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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30. 2021

배우를 디자이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배우도... 사실 우리 모두 디자이너다. 단지 이제야 알아가고 있을 뿐.

누군가는 "배우가 디자이너라고?"라는 말할지 모른다. 배우는 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까? 배우가 디자이너가 돼야 하는 이유는 작품 안에서 주체적인 연기를 하기 위함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제외하고 나면, 배우들은 사실상 세상에 있을법한 사람을 스스로 디자인한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말이다.


모든 디자인 요소들은 나를 둘러싼 환경과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배우에게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캐릭터가 나온다. 자신이 작품 안에서 맡은 인물. 배우들이 그에 관한'이미지와 정보'를 충분히 쌓고 연기을 할수록 사람들에게 더 드라마틱하게 연기를 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캐릭터는 작품의 '연출'에도 부합해야 한다. 너무 지나치게 배우가 해석해서도 안된다.  이런 면에서 배우는 스스로를 다른 인물로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배우가 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 자체가 배우 스스로에게 매번 새로운 방식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검은 태양에서 주인공인 한지혁을 맡은 남궁민 배우는 촬영 현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은 지혁이라는 인물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남궁민 배우는 '한지혁'을 위해 몸부터 만들었다. 출처: 엠비시 유튜브.

또한 서현진 배우는 최근 보그 코리아의 유튜브 인터뷰 중 '오해영과 백수지는 실제로 저하고 가깝지는 않아요. 오히려 김다정이 실제 저하고 가장 비슷한 사람에 가깝죠"라고 말했다. 이 말은 디자이너로서 배우가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매우 명료하게 알려준다. 앞선 글에서 말한 대로 이청아 배우는 '전시회'를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해 '에세이'형태로 전한다. 단순히 전시회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 에세이라는 '글 구조'안에서 뮤지움 에이 로그를 이끈다. 예술작품을 구조적으로 전달하는 그녀의 관점은 그녀가 참여한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또한 앞선 글에서 말한 것처럼 프레인 TPC는  프레인 핸스, 스트롤같이 계열사와 협업으로 배우들을 브랜딩하고 있다.

옷, 표정을 만드는 얼굴 근육. 배우는 작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디자인한다. 출처: 넷플릭스

연기란 작품이 가진 구조를 파악하고  그 안에 잠재하는 인간과 삶을 구현하는 일이다. 배우들은  자기가 표현하는 연기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것을 위해 배우는 스스로 겪은 불편했던 경험, 내가 추구하는 가치, 미의식 등 무엇이든지 양분 삼아 인물을 만들 수 있다. 배우는 '재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배우는 시대마다 사람들이 어떤 '감성'을 따르면서 살아가는가를 이해하고 재현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배우는 생각보다 많은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담기는 배우들의 모습. 그 모습은  드라마 전체 스텝들이라는 매우 탄탄한 자원을 밑바탕으로 한다. 다만 배우라는 외형 때문에 그 시스템이 시청자들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여기서 시스템은 드라마 스텝을 포함해 드라마가 송출되게 만드는 정보기술 인프라까지 모두 말한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에 있어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단단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선호 배우를 생각해보자. 그가 출현 안 MBC 단막극인 '미치겠다 너 때문에'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던 이유는 SNS, OTT, 유튜브라는 정보기술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입덕'이라는 이름으로 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방송사들이 쌓아놓은 수많은 콘텐츠들은 SNS를 통해 재발견된다. 이를 이제 매우 흔한 일이다. 출처: MBC 유투브

 정보기술 발달로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관점으로로 영화와 드라마를 이야기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생겼다. 동시에 영상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자료가 축적되고 보다 쉽게 퍼지면서, 사람들이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눈. 작품을 판단하는 수준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면면은 유튜브만 들어가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배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와 그 결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수준은 계속해서 그 경계와 모습을 바꾸고 있으며, 영화와 드라마 산업에 절대적인 유통도  기술에 둘러싸여 그 방식도 바뀌고 있다.

