매장이 아주 어수선해 보이지만 동선은 매끄러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GR8은 단순한 의류 판매를 넘어, 패션을 통해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브랜드는 공간의 영양소이자 콘텐츠다.


GR8은 새로운 브랜드를 매장 안에 가져오고 그 브랜드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것을 위해, GR8은 컬렉션 브랜드뿐만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를 GR8에서 소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시간을 들여 브랜드로부터의 신뢰를 얻어 '관계'를 구축하는 걸 중시한다. 이러한 관계를 만들어 갈수록 그들은 브랜드와 함께 GR8도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GR8의 오너이자 바이어인 '쿠보 미츠히로'는, 모두가 '사람'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특히 브랜드는 만드는 건 사람이기에 공간이 사람을 향할수록, 그 공간은 경험이 깃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GR8은 '파울라 카노바스 델 바스' 같은 신예 브랜드 팝업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GR8에 여성 고객이 많이 유입되기도 했다. 그는 이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브랜드가 새로운 고객들을 GR8에 모이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새롭게 유입된 고객들로 인해 GR8이 다룰 수 있는 취향의 한도가 늘어난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가 브랜드를 공간의 영양소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브랜드에 담긴 각각의 취향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새로운 감각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충돌이 GR8를 브랜드만의 감각을 만들어내는 편집샵이자, 브랜드 간 다양하게 어울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새로운 브랜드들은 GR8를 성장시키는 브랜드는 '영양소'로 보였다.

이것을 위해 그는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전 세계의 기예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그들의 브랜드를 가져온다. 그에게 있어서 브랜드들의 상품들을 매입하는 일은 GR8에 필요한 영양분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LA에서는 '피어 오브 갓'이 만든 MA-1 재킷을 가져왔다. 런던에서는 '마틴 로즈'를 하라주쿠에는 하라주쿠스트리트패션을 견인해 온 브랜드인 '파이어 와이어'의 T셔츠를 가져온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GR8의 라인업은 하이 엔드, 캐주얼, 스트리트의 울타리를 넘는다.


협업으로 키워가는 브랜드 감도

협업을 통한 감각의 확장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는 계기를 만든다. GR8도 예외는 아니다. GR8은 그들만의 독특한 감성을 협업을 통해 다른 브랜드에 전한다. GR8은 일본 패션 이커머스 그룹인 '조조타운(ZOZOTOWN)의 럭셔리 & 디자이너스 라인인 '조조빌라(ZOZOVILLA)'와 컬래버레이션 기획을 같이 했다. 제1탄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일러스트를 그리는 파킹 딜리버리의 그래픽티셔츠, 스웨트 셔츠, 팬츠를 제작했다. 이 협업 제품을 만들기 위해 스페인의 베르다 로렌즈 사가 개발한 '이라는 50% 리사이클, 50% 오가닉 코튼 실을 사용해 만든 원단인 'ECOCYCLE'을 사용했다.

이세탄맨과의 협업을 통해 이세탄 맨 매장에 '남자의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테마로 팝업 매장을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디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또한 진보초의 코미야마 서점에서 일하는 다카하시 유카 씨가 고른 도서큐레이션 코너도 만들어 일본문화에 대한 다양한 책들도 GR8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GR8의 이러한 시도들은 GR8의 브랜드감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다양한 취향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GR8은 단순한 패션 매장을 넘어 폭넓은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관점. 그 관점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끈다


GR8은 2005년 라포레 하라주쿠의 2.5층에 오픈했다. 개점 당초는 약 66평방미터 정도의 매장이었지만, 2019년 5월부터 2.5층 전체를 다 쓸 정도로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취급하는 브랜드도 대폭으로 증가했다. 현재 GR8의 취급 브랜드 수는 300개가 넘었으며 점포 면적도 개점 당초부터 보고 약 8배 정도의 규모까지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GR8은 라포레 하라주쿠의 2.5층이 부족해 1층까지 확장오픈했다. 그럼에도 GR8은 앞으로도 매장을 확대할 생각이다.


GR8은 사람과 사람이 무언가 일을 벌이면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세상에 영향을 주었을 때 패션 업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편집샵이 물건을 사고팔기만 하는 것만으로는 다른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GR8은 기업이나 메이커는 할 수 없는 독자적인 방법을 계속 모색한다. 이러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 '것'들이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자신의 취향을 찾는데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 GR8은 단순한 편집샵을 넘어 패션과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혁신적인 공간으로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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