역사고증과 비하 문제를 일으킨 '조선구마사'는 2화 만에 폐지되었다. 이제 시청자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히려 배우는  우리 삶이 마주하는 각각의 모습을 자신이 추구하는 '결'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개인 매체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사실 가장 쓸게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디어를 비롯한 영화와 드라마 자체가 콘텐츠화되고, 그 기반이 '시청자들의 데이터'가 되면서 그 양상은 변했다. 오히려 배우야 말로 사람을 더 이해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또한 개인들이 배우에 대한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배우와 연기를 보는 관객들 모두 발전한다. '악화가 영화를 구축한다'가 아니라, '양화가 악화를 몰아내는 상황'.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객들이 배우에 대한 분명한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이 글에게 전하는 글을 통해 사람들이 배우를 바라보는 관점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이는 나의 다른 글에서도 언제나 지키고자 하는 원칙 중 하나다.

배우가 아닌 관객 입장에서 배우를 논하는 건 지극히 한쪽 방향만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우는 배우 스스로 지향해야 할 디자인의 의미와 힘을 어디로 나아가게 해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연기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기도 탄탄해야 한다. 최근  타계한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자신은 디자인만 한다'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자신보다 뛰어난 장인들이 만든다고 했다. 그는 공공 석상에서 항상 자신보다는 샤넬 공방에서 묵묵히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을 강조했다. 더불어 “우리는 팀으로 움직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칼 라거펠트 스스로도 대단한 패턴 마스터라고 불리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접하는 매체가 많아져서 배우들도 자신의 일상과 취향을 쉽게 전할 수 있다. 더불어 빠른 피드백과 사람들이 추구하는 '영상 콘텐츠에 대한 감각'도 찾아낼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은 정성 들여 구성한 질서, 체계와 패턴, 감각을 활성화하는 재료와 질감, 신중하게 계획한 흐름이 만들어낸다. 작품 안에서의 연기, 이야기, 작품 규모[규모가 작거나 보통 수준이라도]는 관객의 경험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배우는 우리가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인지와 감정, 행동을 형성시키고 행복에도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우리가 예술을 받아들이게 하는 자세를 형성하는 데데 도움을 준다.

토스는 토스 유저를 위한, 유저 친화적 디자인을 지향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디자인이란 누군가 멋지게 제시하는 측면이 강했다. 요즘은 그런 게 없다. 오히려 디자이너들이 다양하고 유쾌한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걸 찾아나가는 분위기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안에 없는  가치와 경험을 찾아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행동한다. 즐길거리가 풍성하게 생기면서 사람들은 '만남'을 넘어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해간다. 사람들은 각자마다 자기만의 취향을 공유하고 즐긴다. 더불어 자기만의 다양한 정체성을 만든다. 이 정체성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생각이다. 동시에 이 같은 다양한 생각들이 '누군가의 제안이 아닌, 스스로 제안을 만들어가는 시대'로 한걸음 나아가게 했다. 기계는 건지 그 밑바탕이 되는 도구일 뿐이다.

디자인은 이제 누군가 만들지 않는 디.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디자인을 만든다. 그게 지금 세상의 규칙이다.

지금은 누구나 뭐든지 할 수 있는 시대다. 동시에 배우는 원점으로 돌아가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배우의 본질을 더 추구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배우 스스로가 '나는 누구인가? 자기다움'이란 곧 자신만의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관점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연기철학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관점이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에게 '편집'의 힘이 다시 재조명되는 시기다.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모바일 환경에서 과도하게 많아진 콘텐츠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아는 '유일한' 관점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배우의 밑바탕이 '편집력'이 된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모든 이들에게 편집력은 필수 소양이 될 것이다.


디자인은 이제 누군가 만들지 않는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디자인을 함께 만든다.

그게 지금 세상의 규칙이다.

이전 03화 배우의 밑바탕은 편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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